이충복(시흥시체육회, 세계랭킹 108위)이 '죽음의 조'에서 살아나오며 한국 선수단 6명이 모두 32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충복은 9일(한국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의 파크 리젠시 샤름 엘 셰이크 리조트에서 열린 '세계캐롬연맹(UMB) 3쿠션 세계선수권' 셋째날 조별예선 P조 2차전에서 디온 넬린(덴마크, 19위)을 20이닝 만에 40-32로 꺾었다.
이로써 1차전에서 롤란드 포톰(벨기에, 27위)에 33-40으로 패했던 이충복은 1승 1패를 기록해 조 2위가 됐다. 이번 대회는 48명의 선수가 3인 1개 조로 나뉘어 조별 예선을 거친 뒤, 각조 1, 2위가 32강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승패가 같을 경우엔 애버리지로 순위를 가린다. P조는 이충복을 비롯해 넬린, 포톰이 서로 물고 물리면서 모두 1승 1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넬린이 1.565, 이충복이 1.431, 포톰이 1.263을 기록하면서 순위가 갈렸다.
![[사진]이충복 /파이브앤식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12/09/202112091910774256_61b1d91b83e76.jpg)
'죽음의 조'로 불렸던 P조였다. 포톰과 넬린은 월드컵 무대에서 두 차례씩 우승 경험을 지닌 톱 랭커다. 이충복은 이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며 막판 극적인 승리를 따내 32강 무대를 밟게 됐다. 이충복은 지난주 샤름 엘 셰이크 월드컵에서 4년 반만에 해외 월드컵 복귀전을 치렀다. 오랜 만의 복귀전이었지만 16강까지 오르며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선공을 잡은 이충복은 이날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5점, 3점으로 쾌조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넬린이 바로 8점, 3점으로 반격해 오히려 11-8로 끌려갔다. 이충복은 3이닝에 4점을 쳐 잠시 앞서기도 했지만 넬린이 10점을 몰아치면서 순식간에 다시 흐름이 바뀌었다.
이후 이충복은 작은 보폭으로 조금씩 따라 붙었다. 7이닝 2점, 9이닝 1점, 10이닝 2점, 11이닝 1점으로 꾸준하게 점수를 쌓았다. 하지만 넬린 역시 쉬지 않았다. 8이닝 1점, 10이닝 3점, 11이닝 2점을 쳐 좀처럼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사진]허정한 /파이브앤식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12/09/202112091910774256_61b1d91bb7454.jpg)
그러다 이충복은 12이닝에 9점 기록하며 22-29로 밀리던 경기를 순식간에 31-29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이후 19이닝까지 32-31로 근소하게 앞서던 이충복은 20이닝에 8점을 한꺼번에 털어내 40점 고지를 찍었다. 넬린은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허정한(경남, 11위)과 최성원(부산시체육회, 15위)은 이날 나란히 승리를 신고하며 32강에 올랐다. 니코스 폴리크로노폴로스에 져 1패를 안고 있던 O조 허정한은 알레시오 다가타(이탈리아, 141위)를 40-37(25이닝)로 누르고 1승 1패가 돼 조 2위에 올랐다. 에릭 텔레스(코스타리카, 26위)를 눌러 1승이 있던 N조 최성원은 미야시타 다카오(일본, 217위)를 40-39(33이닝)로 눌러 2승으로 조 1위를 확정했다.
이충복, 허정한, 최성원이 32강 무대에 합류함에 따라 전날 본선행을 확정한 최완영(전북, 32위), 김행직(전남, 6위), 서창훈(시흥시체육회, 35위)까지 한국선수단 6명은 모두 32강 진출이 확정됐다. 이날 이어지는 32강(50점제, 후구 없음) 녹다운 토너먼트에서 16강 진출을 노리게 된다.
![[사진]최성원 /파이브앤식스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1/12/09/202112091910774256_61b1d91be7a37.jpg)
세계선수권은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월드컵과 다르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팀으로 나서는 국가대항전이다. 때문에 3위 이상 입상자에게는 연금포인트가 주어진다. 세계랭킹을 좌우하는 UMB 랭킹포인트도 가장 높다. 월드컵 우승자가 80점인 데 반해 세계선수권 우승자는 120점, 준우승자는 81점을 갖게 된다. 3쿠션 당구 최고 대회인 셈이다. 우승상금은 2만 유로(약 2600만 원), 준우승자에게는 1만 2000유로(약 1600만 원), 3위 2명에게는 각각 7000유로(약 900만 원)가 수여된다.
세계 선수권은 2019년 덴마크 라네르스에서 개최된 이후 2020년 터키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다. 이번 대회도 당초 한국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결국 연기되면서 샤름 엘 셰이크 월드컵 개최 장소와 같은 파크 리젠시 샤름 엘 셰이크 리조트로 최종 결정됐다.
한국은 2014년 서울 대회서 최성원이 우승한 이후 7년 만에 대회 정상을 노리고 있다. 이번 대회는 파이브앤식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 경기 생방송으로 시청할 수 있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