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셈 웃으면서 갈 수 있게 잘하자.”
안태영 IBK기업은행 감독대행은 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GC인삼공사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27일 GS칼텍스전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에 방출 통보를 받은 레베카 라셈에겐 이날 경기가 고별전이었다.
화성에서 마지막 홈경기였던 지난 5일 페퍼저축은행전 승리 후 눈물을 왈칵 쏟은 라셈. 이날 진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평소처럼 웃으며 팀 동료들과 몸을 풀었지만 마음은 싱숭생숭했던 모양이다.

안태영 대행은 라셈에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경기 전 안 대행은 “라셈이 감정적으로 조금 힘들어한다. (마지막 경기라고) 굳이 그 부분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전날(8일) 미팅 때 국내 선수들에게 “라셈 웃으면서 갈 수 있게 잘하자”는 말을 했다. 비록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시즌 중 팀을 떠나게 됐지만 팀 동료들과 잘 어울렸고, 방출 통보 이후 4경기를 추가로 더 뛴 라셈과 웃으며 작별하고 싶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라셈은 1세트 초반부터 오픈 공격이 연이어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옐레나의 벽에 막혔다. 1세트 2득점으로 공격에서 힘을 쓰지 못했지만 23-24 위기 상황에서 몸을 날린 디그로 듀스를 이끌어냈다.
2세트에는 백어택 2개 포함 5득점을 올리며 분전했지만 국내 선수들까지 고르게 터진 KGC인삼공사의 공세에 밀렸다. 마지막이 된 3세트에도 경기 흐름은 뒤바뀌지 않았다. 라셈은 멀리 튄 공을 걷어내기 위해 광고판 앞까지 전력 질주했다. 시즌 중 방출되는 외국인 선수에게서 볼 수 없는 투혼이었다.

IBK기업은행은 0-3 셧아웃 패배를 당했고, 라셈은 고별전에서 끝내 웃지 못했다. 김주향과 함께 팀 최다 12득점을 올렸지만 공격 성공률 29.72%. 승부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경기 후 동료들과 포옹한 라셈은 선수단이 준비한 작별 선물을 받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두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