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구(39)와 교제 중인 이설(29)은 아직까지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가 낮지만,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 중 한 명이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입체적이고 서사가 깊은 여성 캐릭터를 형상화해왔다. 그래서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가 크다.
2016년 가수 박재범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이설은 2년 후 방송된 KBS 단막극 ‘옥란면옥’(극본 조용, 연출 김정현)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다.
눈에 확 띄는 화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맡은 캐릭터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할 것 같은 발전 가능성을 알렸다.

영화 ‘판소리 복서’(감독 정혁기)에서는 복서 병구(엄태구 분)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친, 사망한 친구 지연 역을 맡았다. 지연은 병구의 판소리 복싱을 있게 한 중요한 인물. 짧지만 강렬한 등장으로 영화의 독특한 재미를 더했다.
이설은 자신만의 내공과 생기발랄함으로 영화를 풍요롭게 만든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또한 조화롭다.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에서는 소희(천우희 분)의 언니 소연 역을 맡아 병실에 누워있는 모습만으로도 신(scene)을 장악했다.
또한 깜짝 출연한 영화 ‘발신제한’(감독 김창주)에서도 피해자의 아내 역을 맡아 눈물샘을 자극하는 연기를 보여줬다.

미스터리 스릴러 ‘방법: 재차의’(감독 김용완)에서도 분량은 작지만 영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전 가득한 VJ 제시 정 역을 맡아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에 올 10월 열린 26회 부산 국제영화제에 참석해 관객들을 만났다. 현재는 쿠팡플레이 드라마 ‘어느 날’(연출 이명우)에 출연 중이다.
꼭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연기 잘하는 캐릭터와의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설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역할 변화는 어느 작품에서든 물꼬를 틀 수 있다.
이설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다 보면, 그녀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야 작품 전체가 살아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감쪽 같이 지운 채 공간과 시제를 넘나든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배우가 아닐 수 없다.
/ purplish@osen.co.kr
[사진] 링크매니지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