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욕심이 굉장히 많아서…”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4)를 보며 색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V-리그 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첫째도 둘째도 공격이다. 웬만한 외국인 선수라면 4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보인다.
옐레나는 올 시즌 공격 점유율 35.32%로 그렇게 높지 않다. 외국인 선수 7명 중 5번째. 공격에서 폭발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퀵오픈 2위(52.58%), 백어택 4위(39.11%)로 공격이 크게 나쁘진 않다. 앞서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 발렌티나 디우프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에 옐레나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든다.

대신 옐레나는 레프트 출신답게 수비 기여도가 높다. 블로킹이 세트당 0.77개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디그도 세트당 3.114개로 외국인 선수 중 1위. 수비에 진심을 다하는 옐레나를 보면서 이영택 감독은 고마우면서도 고민이다.
이영택 감독은 “블로킹도 괜찮고, 수비에 적극적인 선수라 팀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오픈 공격과 후위 공격에서 조금 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선수 본인이 수비 욕심이 굉장히 많다. 수비를 조금 못해도 괜찮으니까 공격을 더 하라고 잔소리를 계속 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영택 감독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옐레나는 수비 욕심을 버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9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팀 최다 25득점을 올리며 셧아웃 승리를 이끈 옐레나는 수비에서도 블로킹 5개를 잡고, 디그도 14개나 기록했다. 경기 후 옐레나는 “감독님 말씀은 알겠지만 난 수비를 좋아한다. 수비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스타일이다. 수비 욕심을 버릴 수 없다”고 확고한 의사를 표현했다.

그런 옐레나를 보면서 ‘맏언니’ 한송이(37)는 그저 고맙다. 한송이는 “옐레나가 수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 정말 좋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를 하지 않으면 한 자리에 구멍이 난다. 옐레나가 블로킹 등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팀이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옐레나도 주장 한송이의 존재가 든든하다. 한국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옐레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세르비아에서 와서 그런지 한국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좋은 캡틴이 팀에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안 좋을 때도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 침착해’라는 말로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며 한송이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한송이는 “옐레나가 훈련할 때도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훈련 외적으로도 정말 착하다.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잘 어울린다. 좋지 않은 점을 지적해줄 때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줘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며 “귀여운 아기 같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매력 있는 친구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선수라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