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욕심 좀 줄여" 감독 잔소리, 말 안 듣는 외국인…그게 고마운 맏언니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2.10 14: 18

“수비 욕심이 굉장히 많아서…”
이영택 KGC인삼공사 감독은 외국인 선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4)를 보며 색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V-리그 배구에서 외국인 선수는 첫째도 둘째도 공격이다. 웬만한 외국인 선수라면 4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보인다. 
옐레나는 올 시즌 공격 점유율 35.32%로 그렇게 높지 않다. 외국인 선수 7명 중 5번째. 공격에서 폭발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퀵오픈 2위(52.58%), 백어택 4위(39.11%)로 공격이 크게 나쁘진 않다. 앞서 KGC인삼공사에서 활약한 외국인 선수 알레나 버그스마, 발렌티나 디우프의 존재감이 워낙 컸기에 옐레나가 조금은 부족한 느낌이 든다. 

KGC인삼공사 옐레나가 블로킹 성공에 기뻐하고 있다. /OSEN DB

대신 옐레나는 레프트 출신답게 수비 기여도가 높다. 블로킹이 세트당 0.77개로 전체 1위에 올라있다. 디그도 세트당 3.114개로 외국인 선수 중 1위. 수비에 진심을 다하는 옐레나를 보면서 이영택 감독은 고마우면서도 고민이다. 
이영택 감독은 “블로킹도 괜찮고, 수비에 적극적인 선수라 팀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오픈 공격과 후위 공격에서 조금 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선수 본인이 수비 욕심이 굉장히 많다. 수비를 조금 못해도 괜찮으니까 공격을 더 하라고 잔소리를 계속 한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영택 감독의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옐레나는 수비 욕심을 버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9일 IBK기업은행전에서 팀 최다 25득점을 올리며 셧아웃 승리를 이끈 옐레나는 수비에서도 블로킹 5개를 잡고, 디그도 14개나 기록했다. 경기 후 옐레나는 “감독님 말씀은 알겠지만 난 수비를 좋아한다. 수비를 통해 자신감을 얻는 스타일이다. 수비 욕심을 버릴 수 없다”고 확고한 의사를 표현했다. 
KGC인삼공사 옐레나 /OSEN DB
그런 옐레나를 보면서 ‘맏언니’ 한송이(37)는 그저 고맙다. 한송이는 “옐레나가 수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줘 정말 좋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를 하지 않으면 한 자리에 구멍이 난다. 옐레나가 블로킹 등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팀이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다”며 고마워했다. 
옐레나도 주장 한송이의 존재가 든든하다. 한국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옐레나는 “에너지가 넘치는 세르비아에서 와서 그런지 한국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느낌이다. 좋은 캡틴이 팀에 있어 더 그런 것 같다. 안 좋을 때도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돼. 침착해’라는 말로 옆에서 많이 도와준다”며 한송이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KGC인삼공사 한송이가 옐레나와 기뻐하고 있다. /KOVO 제공
한송이는 “옐레나가 훈련할 때도 열정적으로 참여한다. 훈련 외적으로도 정말 착하다. 선수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잘 어울린다. 좋지 않은 점을 지적해줄 때도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줘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며 “귀여운 아기 같다.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매력 있는 친구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는 선수라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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