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OCN 토일드라마 ‘키마이라’(김도훈 연출, 이진매 극본)는 웰메이드 드라마다.
기승전결의 짜임새가 탄탄하고 이희준 박해수 서현 우현 남기애 이기영 김호정 등의 호연이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여러 건의 방화 범죄에 대한 전문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는 드라마의 신뢰를 높였다.
발단은 무분별하게 펜을 휘둘러온 전직 기자 손완기(염동헌 분)에 대한 차량 폭발 살해 사건이다. 알고보니 그 기자는 35년전인 1984년 연쇄방화살인 사건에 대해 선정적으로 접근, 피의자 가족의 신상까지 노출시킨 전력이 있다.
사건현장에서 강력반장 한주석(강신일 분)은 키메라가 양각된 라이터를 숨긴다. 이 라이터는 35년 전 사건 당시 범인의 시그니처였다.
한주석이 ‘주의 날이 도둑같이 오리니..’란 성경 구절로 시작해 특정 주소를 찍은 의문의 문자를 받던 시간 사건현장을 둘러보던 차재환(박해수 분) 형사는 철거를 앞둔 폐아파트 한 칸의 창문이 유달리 깨끗한 것에 의문을 품고 찾아가다 수상쩍은 행색의 인물을 발견하고 쫓지만 잡질 못한다. 다시 찾아간 곳은 한주석이 문자로 받은 그 주소. 그곳에서 차재환은 벽면에 그려진 키메라를 확인하고 간발의 차이로 폭발을 모면한다.
드라마는 1회부터 수상한 의사 이중엽(이희준 분)을 범인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영국 특수부대 SAS 출신의 유능한 닥터. 그는 손완기의 도박 친구였고 손완기를 미행하는 모습이 CCTV에 잡히기도 했다. 하지만 아파트에서 차재환이 추격한 실루엣은 왜소했다.
그 왜소한 실루엣의 주인공이 드디어 12일 방영된 14화에서 밝혀졌다. 바로 이중엽의 친동생 김효경(차주영 분) 기자다.

주요 등장인물 하나하나의 히스토리가 개연성있게 짜여졌다. 드라마가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과거가 사건 전개에 맞춰 하나하나 드러날 때마다 반전의 묘미가 있다.
제목인 키마이라조차 범인에 대한 힌트를 담고 있다. 키마이라는 그리스·로마 신화속 괴물들의 아버지 티폰과 어머니 에키드나의 ‘딸’이다. 즉 여성성을 갖고 있다.
드라마속 1대 키메라는 차은수로 개명한 유성희(남기애 분)다. 모방범이자 2대 키메라는 김효경이다. 이들의 한 맺힌 과거사는 35년의 격차를 두고 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개연성을 더한다.
유성희는 서륜기업과 산학협동으로 TH5를 개발한 화학자로 서륜측 2세인 서현태(이기영 분)와 연인 사이였다. TH5의 위험성을 알린 내부고발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의문의 화재사건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성희는 함께 연구하던 동료들을 방화살해했고 어느날 종적을 감춘다.
14회에서 자수한 차은수는 유진(서현 분)에게 “유성희는 자살했다. 하지만 차은수가, 차은수의 기억이 점점 사라져갈수록 다시 나타나 35년 전에 실패했던 복수를 완성하려 한다”고 고백했다.
아마도 35년 전 무슨 일인가로 유성희는 자살을 기도했고 그녀를 의심하던 한주석이 구해냈으며 자살 기도 직후 이전 기억을 모두 잃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차은수로 살아왔지만 발병한 치매가 차은수의 기억을 앗아가며 오히려 잃었던 옛 기억을 되살려 준 것으로 이해된다.
김효경은 모친 사망후 배를 갈라 태어난 아이다. 오빠인 이중엽은 존재조차 모른다. 친부인 이상우의 친구이자 담당변호사였던 김형국(최홍일 분)의 딸로 자라면서 주변 친인들의 뒷담화를 통해 본인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됐고 기자가 된 후 친부모의 비극에 대한 복수에 나서 손완기과 함용복(이승훈 분) 한주석을 키메라 수법으로 살해하고 14화에선 배승관(우현 분)마저 살해한 모양이다. 손완기 현장 인근 한주석을 겨냥한 폐아파트 함정에서의 등장과 배승관 폭사현장에 모습을드러낸 것으로 보아 함용복 백린소포 역시 그녀 소행이기 십상이다.

아버지 죽음의 진실만을 밝히고자 했던 이중엽과 달리 그녀가 실제 복수에 나선 것은 이중엽이 영국으로 입양돼 순탄한 성장과정을 거친 것과 판이하게 업둥이로 들어와 주변으로부터 끊임없이 살인자의 딸이란 손가락질을 받아야했던 그녀의 성장과정이 한풀이를 강요했기 때문일 수 있다.
첫 번째 타깃이 그녀가 살인자의 딸임을 알 수 있게 보도한 기자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녀 아버지를 범인으로 몰아간 형사들보다 김효경에겐 더 증오스러울 수 있는 존재다.
그리고 이 두 남매 앞에 나타난 키메라 유성희는 그들이 익히 그 선함과 정의로움을 알고 있는 차재환의 엄마다. 비록 본의는 아니었더라도 그들의 아버지 이상우로 하여금 누명을 쓰도록 만든 사건의 진범. 그들 가족의 파탄을 불러온 비극의 시작점이 바로 그녀다. 이 비극 남매의 선택은 어찌될 것인가.
또한 아버지이기 십상인 서현태 회장이 어머니 차은수의 원수라는 사실을 접하게 될 차재환의 비극은 또 어쩌고.. 드라마는 서현태와 차재환의 관계를 위해서도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술친구 에피소드를 보여준 바 있다.
종방까지 2화를 남겨놓은 ‘키마이라’.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부여잡게 만드는 것은 치밀하게 짜여진 구성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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