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피라는 정치 이야기가 부담스럽긴 했지만, '불한당' 때 믿음이 컸습니다. 그게 '킹메이커'까지 이어졌고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연기를 보여준 변성현 감독과 배우 설경구가 '킹메이커'로 재회했다. 다시 한번 '불한당원'들을 소환하는 인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13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킹메이커'(제공·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작 ㈜씨앗필름, 감독 변성현)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영화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과 주연 배우 설경구, 이선균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킹메이커'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과 존재도 이름도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 분)가 치열한 선거판에 뛰어들며 시작되는 드라마를 표현한 영화다. 특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약칭 불한당)'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신작이자 전작에 이어 다시 한번 설경구와 재회한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이선균이 타이틀 롤 '킹메이커'로 합세했다.
'불한당'은 범죄 누아르 영화에 브로맨스를 융합하며 호평받아 충성도 높은 마니아 '불한당원'을 양산한 바 있다. 이들에 힘입어 영화는 재관람 열풍을 일으켰고, 팬들 사이에 대관까지 활성화됐다. 설경구는 당시 팬들 사이에서 '지천명 아이돌'로 불렸을 정도다.

캐스팅 또한 '불한당'부터 시작됐단다. 변성현 감독은 "설경구 선배님은 제가 '불한당'을 하기 전부터 이 시나리오를 드렸다. 그리고 경구 선배님이 '불한당'을 끝나고 하시겠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서창대 역할은 고민이 깊어서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경구 선배님이 어느 날 전화를 주셔서 '선균이 어떠니?'라고 애기를 주셨다. 그리고 운명처럼 선균 선배님을 만났다. 그 때 선균 선배님이 '나의 아저씨'를 촬영 중이었는데 극 중 영화를 보는 장면에 '박하사탕'이 나오고 있었고 우연히 미용실에서 만났다. 제가 그 미용실을 100번을 갔는데 처음 뵌 거였다"라며 운명적인 캐스팅 결정의 순간을 강조했다.
이에 설경구 또한 "'불한당'을 변성현 감독님과 함께 했고, 그 믿음이 컸기 때문에 했다. 외피는 정치 이야기라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변성현 감독님을 믿고 했다. 그 게 '킹메이커'까지 이어졌다"라며 변성현 감독을 향한 굳은 신뢰를 강조한 바. 이선균 역시 "다른 인물들은 모티브가 있는 롤이지만 제가 맡은 서창대는 모티브가 없는 인물이라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하고 상상도 많이 했다. 이 사람이 왜 앞에 나서지 못하고 그림자 역할로만 있어야 하는지 당위성을 생각하며 이야기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감독과 배우의 신뢰가 두터운 덕분일까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설경구는 김운범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은 인물인 것과 관련해 "부담이 있었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실제 이름이 캐릭터에 있어서 너무 부담되니 이름을 바꿔달라고 했다. 그 바뀐 이름 하나로도 제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저는 최대한 실존 인물을 안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최대한 '김운범'이라고 생각했다"라며 "캐릭터의 목포 사투리를 전 대사로 연습했는데 감독님 앞에서 리딩을 한 후에 사투리를 다 걷어내고 느낌만 가졌으면 좋겠다고 해서 오히려 걷어내는 작업을 했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더불어 변성현 감독은 영화 전반에 걸쳐 김운범은 '빛', 서창대는 '그림자'로 표현한 것과 관련해 "'빛과 그림자'라는 모티브는 연기 외에 조명이나 미술로도 표현했다. 그 외에도 배우들에게 주문 했던 것은 경구 선배님께는 '조금 더 커보이게'를 바랐다. 어떤 경우에는 빛보다 그림자에 집중하기 때문에 빛이 더 대상화돼야 했다. '불한당' 때는 살을 빼달라고 부탁 드렸는데 이번에는 살을 찌워달라고 했다. 그런데 너무 찌우셔서 중간에 빼달라고 다시 부탁드렸다"라고 말해 배우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코로나19로 영화에 대한 관심이 주춤해지고 영화계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 '불한당' 감독과 배우의 조합은 충무로에 극장가 전성기와 대중의 뜨거운 관심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들 역시 팬들의 관심과 기대감을 모르지 않을 터. 변성현 감독은 "모든 부분에 신경 썼다. 촬영이라든, 미술이라든, 시나리오든, 연기든 모든 부분에 신경을 썼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작품에 공을 들였다.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연기'. 변성현 감독은 "작품이 '스타일리시'를 중심으로 홍보가 됐는데 저는 여기서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자 흡족한 부분은 '연기'였다. 그 부분을 가장 잘 담아낸 것 같다"라고 강조하며 설경구와 이선균을 비롯한 출연자들의 앙상블을 강조한 바. '킹메이커'가 또 다른 '불한당원'을 극장가로 소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