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이 풍비박산 되도록 단초를 제공한 조송화가 뒤늦게 사과의 뜻을 보였다. IBK기업은행이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두자,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사과를 언급했다.
IBK 사태가 한 달 넘게 이어질 동안, 모르쇠로 일관했던 논란의 당사자가 이제서야 사과하고 싶다는 것을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긴 힘들다. 팬들은 이미 등을 돌렸고, 조송화의 사과 의사에 ‘화난’ 반응을 보였다.
1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조송화가 사과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조송화의 법적 대리인인 조인선 법무법인 YK 파트너 변호사는 “조송화 선수가 배구 팬들과 배구계 인사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싶어한다. 그동안 사과할 기회가 없었다. 선수가 무척 힘들어한다. 오해를 받는 부분이 있지만, 이렇게 일이 커진 것에 관해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조송화는 지난 11월 13일 첫 번째 팀 이탈을 시작으로 IBK기업은행을 내홍으로 이끌었다. 이후 2번째 팀 이탈을 거쳐 배구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송화의 무단 이탈로 인해 팀이 뒤집어졌고, 이후 IBK기업은행은 이상한, 비상식적인 일처리를 하면서 비난 여론은 일파만파 커져 갔다.
구단은 조송화의 이탈로 인한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이 동시에 경질됐다. 그리곤 조송화의 이탈과 함께 사의 표명을 한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했다.
김사니 코치는 서남원 감독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고 팀을 떠나려 했는데, 오히려 감독대행이 됐다. 구단과 임의해지에 동의했던 조송화는 마음에 들지 않던 서남원 감독이 경질되는 것을 알고서 ‘팀에 복귀하겠다’고 말을 바꾸며 자신의 사욕을 챙기려 했다.
이후 배구팬들의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거세게 일었다. IBK기업은행의 경기장 근처에서 ‘조송화를 퇴출하라’는 팬들의 트럭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 다른 팀 감독들도 김사니 감독대행과 경기 전 후 악수 거부 행동으로 상대팀 감독 대우를 하지 않았다.

# 조송화 사태 일지
11월 13일= 조송화 훈련 후 무단 이탈
11월 16일= 조송화 페퍼저축은행 경기 전 합류, 경기 후 이탈
11월 13~18일= IBK “최종적으로 조송화 복귀 의사 없었다”
11월 20일= IBK “조송화 복귀하고 싶다고 연락왔다”
11월 21일= 서남원 전 감독 경질, 김사니 감독대행 임명
11월 22= IBK, 조송화 임의해지 결정
11월 23일=KOVO, IBK의 조송화 임의해지 요청 반려(서류 미비)
11월 26일= IBK, 조송화 KOVO 상벌위원회 회부
11월 27일=감성한 신임 단장 임명
12월 1일= 조송화측, 상벌위원회 연기 요청(2일→10일)
12월 2일=김사니 감독대행 자진사퇴
12월 5일= 안태영 감독대행 임명
12월 8일= IBK, 김호철 신임 감독 선임
12월 10일= KOVO 상벌위원회, 조송화 징계 결정 보류
12월 13일= IBK, 조송화 계약해지 결정
12월 14일= 조송화측 법적대리인 “조송화 사과하고 싶어한다”
뒤늦게 IBK기업은행은 진화에 나섰다. 조송화를 KOVO 상벌위원회에 회부했다. 감성한 신임 단장이 임명됐고, 이후에 김사니 감독대행은 비난 여론에 결국 자진 사퇴를 결정했다. 구단은 남자 배구계에서 명성을 남긴 김호철 감독을 선임해 팀 재정비 의지를 드러냈다.
상벌위원회에서 징계 결정 보류가 나오자, IBK기업은행은 “결과에 상관 없이 조송화와 함께 갈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고, 지난 13일 조송화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조송화는 그동안 자신의 무단 이탈로 인해 서남원 감독이 경질되고, 김사니 감독대행도 물러나는 등 팀이 쑥대밭이 되는 동안 사과 또는 자신의 입장을 밝힐 수 있었다. 기회도 있었다. 지난 10일 KOVO 상벌위원회 출석 당시 일련의 사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나중에 할게요”라고만 말했다.
조송화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IBK기업은행이 최후의 방법인 ‘계약 해지’를 결정하자 이제서야 사과를 하고 싶다고 한다. 뒤늦게 사과를 하겠다는 태도에 억지 사과, 악어의 눈물처럼 비쳐진다. 배구팬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인선 변호사는 "우리는 여전히 구단과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쪽에서 구단에 연락을 했다. 모든 것을 법적으로 풀자는 건 아니다. 소통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의지였다”고 밝혔다.
조송화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기업은행과 3년 계약을 했다. '계약 해지의 귀책 사유’가 조송화에게 있다면, 구단은 올 시즌 잔여 연봉 약 1억4000만원은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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