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에 '딱 한발' 부족했던 대전, 과거 뛰어넘는 투자로 채울까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1.12.15 06: 43

 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이하 대전)이 승격에 딱 ‘한 걸음’ 모자랐다. 아직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시선은 내년 시즌 대전을 기대하는 쪽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대전을 글로벌 명문팀으로 만들겠다”는 함영주 구단주의 포부 아래 파격적인 투자가 단행된다면 대전의 승격은 먼 미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은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2021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전반 16분 선제득점을 올렸지만, 전반 26~30분 사이에 내리 3골을 헌납하고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1차전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승격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던 대전이다. 그러나 1,2차전 합산 스코어 2-4로 뒤지며 2부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의 승격을 노렸지만, 다음으로 미뤄졌다.

‘인생’걸고 승격에 도전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이 1차전 승리를 통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대전하나시티즌은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강원 FC에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승리를 거둔 대전 이현식이 박진섭과 기뻐하고 있다. 2021.12.08 /cej@osen.co.kr

분명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대전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 승격에 바짝 다가갔다는 것도 큰 성과다.
과거 시민구단이던 대전시티즌(대전 전신)은 2014년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해 1부리그로 승격했다. 하지만 2015년 최하위를 면치 못하며 1시즌 만에 다시 강등됐다. 이후 성적 부진과 선수 선발 비리 등 내홍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20년 새 주인이 나타나자 팀은 180도 달라졌다. 대전시티즌을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고 구단명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바꾼 뒤부터 대전은 승승장구했다. 아낌없는 투자가 큰 몫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을 운영할 법인으로 하나금융축구단을 출범시킬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검증된 축구인’까지 영입했다. 허정무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에게 이사장 자리를 내줬고, 초대 사령탑엔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인생’걸고 승격에 도전하는 대전하나시티즌이 1차전 승리를 통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대전하나시티즌은 8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서 강원 FC에 1-0으로 승리했다. 경기 종료 후 승리를 거둔 대전 선수들이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2021.12.08 /cej@osen.co.kr
묵직한 인사 단행과 과감한 투자는 성적 ‘수직 상승’을 이끌어냈다. 2019년 2부리그 9위에 머물렀던 대전은 새 주인을 만난 2020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밟았다. 승격이라는 달콤한 결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하위권에 머무르던 대전이 2년 동안 다음 시즌 승격 ‘0순위’로 진일보한 건 어마어마한 성과다.
이 때문에 대전 팬들과 축구인들은 2022년 더 발전될 대전의 모습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승격을 놓친 선수단도 다음 시즌 땐 반드시 다른 결과를 쓰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 1부리그로 가는 바로 직전 문턱에서 고꾸라진 선수들은 큰 좌절감에 시달렸겠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흘린 구슬땀에 ‘딱 한 방울’ 더 흘리면 승격할 수 있단 것을 느꼈단 뜻이기도 하다.
'대전의 아이콘' 일본인 마사는 14일 자신의 SNS에 한글로 “2021.12.12. 이날 있었던 일 평생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져도 이날을 생각하며 매일 운동장에서 달리겠습니다. 대전 팬들, 1년만 더 시간을 주세요. 다시 한 번 도전하겠습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민성 대전 감독도 “다시 내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대전에 필요한 건 대대적인 투자다. 선수단 사기도 오를 대로 올랐고, 승강 플레이오프가 준 감동 스토리에 대전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따뜻하다. ‘승격’은 없지만 지금 대전엔 노를 젓기 충분한 물이 들어와 있다. 앞서 단기간에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본 대전은 과감한 투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jinju217@osen.co.kr
12일 오후 강릉 종합운동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 2021' 강원FC와 대전하나시티즌의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렸다.경기 전 대전 이민성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21.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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