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2 대전하나시티즌(이하 대전)이 승격에 딱 ‘한 걸음’ 모자랐다. 아직 아쉬움은 남아있지만, 시선은 내년 시즌 대전을 기대하는 쪽으로 향하는 분위기다. “대전을 글로벌 명문팀으로 만들겠다”는 함영주 구단주의 포부 아래 파격적인 투자가 단행된다면 대전의 승격은 먼 미래가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은 지난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2021 하나원큐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전반 16분 선제득점을 올렸지만, 전반 26~30분 사이에 내리 3골을 헌납하고 후반 추가시간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그대로 무너졌다.
1차전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해 승격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었던 대전이다. 그러나 1,2차전 합산 스코어 2-4로 뒤지며 2부리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이후 7년 만의 승격을 노렸지만, 다음으로 미뤄졌다.

분명 아쉬운 결과다. 하지만 대전이 걸어온 시간을 돌아보면 승격에 바짝 다가갔다는 것도 큰 성과다.
과거 시민구단이던 대전시티즌(대전 전신)은 2014년 2부리그 우승을 차지해 1부리그로 승격했다. 하지만 2015년 최하위를 면치 못하며 1시즌 만에 다시 강등됐다. 이후 성적 부진과 선수 선발 비리 등 내홍을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2020년 새 주인이 나타나자 팀은 180도 달라졌다. 대전시티즌을 하나금융그룹이 인수하고 구단명을 대전하나시티즌으로 바꾼 뒤부터 대전은 승승장구했다. 아낌없는 투자가 큰 몫을 했다.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을 운영할 법인으로 하나금융축구단을 출범시킬 정도로 투자에 적극적이었다. 여기에 ‘검증된 축구인’까지 영입했다. 허정무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에게 이사장 자리를 내줬고, 초대 사령탑엔 황선홍 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묵직한 인사 단행과 과감한 투자는 성적 ‘수직 상승’을 이끌어냈다. 2019년 2부리그 9위에 머물렀던 대전은 새 주인을 만난 2020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엔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밟았다. 승격이라는 달콤한 결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하위권에 머무르던 대전이 2년 동안 다음 시즌 승격 ‘0순위’로 진일보한 건 어마어마한 성과다.
이 때문에 대전 팬들과 축구인들은 2022년 더 발전될 대전의 모습을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승격을 놓친 선수단도 다음 시즌 땐 반드시 다른 결과를 쓰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 1부리그로 가는 바로 직전 문턱에서 고꾸라진 선수들은 큰 좌절감에 시달렸겠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흘린 구슬땀에 ‘딱 한 방울’ 더 흘리면 승격할 수 있단 것을 느꼈단 뜻이기도 하다.
'대전의 아이콘' 일본인 마사는 14일 자신의 SNS에 한글로 “2021.12.12. 이날 있었던 일 평생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익숙해져도 이날을 생각하며 매일 운동장에서 달리겠습니다. 대전 팬들, 1년만 더 시간을 주세요. 다시 한 번 도전하겠습니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이민성 대전 감독도 “다시 내년을 바라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대전에 필요한 건 대대적인 투자다. 선수단 사기도 오를 대로 올랐고, 승강 플레이오프가 준 감동 스토리에 대전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도 따뜻하다. ‘승격’은 없지만 지금 대전엔 노를 젓기 충분한 물이 들어와 있다. 앞서 단기간에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본 대전은 과감한 투자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jinju21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