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 snowdrop’이 공개 전부터 혹한 같이 싸늘한 대중들의 시선을 뚫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정해인, 지수부터 ‘믿보배’ 라인업과 ‘SKY 캐슬’ 조현탁 PD, 유현미 작가의 조합이 기대를 높이지만 군부 정권, 간첩 등을 미화하는 건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섞였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가 첫 방송을 이틀 앞두고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조현탁 PD와 배우 정해인, 지수가 참석해 ‘설강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작품 선구안이 탁월한 정해인,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블랙핑크 지수, 허준호와 박성웅의 캐릭터 격돌 등 다양한 볼거리로 기대를 모으는 ‘설강화’.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우려도 크다. 다름아닌 ‘설강화’가 가진 시대적 배경 등에 우려다. 앞서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고 독재 정권을 정당화한다는 등 역사 왜곡 논란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JTBC 측은 당시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 극 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이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배경 하에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에 적극 호응하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다. 그러므로 간첩 활동이나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설강화’ 측이 공식입장을 밝혔음에도 싸늘한 시선은 계속됐다. 첫 방송 전부터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설강화’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며 비판을 쏟아지고 있다.

이날 조현탁 PD는 다시 한번 이러한 논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 ‘설강화’는 1987년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당시 군부 정권과 대선 정국이라는 상황 외에 모든 인물, 설정 등이 가상의 창작이다. 그런 이유는 이야기 중심에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서 포커싱 된 것이고, 그 이외 다른 것들은 가상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들이 그 안에서 리얼리티와 밀도를 이야기를 소신껏 진행했다. 초기에 어떤 문구 몇 개가 밖으로 유출되면서 조합을 이뤄서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로 퍼지고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기사화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관리 소홀한 제작진의 책임도 있어서 반성한다. 다만, 3년 만에 작품을 하고, 작가님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을 하고 있기에 여러 분들이 생각하는 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방송이 되면 직접 봐주시고 확인해주셨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최근 우리 나라 작품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데, 내 일처럼 느끼고 으쓱하다.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에 임할 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방송 전부터 어떤 것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설강화’는 유현미 작가가 오래 준비한 기획이다. 2008년도에 어떤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북한 탈북자 수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야기가 확장됐고, 작가님 본인이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여대 기숙사의 경험도 있다. 그런 공감이 합쳐지면서 ‘설강화’가 구체적이 됐다. 북한의 탈북자 수기로 출발해서 소재 안에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는데, 그런 부분은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북한의 사람 자체, 굳이 꼭 북한에 포커싱하는 것보다는 사람에 대해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조현탁 PD는 “정해인과 지수의 사랑 이야기가 작은 설렘으로 시작했다가 정말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겪는데, 두 사람에게 이 사랑이 내려진 축복인지, 혹독한 저주인지 같이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함께 자리에 참석한 정해인과 지수도 정치, 이념, 북한, 간첩, 안기부, 군부 정권에 대한 미화가 아닌 그 시대를 살아간 청춘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정해인은 “시대를 거스른, 수호와 영로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가장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설강화’는 눈 속에서 눈을 뚫고 피는 꽃이고, 그게 상징하는 바는 ‘봄이 멀지 않았다’, ‘혹한을 견디면 봄이 온다’이다. ‘설강화’가 그 의미처럼 싸늘한 시선을 뚫고 꽃을 피울 수 있을까.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은 오는 18일 오후 10시 30분 첫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