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5만 명 앞에서 외친 "이념·정치·북한·군부정권 미화 NO!" (종합)[Oh!쎈 이슈]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12.16 17: 12

“여러 분이 생각하는 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현탁 PD)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된 유튜브 채널에는 무려 5만 명의 예비 시청자가 모였다. 그만큼 ‘설강화 : snowdrop’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는 뜻이다. 기분 좋은 관심과 우려 섞인 관심이 섞인 가운데 역사 왜곡 논란에 한 차례 휩싸인 바 있는 ‘설강화 : snowdrop’은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제작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JTBC스튜디오, 이하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JTBC 제공

‘SKY 캐슬’ 조현탁 PD와 유현미 작가가 다시 의기투합했고, 배우 정해인과 블랙핑크 지수, 유인나, 장승조, 윤세아, 김혜윤, 정유진, 허준호, 김정난, 박성웅, 정혜영 등 뛰어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라인업을 구축해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3월,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방송 2회 만에 종영을 결정한 ‘조선구마사’ 여파에 휩싸였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설강화’ 시놉시스를 근거로 방송 전부터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고 독재 정권을 정당화한다는 등 역사 왜곡에 대한 우려를 보인 것. 특히 지수가 연기하는 캐릭터 ‘영초’가 천영초 운동가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설강화’ 측은 “민주화 운동을 다루는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80년대 군부정권 하에 간첩으로 몰려 부당하게 탄압받았던 캐릭터가 등장한다”며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민주화 운동이 아니라 1987년 대선 정국이다. 군부정권, 안기부 등 기득권 세력이 권력유지를 위해 북한 독재 정권과 야합해 음모를 벌인다는 가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런 배경 하에 남파 공작원과 그를 쫓는 안기부 요원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들은 각각 속한 정부나 조직을 대변하는 인물이 아닙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부정한 권력욕, 이에 적극 호응하는 안기부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부각시키는 캐릭터들이다. 그러므로, 간첩활동이나 안기부가 미화된다는 지적도 ‘설강화’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안기부 요원을 ‘대쪽 같다’고 표현한 이유는 그가 힘 있는 국내파트 발령도 마다하고,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동료들에게 환멸을 느낀 뒤 해외파트에 근무한 안기부 블랙요원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인물은 부패한 조직에 등을 돌리고 끝까지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원칙주의자로 묘사된다”며 “극 중 캐릭터의 이름 설정은 천영초 선생님과 무관하다. 하지만 선생님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나온 만큼 관련 여주인공 이름은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종영을 결정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기에 ‘설강화’는 더 조심스러웠다. ‘설강화’는 자신들의 뜻을 확실하게 밝히면서 역사 왜곡, 미화 등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선을 그었다.
그리고 첫 방송을 이틀 앞둔 16일, ‘설강화’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조현탁 PD는 이를 다시 한번 언급하며 시청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먼저 조현탁 PD는 “‘설강화’는 유현미 작가가 오래 준비한 기획이다. 2008년도에 어떤 정치범 수용소에서 탈북한 탈북자 수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 이후에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이야기가 확장됐고, 작가님 본인이 80년대 대학을 다니면서 여대 기숙사의 경험도 있다. 그런 공감이 합쳐지면서 ‘설강화’가 구체적이 됐다. 북한의 탈북자 수기로 출발해서 소재 안에 북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가는데, 그런 부분은 정치적이나 이념적인 것보다는 북한의 사람 자체, 굳이 꼭 북한에 포커싱하는 것보다는 사람에 대해 깊고 밀도 있게 들여다보려고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강화’는 1987년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당시 군부 정권과 대선 정국이라는 상황 외에 모든 인물, 설정 등이 가상의 창작이다. 그런 이유는 이야기 중심에 청춘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위해서 포커싱 된 것이고, 그 이외 다른 것들은 가상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들이 그 안에서 리얼리티와 밀도를 이야기를 소신껏 진행했다. 초기에 어떤 문구 몇 개가 밖으로 유출되면서 조합을 이뤄서 받아들이기 힘든 말들로 퍼지고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고 기사화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관리 소홀한 제작진의 책임도 있어서 반성한다. 다만, 3년 만에 작품을 하고, 작가님도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작품을 하고 있기에 여러 분들이 생각하는 미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방송이 되면 직접 봐주시고 확인해주셨으면 한다. 덧붙이자면, 최근 우리 나라 작품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데, 내 일처럼 느끼고 으쓱하다. 창작자들이 어떤 작품에 임할 때 사명감과 책임감을 갖고 임한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방송 전부터 어떤 것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는 게 창작자에게 고통이고 압박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조현탁 PD는 “정말로 재미있는 작품이다. 특별한 메시지도 있겠지만, 지금 같이 어려운 시대에 ‘설강화’가 보면 잠깐 나를 어딘가로 데려가는 재미있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 “정해인과 지수의 사랑 이야기가 작은 설렘으로 시작했다가 정말 한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극한의 고통을 겪게 된다. 두 사람에게 내려진 사랑이 축복인지, 혹독한 저주인지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JTBC 새 토일드라마 ‘설강화 : snowdrop’은 오는 18일 밤 10시 30분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