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김봉진에게 듣는 '동남아썰' "ACL에서 벨기에 국가대표를 만났는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21.12.17 14: 14

김봉진(31, 광주)에게 올해는 잊지 못할 해였다. 
홍콩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수비수 TOP3를 수상한 그는 베스트 일레븐에 항상 오를 만큼의 좋은 활약을 펼쳤다.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리그를 거치며 동남아리그를 평정한 그는 K리그1 광주 FC로 복귀해 올 시즌을 소화했다. 광주는 아쉽게 K리그1 12위로 내년 K리그2 강등이 확정됐다. 우여곡절을 겪은 그를 만났다. 
-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 안녕하세요 2013년 강원FC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인천, 경남FC, 등을 거쳐 동남아시아 홍콩 키치SC, 베트남 리그와 말레이시아 리그를 거쳐 다시 올 시즌 광주 fc로 복귀해서 막 시즌을 마친 저는 프로생활 9년 차 축구선수 김봉진입니다.
- 2016/17 ,17/18 시즌 두 시즌 연속 홍콩 프리미어리그 베스트 일레븐 선정됐다. 2019 시즌 베트남 v리그 1 베스트 일레븐 등 동남아시아의 대표 수비수로 자리매김했다. 아시아의 많은 리그를 경험하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리그는 어디인지?
▲ 사실 기억에 남는 리그라고 한다면 동남아시아의 경험은 모두 좋았던거 같습니다. 베트남 리그도 좋았고 홍콩 리그도 좋았습니다. 말레이시아 리그는 코로나 때문에 시즌이 중간에 마무리되면서 조금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동남아시아의 경험은 좋았습니다.
홍콩에 키치라는 팀이 그나마 조금 더 뜻깊은 경험이었던 거 같습니다. 제가 처음 해외로 도전하는 팀이기도 했고, 우승도 경험했고, ACL도 경험했고 그런 면에서 조금 더 뜻깊었던 거 같아요. 학생 때도 우승도 해봤고 프로에서의 우승도 물론 좋지만 선수로서 경기를 이기는 건 매번 좋은 일인 거 같아요.
키치라는 팀은 홍콩에서 항상 우승을 경쟁하는 팀인데 첫해에는 시즌 시작부터 2위로 출발해 시즌 막바지까지 계속 2위를 하다가 마지막 경기에 이스턴 팀한테 최종 결정전까지 가서 승리로 우승을 차지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 센터백으로서 아시아를 통틀어 가장 상대하기 어려웠던 공격수가 있다면? 
▲ 물론 공격수를 마크할 때 각자 본인의 스타일들이 있긴 하겠지만 저는 경기시작 후 5분 정도는 제 마킹 상대를 놔두면서 체크하고 스타일을 경기 중에 잡아가면서 변화를 주는 스타일입니다.
제가 해외에서는 센터백으로 주로 뛰었는데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선수는 ACL 경기 때 만난 중국 톈진 팀을 상대할 때 벨기에 국가대표인 악셀 위첼(도르트문트)이었던 거 같습니다. 신체 조건도 월등히 뛰어나기도 하고 제가 다부지게 마킹을 해도 플레이가 여유로워 예측하기 힘들기도 했고, 몸도 상당히 유연해서 상대하기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까다로웠던 것 같아요. 확실히 좋은 선수라는 걸 느꼈습니다.
- 현대 축구에서 센터백은 수비뿐만 아니라, 빌드업이 강조되고 있다. 위치 선정과 공중볼 처리, 빌드업에 강점을 보이는데 아시아 리그에서 센터백으로 꼭 갖추어야 할 요건이 있다면?
▲ 동남아시아 리그라고 해서 피지컬이나 실력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한국 선수로 동남아 리그에 진출한다는 건 그들의 시장에 저 또한 외국인 선수로 참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팀의 다른 나라의 외국선수와 주로 마주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동남아시아 리그는 전반적으로 피지컬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외국선수를 영입하기에 대부분은 저보다 작았던 수비수는 본 적이 없던 것 같아요. 팀들이 피지컬적인 부분을 조금 더 강조해 영입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신체적으로 우월한 선수들을 만나게 됩니다.
벌크업도 해보긴 했는데 오히려 저는 몸이 더 무거워짐을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만의 장점으로 더 뛰고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예측하는 장점들을 더 살렸던 거 같습니다. 피지컬만을 강조하기에는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피지컬만을 생각 하기보단 본인의 가장 뛰어난 장점을 보다 더 잘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동남아시아 리그에서 센터백으로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ACL의 경험. 그 성공을 토대로 K리그로 리턴해 좋은 본보기가 됐다. 이번 시즌 오랜만의 K리그로의 복귀였는데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다면?
▲ K리그로의 복귀에서 일단 가장 좋은 점은 가족이 가장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 시차와 중계의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응원해 준 가족들이 조금 더 편하게 저의 경기를 볼 수 있다는 것이요. 그리고 생활의 부분도 대화나 음식 같은 것이 전반적으로 편해지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때문에 많은 팬분들이 입장하시지는 못했지만 저를 잘 모르시는 분도 많았을 텐데 저를 많이 불러도 주시고 환호해 주시고 꽹과리 소리도 들리고 많이 응원해 주셔서 한국에 돌아왔구나란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보다 저를 더 많이 알리고 좋은 플레이를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5년 만에 한국에 돌아와 오자마자 장염으로 고생도 하고, 제가 원래는 평소에는 부상도 많이 없는 편인데 올해 유난히 잔부상이 많았던 거 같아요. 많은 팬분들께 저의 플레이를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 본인이 생각하는 동남아 리그와 K리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 K리그1은 아시아의 TOP 리그이기 때문에 팀플레이나 팀워크가 섬세하고,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훈련이 잘 되어있어서인지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전술 이해도가 높습니다. 제가 마킹을 놓쳐도 커버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동료들끼리의 신뢰가 형성이 잘되어 있는 거 같고 경기 스피드도 훨씬 빠릅니다.
제가 경험한 동남아 리그는 전반적으로 외국선수가 경기의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외국선수의 입장에서 실수를 하면 곧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감 컸죠. 경기의 흐름을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차이는 국내 리그에서 국내 선수로 뛰느냐 해외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로 뛰느냐에 대한 마음가짐과 팀 선수들간의 신뢰부분의 차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K리그에서 센터백이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로 경기를 소화하셨는데 어떤 포지션을 선호하나요? 어떤 모습으로 많은 축구팬들에게 인식되고 싶은지?
▲ 국내 팬들에게는 센터백에 대한 이미지가 없으실 수도 있다. K리그로 복귀해서는 대부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플레이했고 간혹 왼쪽 센터백을 소화한 경우도 있어서 센터백에 대한 이미지는 상상이 안가실 수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비수가 아니면 그다지 선호하진 않았습니다. 아주 어릴 적에는 수비수로 플레이를 했었고, 프로 리그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그리고 해외 나가서는 중앙 수비수로 뛰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러다 보니 많은 플레이를 경험했던 중앙 수비수가 전반적으로는 위치 선정이나 플레이를 하는 것이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올해 국내로 복귀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플레이를 하다 보니 전술이나 상황에 어느 포지션에 뛰어도 크게 상관이 없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젠 수비형 미드필더나 센터백은 각각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쓰리백이나 포백이나 전술의 변화에 맞춰 이동해서 플레이를 하는 것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혹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투 볼란치보단 원 볼란치로 플레이하는 게 조금 더 플레이 스타일에 맞는 것 같습니다. 가장 선호하는 포지션은 센터 백으로는 쓰리백 전술 시 오른쪽이나 중앙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많은 축구 팬분들께는 수비수나 미드필더나 전술에 변화에 맞게 수비면 수비수로서 안정감도 있고, 수비 지역부터 공격 전개의 시작점을 책임지는 전술의 다양성을 가진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 본인이 생각하는 ACL은 어떤 대회이고 본인에게 어떤 의미였나요? ACL의 경력은 선수 생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 ACL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대회이고 선수로서 그런 큰 규모의 대회에서 플레이를 한다는 건 모든 선수들의 로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더 큰 무대에서의 높은 레벨의 선수들은 만나 상대한다는 건 축구 선수로서 늘 갈망하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톱 클래스 선수들을 만나 부딪쳐보면 스스로가 많이 업그레이드가 된다는 걸 느꼈고, 그러다 보니 ACL 경기는 준비도 열심히 하게 되고 마음가짐이 남다른 거 같습니다. 전 아시아 인구가 플레이하고 있는 경기를 지켜본다는 건 선수로서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ACL을 참가하면서 저는 주로 해외리그에서 활동을 하는데도 많은 국내 팬분들이 응원을 보내 주시기도 했습니다. 국제 경기에서 한국 선수만으로 응원을 해주시는 모습들의 따듯함이 있었다. ACL의 경기는 잘했건 못했건 나의 경력의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다는 꼬리표가 붙는다는 게 너무 기분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 동남아시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한국선수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도전을 하려고 하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 ‘동남아 선수들은 피지컬도 약하고 리그 수준이 낮다’라고 생각하고 만만하게 도전해서는 안 됩니다. 조금 더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고 정신적인 부분도 잘 준비되어야 합니다. 절대 상대를 얕잡아 보지 않고 경기에 임해야 하고 매 경기 잘 준비하고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동남아 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본인의 기준에서의 국내의 환경과 해외리그를 직접적으로 비교를 해서 불평을 해서는 많이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날씨, 잔디 등의 환경이나 시스템에 잘 적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의 도전하고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외로움도 문화적인 부분도 일상에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잘 적응해서 많은 선수들이 해외리그에서 많은 성공을 이뤘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과 축구 선수로서의 꿈과 목표는 무엇인가?
▲ 제가 올해로 프로 9년 차입니다. 프로의 세계에서의 경쟁과 냉정함에 있어서 초반에는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제 경기력에 대한 후회, 경쟁 그리고 부상의 걱정들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인지는 모르겠는데 남은 기억은 행복하게 축구를 했던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앞으로는 스트레스 없이 행복하게만 큰 부상 없이 프로생활 15년을 채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좋은 플레이로 보답하는 축구선수가 되겠습니다.
저를 기억해 주시는 모든 팬분들께 제가 어디에 있든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저를 끝까지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김봉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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