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술상’ 최자가 일찍 은퇴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17일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방송된 KBS 음식 다큐멘터리 '한국인의 밥상' 의 스핀오프 프로그램 ‘한국인의 술상’ 에서는 ‘Episode 4.시간이 빚은 향기, 15도 청주 그리고 38도 전통소주’가 전파를 탔다.
최자와 최불암은 경상북도 안동을 찾았다. 최자는 “안동은 소주가 아닐까 싶다. 풍광 자체가 안주”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종택을 찾은 최불암은 “한옥은 자연을 불러들인다고 한다. 이 집은 자연이 한옥을 에워싸고 있는 모습이다. 독특하다”고 말했다.
농암 이현보의 17대 종손이 두 사람을 맞았다. 그는 “이 집의 정식 명칭은 농암 선생 종택”이라고 설명했다. 이현보 선생의 후손들이 500년동안 지켜온 집이라고. 최자는 “풍광도 좋지만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은은한 술의 향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좋은 술이 있는 곳이라 술 기운에 벌써 취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최자와 최불암은 원주 숙성실을 찾았다. 최불암은 “쌀이 발효되는 특유의 달콤한 향기가 난다.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이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최불암은 청주를 맛보고 “진짜 시원하다. 맑은 청자를 쓰는 청주답게 색이 맑을 뿐 아니라 맛도 맑다”고 말했다. 최자 또한 “냄새가 달큰해서 달콤할 줄 알았는데 달지 않고 깨끗한 맛이 난다”며 감탄했다.
두 사람은 갓 증류한 소주도 맛을 봤다. 갓 증류한 소주는 도수가 70도라고. 종부는 “오래 될 수록 더 부드러운 맛이 난다. 1년, 2년 갈수록 맛은 더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최불암은 “우리처럼 늙어야 진국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네요”라고 말했다.
종부 이원정씨는 “종택에는 언제 어떻게 손님이 오실지 모르니까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차상도 올리고 술상도 올려야 하기 때문에 항상 미리 만들어서 준비해 놓는다”며 각종 안주거리를 내놓았다.

두 사람은 술을 나눠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최불암은 “농암 선생께서도 마흔살이나 어린 퇴계 이황과 벗이 됐다고 한다. 나이의 허물 없이 서로 마음을 나누는 것도 풍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자는 “제가 생각했던 풍류와는 다른 개념을 알게 됐다. 저는 일찍 은퇴하고 농사 지으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 즐길 수 있으면 즐겨야 겠다. 풍류는 바로 지금, 재충전해서 다시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38도 전통 소주도 맛봤다. 최불암은 “소주가 우리의 삶과 닮아있는 것 같다. 다들 청추처럼 향기롭고 달콤한 순간만 있는 줄 알고 바라지만 시련, 좌절, 괴로움 같은 나를 태우는 순간이 지나여만 소주같은 담백한 나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최자는 “그동안 저한테 이런 이야기를 해줄 사람이 없었다. 선배님 만나서 이런 이야기 들으니 너무 좋다”며 감사를 표했다.
최불암은 최자에 “오래 자기 일을 사랑하고 오래 누리려면 진한 잔이 되기 위한 시간을 잘 견뎌서 넘기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최자는 “선배님 인생을 보면서 많이 본받고 배우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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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인의 술상' 방송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