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300만…이러다 극장서 마블 영화만 보게 될지도(종합) [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12.21 13: 19

 정부가 영업시간 및 모임 인원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하며 국내 극장가가 다시 패닉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방역패스 지침에, 시간제한까지 맞물리면서 국내 영화계가 또 다시 얼어붙었다는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상영관협회를 비롯해 극장사,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수입배급사협회 등 영화단체 소속 영화인들은 2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영화업계 지원 호소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위탁 극장을 운영하는 극장주와 영화관 상권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참석했다. 영화인들은 ▲극장 영업시간 제한 즉시 해제 ▲코로나 이후 영화업계 전반의 피해액 산정 및 손실 보상 ▲정부 주도의 배급사 대상 개봉 지원 정책 추진 ▲임차료 및 세금 감면 혜택 등 무너져가고 있는 영화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촉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8월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강화했다. 전국에서 동일하게 4명까지만 사적 모임이 허용되며, 영업시간 제한도 부활해 식당·카페와 실내체육시설은 오후 9시, 영화관·PC방은 오후 10시까지만 문을 열 수 있다. 지난 11월 1일 ‘위드 코로나’를 시작한 지 47일 만에 백기를 든 것. 위드 코로나가 두 달도 못 채우고 파국을 맞게 된 것은 변명의 여지 없이 정부의 오판과 준비 부족 탓이 크다. 거리두기 강화 조처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극장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심야 시간대 예매를 전부 취소하는 사태가 잇따랐다. 매일 오후 7시~8시 사이에 시작하는 영화까지만 상영이 가능하기에, 관객들은 평일 낮 시간대 혹은 주말 오후로 몰리고 있다. 시간 제한 조치로 인해 오히려 사람들이 밀집하는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극장 내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식당·카페·술집과 비교해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극장 측이 코로나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일정한 범위 안에서 독자적으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정부의 이번 영업시간 제한 조치로 극장 개봉을 고려했던 한국영화들이 일정을 미루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관객들은 ‘볼 영화가 없어서 극장에 안 간다’고 아쉬워하고, 투자·배급 및 제작사들은 ‘금전적 피해를 보고 싶지 않다’고 주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관객 감소로 인한 손실은 투자·배급·제작·극장들이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배우들은 이미 출연료를 다 받았기 때문에 비교적 큰 피해가 없겠으나, 중소·대기업(제작 배급 투자사 극장 등)에 관계없이 손해를 보는 것은 마찬가지다.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영화인들의 걱정을 가중시키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는 용기와 패기가 필요하다.
국내 영화업계가 주춤하는 가운데, 해외 블록버스터 특히 마블 작품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지만 말이다. 올해 개봉한 ‘이터널스’(304만), ‘블랙 위도우’(296만), ‘샹치’(174만)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229만), ‘베놈2’(212만), ‘소울’(204만), ‘크루엘라’(198만), ‘듄’(154만) ‘007 노 타임 투 다이’(122만), ‘미나리’(113만)가 100만 고지를 넘었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21일 오전을 기준으로 300만을 돌파하면서 마블 영화는 무조건 잘 된다는 명제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러다가 국내 극장에서 MCU, 수백억대 블록버스터만 보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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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사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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