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의 아픔을 겪었던 최윤이(22·흥국생명)가 프로 복귀 후 감격의 첫 수훈선수 인터뷰를 진행했다.
흥국생명은 21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결과로 시즌 첫 2연승에 성공하며 4위 인삼공사와의 승점 차를 15점으로 좁혔다. 시즌 5승 12패(승점 15) 5위.
백업 자원인 최윤이는 이날도 웜업존에서 경기를 출발했다. 레프트 자리는 주장 김미연과 신인 정윤주가 담당. 그러나 이날따라 정윤주의 공격이 좀처럼 풀리지 않았고, 박미희 감독은 1세트 16-13에서 최윤이를 전격 투입했다.

변화는 대성공이었다. 수비가 강점인 최윤이가 들어가면서 리시브 라인이 안정을 찾은 것. 아울러 공격에서도 결정적인 블로킹 2개를 포함 6점(공격성공률 28.57%)을 책임지며 첫 연승에 기여했다. 백업인 그가 3세트 이상 출전한 건 지난달 2일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49일만이었다.
사령탑도 경기 후 최윤이 투입을 이날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박 감독은 “코트에서 보이진 않지만 뒤에서 늘 자기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준비한다. 그래서 그런지 중요할 때 들어가서 잘해준다. 최윤이가 기대 이상으로 해줬다”고 박수를 보냈다.
최윤이는 경기 후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냈다. 방송사 수훈선수로 선정되며 정규리그에서 처음으로 마이크를 통해 떨리는 소감을 전했고, 뒤이어 동료들의 물세례를 받았다. 이후 취재기자 인터뷰실에도 들어오며 잊지 못할 하루를 경험했다.

최윤이는 “시즌 첫 연승이라 기분이 너무 좋다. 그 전에 힘든 부분이 많았는데 IBK기업은행전부터 준비를 잘했고, 그 리듬이 이어져 연승을 하지 않았나 싶다”며 “경기 전 선수들끼리 서로 힘이 돼주면서 분위기를 살리자고 했는데 이전 경기와 오늘 그 부분이 잘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윤이는 22살의 어린 선수이지만 고교 졸업 후 우여곡절이 꽤 많았다. 2016-2017시즌 2라운드 2순위로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뒤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며 2019-2020시즌에 앞서 자유신분선수로 방출됐고, 이후 실업무대인 포항시 체육회로 향해 커리어를 이어갔다.
그런 최윤이를 다시 부른 건 흥국생명이었다. 김연경, 이재영이 모두 빠져나간 상태서 레프트 보강이 절실했던 박미희 감독은 리시브 라인 강화의 적임자로 수비형 레프트인 최윤이를 점찍었다.
V리그로 돌아온 최윤이는 흥국생명에서 주전을 꿰차진 못했지만 성실한 훈련 태도와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워 조커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그리고 이날도 1세트 중반부터 코트를 밟고 존재감을 발휘하며 데뷔 처음으로 수훈선수에 뽑히는 기쁨을 안았다.
최윤이는 “경기를 준비하면서 내가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실수를 하더라도 자신감을 갖고 과감히 하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오늘(21일) 결과가 좋았다”고 활약 비결을 전했다.
그러나 그 전에 최윤이의 피나는 노력이 없었다면 이날 인터뷰실에 다른 선수가 들어왔을지도 모른다. 웜업존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도 늘 연습하고 연구하며 자신이 주인공이 될 그날을 꿈꾼 결과 달콤한 열매를 맛봤다.
최윤이는 “선발이 아니더라도 늘 뒤에서 응원하면서 코트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을 많이 한다”며 “남들 쉴 때 나와서 운동을 했고, 노력하면 기회가 한 번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열심히 노력했다. 그런데 이렇게 결과가 좋게 나왔다”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