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 만점에 10점! 100점도 부족해요". 배우 정우성이 '고요의 바다'에서 제작자로 변신하며 후배 연기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2일 오전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배우 배두나, 공유,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과 최항용 감독, 박은교 작가 그리고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석해 방송인 박경림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고요의 바다'는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근미래의 지구,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다.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큰 호평을 받았던 최항용 감독의 동명 단편 영화를 시리즈화한 작품으로 인류 생존의 단서를 찾아 달로 떠난 탐사대원이 마주친 미스터리를 그린다. 배두나, 공유, 이준, 김선영, 이무생, 이성욱 등이 목숨을 건 임무에 자원한 최정예 대원으로 분해 극을 촘촘히 채우며 생경한 영역으로 남아있는 달 한가운데에 버려진 발해기지를 배경으로 예측불가한 이야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특히 '고요의바다'는 배우 정우성이 제작자로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우성은 "단편 영화를 보자마자 매료됐다"라며 "설정이라는 게 한 영화의 세계관을 구성하고 전체를 좌지우지한다. 똑똑한 설정 안에서 한국적인 SF를 할 수 있다는 소재라는 생각에 하게 됐다"라고 제작에 참여한 계기를 밝혔다.
이에 공유는 참여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기발한 상상력과 독창적인 소재 그리고 제가 기다렸던 장르물 그리고 정우성"이라고 말할 정도로 정우성에 대한 신뢰를 드러앴다. 김선영 역시 "정우성 선배님이 제작을 하신다고 해서 하게 됐다"라며 "앞으로도 정우성 선배님이 뭘 만들던지 제안 주시면 다 할 거다"라고 말했을 정도.

정우성은 실제 캐스팅 과정에도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캐스팅을 완성하는 과정에 있던 사람"이라고 제작자인 스스로를 소개했다. 그는 "배두나 씨가 어떤 촬영을 하고 휴식기를 갖겠다고 할 때였다. 해외 나가서 쉬는 동안 시나리오를 읽어봐 달라고 했는데 말이 그렇지 쉬는 사람한테 시나리오를 읽어봐 달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서 기다리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제가 배두나 씨가 있는 파리에 일 때문에 갈 일이 있었다. 그런데 저를 기다리고 있더라. 만나서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각자 해외로 넘어가는 일정에서 SNS로 '잘 읽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하고 나중에 '도전해볼 만한 이야기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이렇게 범지구적인 행동반경에서 캐스팅할 수 있는 제작자가 몇 명이나 있을까 생각도 해보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편의 반짝반짝함과 겁없는 도전이 단편이라서 가능한 관용도가 있어서 가능했다. 그런제 장편으로 제작할 때 가능한 부분, 그 작업에 어울리는 배우들 그리고 각자 역할을 맡으면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는 상상할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상상으로 연기를 해나가는 게 또 다른 도전일 수 있는데 그걸 기꺼이 해줄 수 있는 배우들이 누구일지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 배우들이 해줬으면 좋겠어'라는 바람으로 접근했다"라고 털어놨다.
동시에 그는 "사실 두려웠다"라며 "배우들이 응했을 때 기쁨은 잠시였다. 다시 이걸 현장에서 배우들이 바라는 '고요의 바다'로 완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구현은 고스란히 제작사에서 만들어줘야 하는 거라 기쁨과 설렘이 계속해서 공존했다. 그리고 완성이 됐을 때, 완성이 된 다음에도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으려는 목적성이 있었지만 가장 먼저 '같이 한 배우들이 마음에 들까?' 그걸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말 한 마디 함부로 못 물어봤다. '어떻게 봤을까?' 생각하면서도. 그런데 다들 너무 만족스러운 이야기를 해서 고마웠다"라고 밝혔다.

배두나는 '제작자 정우성'에 대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제작자 분은 처음 봤다. 하루도 안 빼놓고 현장에 있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너무너무 공을 많이 들이셨다. 저렇게 많이 신경 써주는 제작자 분은 저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또 배우 대선배님이시라 후배들이 혹시 불편하진 않나 굉장히 많이 신경 써주셨다. 배우의 상황을 가장 많이 돌봐준 제작자 분이었다. 저희는 너무 행복했다"라고 말했다.
공유 역시 "배두나 씨 이야기와 비슷하다. 아무래도 저희랑 같은 배우의 입장이시다 보니까 배우가 어떻게 하면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편할 지에 대한 구분을 잘 잡아주신 것 같다. 그리고 현장에서 늘 저희와 함께 계셨다. 그렇게까지 하실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그런데 작품에 대한 열정이나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이 정말 넘치셔서 배우들이 촬영이 늘 쉽지 않은데 좋은 제작사 대표님 덕에 현장에서 파이팅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거들었다.
또한 그는 "굉장히 존경스러운 부분을 접했다. 그리고 워낙 제 나이 때 청춘스타이고 우상이셔서 그래서 조금 더 어렵고 미지의 영역이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었다. 이를 계기로 제작사 대표님이고 선배님이기도 하지만 인간적으로 좋은 형을 알게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불편하고 업보같기도 하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돈독함을 뽐내기도 했다.

실제로 '고요의 바다'는 현장 분위기가 유독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유는 "연령대가 다들 비슷해서 배우로서 경험도 많아서 자연스럽게 초반부터 단합이 잘됐다. 누구 하나 모자란 사람 없이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려하고 마치 오래 알고 있던 친구들처럼 현장에서 지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춤 뿐만 아니라 상황극도 많았단다. 김선영은 "제가 상황극을 좋아해서 믿도 끝도 없이 던졌다. 공유 씨 한테 '슈퍼 아저씨, 이거 껌 얼마예요?'라고 던지는 거다. 그럼 다들 씨익 웃으면서 받아줬다. 배두나 씨는 도망가면서도 옆에서 웃었다. 이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공유, 배두나 분량 많은 이 두 배우가 너무 편하게 노는 걸 좋아해줘서 그랬다. 그래서 우리가 함께 즐거울 수 있었다. 두 분의 캐릭터가 다 만들어준 거다. 다시 꼭 해보고 싶다"라고 했다.
정우성은 "배두나 배우가 도망간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상황극에 빠져 있었다. 와플 가게 주인이었다"라고 했다. 이에 배두나는 "저 나름대로 '부캐'에 빠져 있어서 바빴다"라며 "저는 그렇게 스태프 먹이는 걸 좋아한다. 간식 같은 걸. 그래서 영양사 같은 '부캐'가 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제작자 정우성은 '빗자루'와 얽힌 비화도 털어놨다. 그는 "실내 공간은 구현되는데 자연의 구현이 가장 어렵다. 달의 지면에 아무것도 없지 않나. 그게 제일 어렵더라. 그리고 한정된 시간에서 정해진 분량을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빗자루를 들고 발 지면에 찍힌 무수히 많은 발자국을 지워야 했다. 배우들만 올라가서 촬영하는 게 아니라 많은 스태프들이 올라가서 지구인들의 발자국이 고스란히 있으니까 발자국을 지우는 행위를 제가 앞장서서 했다. 시간 안에서 빨리 효율적으로 촬영하기 위해서는 경험 많은 사람이 정해진 길을 만들어주는 게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제가 달지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공유는 "그게 저희 메이킹에 많이 찍혀있다. '우리 시대 달지기'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나올 수도 있다. 어떤 음악이 깔리느냐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달라지는 영상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최근 한국 콘텐츠가 전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고요의 바다' 팀의 부담감은 없었을까. 정우성은 "부담된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작품마다 고유의 세계관에 전달되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에 앞 작품들의 성공에 비교할 수는 없다. '고요의 바다'가 가진 고유의 정서가 어필이 될 거고 그게 얼마나 세계인들에게 보편적인 사랑을 받느냐가 문제다. 그렇게 많은 사랑을 받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거지 그걸 꼭 쟁취할 거라는 막연한 욕심은 없다. 좀 더 많은 분들에게 '고요의 바다'가 사랑받기를 간절히 원할 뿐"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정우성은 배우가 아닌 제작자로 '고요의 바다'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배우로서 출연에 대한 욕구는 당연히 동반된다. 단편에서 장편화 할 때 애초에 7년 전에는 제가 주인공으로 설정되는 이야기도 가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과정 속에서 우여곡절이 어떻게 보면 지금 완성된 온전함을 위한 지나간 바람이었다. 지금 '고요의 바다'에 나온, 제가 할 만한 역할이 공유 씨 역할이라고 상상할 텐데 저는 공유가 한 걸 죽었다 깨나도 못할 것 같다. 그만큼 그 역할이 원래 공유의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고요의 바다'에 대한 출연 욕심을 조금도 없다. 제작자로서 환경을 바라보고 어떤 걸 채워가야 하는지 고민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좋았던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아무래도 저희가 계속해서 나온 단어가 '도전'인 것 같다. 시도해보지 않은 장르, 단편을 장편화 시키는 것 나아가 더 확장해서 시리즈로도 만들고, 새 장르와 새 시리즈에 모든 사람이 각자의 도전 의식으로 참여하게 됐다. 그 '도전'이 과정 속에서 흔들리고 의심할 때가 생긴다. 자기가 선택한 도전에 대한 확신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해준 우리 팀들의 완성도가 이 작품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그는 "제작자로서 스스로를 몇 점이냐고 평가하냐면 작품이 세상에 나간 다음에 평가받는 것 같다. 스스로 평가하긴 힘들다"라고 했다. 이에 공유는 "10점 만점에 10점이다. 100점을 드려도 모자랄 제작자 대표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고요의 바다'는 24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