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상처 기억해야" vs "드라마로 보길"…'설강화', 5일째 팽팽한 의견 대립 [종합]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12.22 14: 31

“역사의 상처 앞에 겸허해야 할 것” vs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길”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 이하 설강화)에 대한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작진이 “역사 왜곡이 아니다”라고 다시 한번 입장을 밝혔으나, 대중의 싸늘한 시선은 여전하다. 방송 금지 청와대 청원 30만 명 동의, 국가보안법 위반 고발, 방심의 민원 등이 이를 증명하고, 이에 반박하는 청원이 등장하는 등 여전히 의견은 팽팽하다.
21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SNS에 “대체 이게 뭐 하는 짓들인지... 한쪽에서는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고 난리를 치고, 다른 쪽에서는 간첩을 미화했다고 국보법으로 고발을 하고, 편은 다르지만 멘탈리티는 동일한 사람들, 둘 다 열린 사회의 적들입니다”고 말했다.

JTBC 제공

이어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로 봐라, 제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의 초석이다. 그 초석을 흔드는 자들은 단호히 배격해야. 도대체 무슨 권리로 다른 시청자들의 권리를 자기들이 침해해도 된다고 믿는 건지. 징그러운 이념깡패들의 횡포를 혐오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진중권 전 교수와는 다른 의견을 내놨다. 심상정 의원은 “얼마 전, 전두환의 죽음에 부쳐 ‘전두환의 시대가 과연 끝났는지 우리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드라마 ‘설강화’ 논란을 지켜보며 기우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전두환 재평가에 이어 엄혹한 전두환의 시대까지 재평가하려는 시도에 비애를 느낀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다. 전두환 국가전복기의 간첩 조작, 고문의 상처는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계신다”고 말했다.
이어 “엄혹한 시대에 빛을 비추겠다면, 그 주인공은 독재정권의 안기부와 남파간첩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되어야 한다. 이미 ‘오월의 청춘’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다.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서 겸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설강화’는 방송 전부터 불거졌던 민주화운동 폄훼, 간첩 미화 등의 논란에 다시 한번 휩싸였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 21일 “작품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2회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역사 왜곡’과 ‘민주화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겼다”고 입장을 밝혔다.
‘설강화’ 측은 지난 3월부터 지금까지 4번의 입장 발표를 통해 ‘설강화’가 역사를 왜곡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국민 청원 등을 통해 ‘설강화’가 역사 왜곡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방송을 중지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설강화’에 제작 지원, 광고를 집행한 업체들을 압박했다.
이에 ‘설강화’ 측은 “회차별 방송에 앞서 많은 줄거리를 밝힐 수 없는 것에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의 전개를 지켜봐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포털 사이트 실시간 대화창과 공식 시청자 게시판을 오픈해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설강화’ 드라마의 실시간톡과 시청자 게시판은 오픈된 상태로, 많은 이들의 갑론을박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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