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은 종종 경기를 앞두고 “도전자의 자세로 경기에 임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유가 있다.
김 감독은 22일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현대건설과 경기를 앞두고 “여전히 기는 죽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1승이 배고프다. 하지만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지금도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연습한다”고 전했다.
매 라운드 1승 목표를 세웠지만 쉽지 않다. 지난달 9일 IBK기업은행 상대로 창단 후 첫 승리(세트 스코어 3-1)의 기쁨을 만끽한 페퍼저축은행 선수단. 하지만 2라운드 6경기 전패를 당했고 3라운드에서도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11연패 중이다. 1승 16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김 감독은 “1승에 대한 갈증은 있지만 선수들이 기죽지 않고 하고 있다. ‘최대한 도전자 처지에서 배우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보자’고 다짐을 하고 나왔다”고 했다.
김 감독은 “처음으로 팬레터도 받았다”면서 팬들의 응원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현대건설과 승부가 시작됐다.
결과는 세트 스코어 0-3(15-25, 20-25, 19-25) 셧아웃 패배. 매 세트 중반까지는 접전을 벌였다. 하지만 범실, 실점이 반복되면서 1세트도 따내지 못했다. 경기 중간 중간 작전 타임 때마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지시에 씩씩하게 “네”하고 답하는 목소리가 경기장을 울렸지만,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고비 때마다 우리 범실로 점수를 주는 모습이 아직도 나타난다”면서 “코트 안에서 득점을 만들어줄 수 있는 ‘감독’이 있어야 한다. 그런 임무를 해낼 수 있는 ‘에이스’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또 그는 “경기 경험과 연습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세터의 역할이 중요한데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한다, 못한다‘라고 말하기보다도 전력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고 하루아침에 달라질 순 없는 문제다. 경험과 시간이 쌓이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분위기를 바꿀 수 있게 잘 만들어보겠다”고 다시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은 이번 3라운드 현대건설전까지 16차례 패배의 쓴 맛을 봤다. 그는 패해 후 부족했던 점을 찾아본다. 감독으로서 살펴볼 수 있는 일이다. 대신 페퍼저축은행이 신생 팀이고, 구성원이 그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선수들인만큼 경험이 쌓일 시간이 필요하다며 감싼다. 경기 전 김 감독이 말한대로 기죽지 않도록 베테랑 감독으로서 애쓰는 중이다.
그런 면을 보고 팬들도 ‘승패를 떠나 열심히 하는 자세, 감독님이 선수들을 부드럽게 이끌어준 덕에 페퍼의 팬이됐습니다. 건강하시고 코로나19 조심하세요’라는 내용을 담은 팬레터도 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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