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철 매직?’ 2G만에 달라진 IBK, 조송화 악재 딛고 다크호스 되나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2.24 05: 14

졌지만 잘 싸웠다. 그리고 확실히 이전과 비교해 달라졌다. 2경기만에 발전 가능성을 보인 ‘호철 매직’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23일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한국도로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2-3으로 석패했다.
지난 8일 IBK기업은행의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호철 감독의 두 번째 경기였다. 데뷔전이었던 18일 화성 흥국생명전에선 승부처 잦은 범실과 리시브 라인 붕괴로 0-3 완패를 당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나흘이라는 시간 동안 그래도 어느 정도 토종 라인업이 비교적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23일 오후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가 열렸다.4세트,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2021.12.23 / dreamer@osen.co.kr

IBK기업은행은 8연승 중이었던 2위 한국도로공사를 1세트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조송화의 이탈로 주전 세터가 된 김하경이 김희진, 김주향, 표승주 삼각편대를 골고루 활용했고, 이전보다 견고해진 리시브 라인이 상대 주포 켈시와 박정아의 공격을 잇따라 받아냈다. 베테랑 센터 김수지마저 종종 몸을 던지는 수비로 코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 결과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물론 급격한 집중력 저하로 3, 4세트를 모두 내줬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5-8로 뒤지던 경기를 기어이 듀스로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IBK기업은행이 승점을 따낸 건 5일 화성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4경기만의 일. 그 동안 좀처럼 자기 자리를 찾지 못했던 김희진이 무려 32점(공격성공률 37.17%)을 올린 부분도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결과는 대역전패였지만 사령탑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내홍사태로 대혼란에 빠진 팀이 2위를 상대로 발전 가능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호철 감독은 “선수들이 전부 열심히 했다. 너무 열심히 하다 보니 체력이 고갈됐다”며 “크게 높이 살 건 하고자 하는 의지가 표정으로 나왔다. 그게 오늘 경기의 가장 큰 소득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접전 끝에 2세트를 잡아낸 IBK기업은행 선수들과 김호철 감독이 3세트 시작을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1.12.23 / dreamer@osen.co.kr
적장인 김종민 감독도 김호철호의 발전 가능성에 경계를 드러냈다. 하마터면 6위에게 발목을 잡힐 뻔했던 김 감독은 “상대가 예전과 다른 패턴으로 빠르게 가서 블로킹이 당황한 부분이 있었다”며 “앞으로 IBK기업은행이 굉장히 좋아질 것 같다. 높이가 있고 공격력도 좋은 팀이라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다만 여전히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시즌 도중 주전 세터와 외국인선수가 모두 바뀌었고, 선수단 전체가 조송화&김사니 악재로 심리적 불안을 겪었기에 안정화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새 외국인선수 산타나 역시 아직 몸이 덜 만들어진 상태다.
김 감독은 “세터의 공 배분과 관련해 몇 가지 연습을 했는데 그게 별로 안 나왔다. 그러다보니 김희진 쪽으로 공이 몰리는 상황이 왔다. 또 2세트를 이겨놓고도 정신력, 대응력 등이 아직 불안하다”고 진단하며 “연습과 대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간다면 공격수들이 조금은 편한 공격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바라봤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수들의 재능과 의욕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김 감독은 “당장 좋아지진 않겠지만 하려는 의욕은 좋다. 가능하면 편안하게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한다. 개개인 능력은 좋다. 잘 맞추면 원래 괜찮은 팀의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내홍사태로 시즌 초반 쑥대밭이 됐던 기업은행이 김호철 감독 체제 아래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 2위 도로공사를 상대로 치른 풀세트 승부는 향후 큰 자산이 될 것이다. 김 감독은 “조금만 참고 기다려주시면 좋은 팀, 팬들이 좋아하는 팀으로 거듭나게끔 하겠다”고 쇄신을 약속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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