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이 이렇게 어렵다.
화성 홈 코트에 32점(공격성공률 37.17%)을 퍼부으며 맹활약을 펼친 IBK기업은행 김희진이 마지막 범실 하나에 결국 눈시울이 붉어진 채 정리운동도 없이 코트를 빠져나갔다. 팬들의 격려에 인사를 전하는 김희진의 눈가는 아쉬움이 가득차 그렁그렁했다.
23일 경기도 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IBK기업은행과 한국도로공사의 경기. 연승을 달리는 도로공사를 홈에서 맞이한 기업은행은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지만 결국 세트 스코어 2-3(25-21,26-24, 14-25, 22-25,14-16)으로 석패했다.

시작은 좋았다. 2021년 홈 마지막 경기이자 크리스마스를 앞둔 화성실내체육관. 경기 전 홈 팬들의 손팻말 응원과 김호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산타 복장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루돌프 머리띠를 한 김희진과 산타 모자를 쓴 김호철 감독의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귀한 장면. 내홍에 지친 기업은행 팬들을 위한 훈훈한 성탄 선물이었다.



기업은행에 진짜 성탄 선물이 올 것 같았다. IBK기업은행은 8연승 중이었던 2위 한국도로공사를 1세트부터 거세게 몰아붙였다. 조송화의 이탈로 주전 세터가 된 김하경이 김희진, 김주향, 표승주 삼각편대를 골고루 활용했고, 이전보다 견고해진 리시브 라인이 상대 주포 켈시와 박정아의 공격을 잇따라 받아냈다. 베테랑 센터 김수지마저 종종 몸을 던지는 수비로 코트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그 결과 1, 2세트를 연달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다.



급격한 집중력 저하로 기업은행은 3, 4세트를 모두 내줬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마지막 5세트에서 5-8로 뒤지던 경기를 기어이 듀스로 끌고 가는 저력을 발휘했다. 14-14 듀스 상황, 도로공사 켈시의 공격이 코트 안쪽에 떨어진 뒤 긴 랠리 끝 김희진의 백어택 범실이 나오며 다 잡은 대어를 놓쳤다.
승리가 너무나도 간절했던 김희진은 폭풍 활약에도 마지막 범실 하나를 너무 아쉬워했다. 경기를 마치고 팬들에게 인사를 전한 김희진을 비롯한 IBK기업은행 선수들. 코트 끝에서 웅크려 한참을 아쉬워한 김희진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이 밀려오는 듯 유니폼으로 눈가를 훔쳤다.




경기를 마치고 코트에 앉아 칭칭 감아두었던 테이핑과 신발 등을 풀며 정리운동을 하는 것이 배구선수들의 루틴. 하지만 김희진은 경기에서의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는지 팬들의 격려에 묵묵히 눈인사를 전하며 동료들보다 먼저 코트를 빠져나갔다. 김희진의 그렁그렁한 눈시울은 그가 얼마나 승리를 간절히 바랐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조송화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는 IBK기업은행 배구단 프론트와 김희진을 비롯한 선수들에게 필요한 약은 바로 승리다. 기업은행에게 붉어진 눈시울 대신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아이의 미소는 언제쯤 찾아올까. /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