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해각' 문근영X조한선X강상준, '드라마 스페셜 2021' 대미 꽉 채운 묵직함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12.24 14: 50

'기억의 해각'이 배우 문근영, 조한선, 강상준의 묵직한 감정 연기로 '드라마 스페셜 2021'의 대미를 장식한다.
KBS는 24일 오후 단막극 '기억의 해각'의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 됐다. 행사에는 배우 문근영, 조한선, 강상준과 작품을 연출한 이웅희 PD가 참석했다. 
'기억의 해각'은 알코올 중독 남편을 간호하던 아내가 알코올 중독이 되어 상처 속을 헤매다가 미지의 소년을 만나 남편에 대한 사랑, 그 지독한 감정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KBS의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페셜 2021'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문근영이 아내 은수, 조한선이 남편 서경, 강상준이 소년 해각 역을 맡아 출연했다. 

이웅희 PD는 드라마에 대해 "알코올 중독 남편을 간호하던 아내가 도리어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아이러니에서 출발하는 드라마다. 그 상황에서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잘 보여주기 위해 집중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들'에 이어 '기억의 해각'을 연출한 이웅희 PD는 "대본이 너무 좋았다. 이 대본을 접한지는 꽤 됐는데 조금 망설였다. '이 대본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다. 굉장히 감정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고, 깊이를 보여줘야 하는 대본이라 저 같은 초보 감독이 감당하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계속 대본이 눈에 밟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또 좋은 배우들을 만나게 돼서 잘 할 수 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스페셜 2021'에서 두 작품을 선보인 소감에 대해 "한해에 두 편이나 하게 돼 회사에 감사하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너스레를 떤 뒤 "저도 노력해야 하지만 배우 분들께서 굉장히 많은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주셔서 이 분들이 캐스팅 되고 나서 이 분들이 편하게 하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희 촬영지가 강원도라 날씨도 변화무쌍했는데 감정에 집중하실 수 있게 그런 변수를 없애는 데에 초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웅희 PD는 '기억의 해각' 제목이 가진 의미에 대해 "저도 이번에 '해각'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묵은 뿔이 빠지고 새 뿔이 돋아난다는 단어다. 저희 작품에서 해각이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해각'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도 세 인물과 연관이 있다. 세 사람의 기억이 또 연관이 있는데 작품을 다 보시면 '기억의 해각'을 이해하실 수 있을 거다. 영문 제목은 'abyss(어비스)'다. 번역하면 '심연'이라는 뜻이다. 깊은 구렁텅이를 의미하는데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감정의 수렁을 의미로 담았다고 하시더라. 우리 드라마랑 맞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각 인물들이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끊을 수 없는 관계와 기억들을 나타낸다"라고 설명했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쉽지 않은 소재에 대해서도 이웅희 PD는 "누구나 보편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인생의 슬럼프일 때 ‘이러면 안 돼’라는 걸 알면서도 반복하는 경험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배우 분들도 그런 점을 떠올려 주시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알코올 중독은 술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은수나 서경이나 평범한 사람이 단순히 술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그렇게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게 만든 인생의 상황에 초점이 맞춰진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의 피폐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긴 했기 때문에 알코올 중독의 모습이 나오는 점에 있어서는 배우 분들이 희생을 많이 해줬다. 서경은 면도도 며칠 안하고 연기하고 맨 정신인데 취한 것처럼 해야 했다"라고 했다. 
문근영은 '기억의 해각'으로 2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한다. 그는 출연 계기에 대해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저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이 되더라. 다 읽고 났을 때는 이미 제가 엉엉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다, 내가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표현해서 이 감정을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하고 연기하게 됐다. 아주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조한선은 '드라마 스페셜' 시리즈에 처음으로 도전한 바. 그는 "대본에 시적인 대사가 너무 좋았다. 뭔가 고통 속에서 아픔, 욕망 이런 것들이 보인 대본이었다. 희노애락이 다 들어가 있어서 힘들지만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강상준은 '기억의 해각'으로 처음으로 방송에 출연한다. 이와 관련 그는 "제가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배우는 아니라 감독님이 저를 선택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인사를 다니는 신인이다. 그렇지만 출연 의미를 물어보신다면 제가 아직 많은 의미를 가진 배우는 아니라 현장에서 선배님들과 감독님들이 만들어주신 것 같다. 그래서 이 첫 작품이 더 특별해진 것 같다. 본방송을 보면서 더 멋진 의미를 저도 가슴에 새기겠다"라고 했다.
또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첫 연기에 대해 "정말 즐거웠다. 제가 기가 죽지 않게, 제가 준비한 걸 할 수 있게 근영 선배님도 많이 위로해주시고 감독님도 긴장하지 않게 '편집의 힘이란 게 있으니 발연기를 해도 만들어주겠다. 무대에서 했던 것처럼 편하게 해라'라고 해주셨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 이웅희 PD는 "제가 캐스팅을 했다기 보다 작가님이 대본을 잘 써주셔서 배우 분들께 간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저도 모든 배우들에게 열린 건 아니었다"라며 확신의 캐스팅을 힘주어 말했다. 
먼저 그는 "문근영 씨 같은 경우 보통은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기억하시던데 저는 '가을동화', '명성황후'에서 봤던 서글픈 느낌이 제 인상에 남아 있었다. 연기력 자체도 훌륭하지만 이 대본의 은수라는 역할을 잘 소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이어 "조한선 씨는 보시면 아시겠지만 눈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제가 서경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게 '아내를 바라볼 때 많은 생각이 담긴 눈빛'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래서 서경을 떠올리면서 조한선 씨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강상준은 처음 봤을 때 멀쑥하고 점잖은 인상이라 해각이 뮤지션이고 까불거리는 캐릭터라 안 어울리지 않나 생각했는데 두 번째로 카페에서 미팅을 할 때 조금 더 편한 모습으로 나왔는데 순간적으로 말하는 모습이나 제스처에서 해각의 모습이 떠올랐다. 실제로 촬영을 해보니 모두 더할 나위 없었다"라고 캐스팅 이유를 설명했다.
내용과 메시지는 묵직한 만큼 촬영 현장도 치열했다. 문근영은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서경과 찍을 때는 피 튀기는 현장이었고 해각과 찍을 때는 '꽁냥꽁냥'한 현장이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는 참 좋았다"라고 했다. 
또한 강상준은 "제가 카메라 연기가 처음이었는데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 있었다. 그런데 계속 떡볶이를 먹어서 2시간 동안 떡볶이를 먹다 보니 정말 배가 불렀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조한선은 "고통스러웠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알코올 중독에 관한 드라마인데 정작 술을 한 잔도 못했다. 맨 정신으로 취한 연기를 해야 했다"라고 말해 주위를 폭소케 했다. 
반면 배우들의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문근영은 조한선과의 호흡에 대해 "오빠 눈만 보면 그냥 서경이고 저는 은수가 됐다. 그래서 나중에는 '여보'라고 부르는 게 익숙했다. 죄송하게도. 제 노력보다 눈만 봐도 은수가 돼서 연기를 할 수 있던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조한선 또한 "왜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수식어 앞에 ‘연기’가 달라붙는지 느낄 수 있었다. 촬영 끝나고 문근영 씨한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서경이 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이끌어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는 게 우리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강상준은 선배 연기자들과의 호흡에 대해 "조한선 선배님과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그게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그리고 또 아무래도 남자이기도 하다 보니 친근하게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현장에서도 무서웠다. 친절하게 대해주셨는데도 신인의 두려움이 있었다. 문근영 선배님은 조한선 선배님이 말해주신 것처럼 리드를 잘해주시고 처음부터 저를 귀엽게 봐주셔서 제가 마음껏 귀여운 짓을 할 수 있는 시선으로 봐주셨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경직될 수도 있는데 그렇게 봐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끝으로 이웅희 PD는 "우리 현장에는 적토마가 있는데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서 연출 입장에서는 굉장히 편안하다고 한 적이 있다. 그만큼 배우 분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으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상준은 "드라마를 보시면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묵은 관계에 대한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자부했다. 또한 조한선은 "저희 드라마에는 문근영 씨가 나온다"라고 자신있게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마지막으로 문근영은 "저는 은수가 알코올 중독이지만 어쩌면 은수는 서경에 대한 사랑에 중독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보이기에는 사랑이야기 같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당부했다. 
'기억의 해각'은 오늘(24일) 밤 11시 2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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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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