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근영이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파격적인 설정의 '기억의 해각' 때문이다.
KBS는 24일 오후 단막극 '기억의 해각'의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생중계 됐다. 행사에는 배우 문근영, 조한선, 강상준과 작품을 연출한 이웅희 PD가 참석했다.
'기억의 해각'은 알코올 중독 남편을 간호하던 아내가 알코올 중독이 되어 상처 속을 헤매다가 미지의 소년을 만나 남편에 대한 사랑, 그 지독한 감정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KBS의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스페셜 2021'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문근영이 아내 은수, 조한선이 남편 서경, 강상준이 소년 해각 역을 맡아 출연했다.
특히 드라마는 배우 문근영이 2019년 방송된 드라마 '유령을 잡아라' 이후 2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그는 '노 개런티'로 '기억의 해각'에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문근영은 '기억의 해각' 출연 계기에 대해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저도 모르게 감정이 이입이 되더라. 다 읽고 났을 때는 이미 제가 엉엉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꼭 내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 싶다, 내가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표현해서 이 감정을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하고 연기하게 됐다. 아주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캐스팅 이유에 대해 이웅희 PD는 "제가 캐스팅을 했다기 보다 작가님이 대본을 잘 써주셔서 배우 분들께 간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저도 모든 배우들에게 열린 건 아니었다"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그는 "문근영 씨 같은 경우 보통은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기억하시던데 저는 '가을동화', '명성황후'에서 봤던 서글픈 느낌이 제 인상에 남아 있었다. 연기력 자체도 훌륭하지만 이 대본의 은수라는 역할을 잘 소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캐스팅에 대한 확신을 밝혔다.
이 가운데 문근영은 기혼에 알코올 중독까지 있는 파격적인 캐릭터 설정을 소화하며 이전과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한다. 이에 대해 그는 "연기를 하는 순간부터 변화에 대한 갈망은 있었던 것 같다. 그게 어떨 때는 미미하게 보이고 어떨 때는 과감하게 보이는 정도의 차이일 뿐 연기를 하면서는 늘 변화하고 성장하고 싶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이번에는 조금 확실하게 과감한 선택을 했다"라며 "그런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게끔 해준 가장 큰 힘은 '은수'라는 캐릭터와 대본이었다. 대본이 우선 흡입력이 좋았고 너무 문학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했다.
더불어 그는 "촬영장에서 스태프들도 배우들도 너무 친해져서 연기하는 게 너무 편했다"라며 "힘들고 고통스럽기 보다는 잘 표현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상대 배우인 조한선은 "짧은 작품인데도 고통스럽다고 느낄 정도로 거기에 많이 빠져 있었다. 문근영과 이번에 첫 작품인데 너무나 좋은 에너지를 줘서 서경 안에 빠질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심지어 그는 "왜 문근영이라는 배우의 수식어 앞에 '연기'가 달라붙는지 느낄 수 있었다. 촬영 끝나고 문근영 씨한테 장문의 문자를 보냈다. '서경이 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문근영이라는 배우가 이끌어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는 게 우리 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라고도 말했다.
이에 문근영은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서경과 찍을 때는 피 튀기는 현장이었고 해각과 찍을 때는 '꽁냥꽁냥'한 현장이었다. 그렇지만 전반적인 현장 분위기는 참 좋았다"라고 했다. 그는 조한선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오빠 눈만 보면 그냥 서경이고 저는 은수가 됐다. 그래서 나중에는 '여보'라고 부르는 게 익숙했다. 죄송하게도. 제 노력보다 눈만 봐도 은수가 돼서 연기를 할 수 있던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했고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화답했다.
끝으로 문근영은 "저는 은수가 알코올 중독이지만 어쩌면 은수는 서경에 대한 사랑에 중독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보이기에는 사랑이야기 같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며 애정어린 시청을 당부했다.
2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문근영이 '기억의 해각'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억의 해각'은 오늘(24일) 밤 11시 2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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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