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 '골때녀' PD 인터뷰 다시보니..축구에 진심인 출연자들 농락했나(종합)[Oh!쎈 초점]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21.12.25 03: 53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데 ‘골때녀’가 한 축구 경기에는 각본이 있었다. SBS 효자 예능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샀던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의 제작진이 편집 순서 조작 사실을 인정해 충격을 안겼다.
지난 2월 설 특집 파일럿 예능으로 처음 전파를 탄 ‘골때녀’는 축구에 진심인 여자 스타들이 한데 모여 여자 축구의 르네상스를 펼치는 예능이다. 파일럿 방송 당시부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데 공 하나에 울고 웃는 여자 스타들의 ‘진심’ 덕분이었다.
이는 제작진이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을 터. 그래서 매주 수요일 밤 9시 정규 편성이 되고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진행하며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눈물과 감동, 진심이 담긴 성장 스토리를 안방에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공놀이에 진심인 ‘골때녀’들에게 열광했다.

연출을 맡은 이승훈 PD 역시 지난 6월 OSEN과 단독 인터뷰에서 “제가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램은 '제작진이 움직이는 것’보다 ‘출연자들이 열의를 갖고 주도하는 것'이다. '골때녀'에서는 출연자, 아니 선수들이 축구에 미쳐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제작진의 욕심은 점점 커진 듯 보인다. 출연자들 스스로가 만들어낸 경기 내용과 결과는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 스토리인데 조미료를 너무 많이 쳤다. 득점 과정을 좀 더 극적으로 만들어 흥미진진한 접전을 연출하려는 욕심이 과했다.
문제가 된 22일 방송에서 FC 구척장신과 신생팀 FC 원더우먼은 전반전 3:0으로 마친 뒤 후반전 초반 3:2까지 접전을 펼쳤다. FC 원더우먼이 극적으로 따라붙는 듯 보였지만 결국 한번도 리드를 놓치지 않은 FC 구척장신이 최종 6:3으로 승리했다.
그런데 방송 이후 열혈 시청자들은 편집 포인트를 비교하며 제작진의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뒤에 앉아 있던 김병지와 현영민의 위치 변화, 생수병 개수, 스코어가 적힌 스케치북 등을 근거로 FC 구척장신이 전반전에만 4골 이상을 넣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제작진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꾼 점을 인정하며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사과했다.
팬들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선택이다. FC 구척장신이 3:0이든 4:0, 5:0으로 전반전을 마쳤든 FC 원더우먼이 3골을 따라붙은 건 사실이니 굳이 편집 순서를 바꾸지 않아도 충분한 꿀잼 경기였다는 목소리다. 제작진으로서는 엎치락뒤치락 경기 흐름을 기대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악수를 두고 말았다.
이는 이승훈 PD 스스로 신념을 저버린 실수다. 앞서 그는 “'골때녀'는 단순히 '스포츠 예능', '축구 예능'이라는 생각으로만 접근하거나 기획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선수들이 느끼는 팀 스포츠의 매력,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열정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거듭 강조했던 바다.
특히 그는 “경기 위주로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과 그 외 시간의 예능적 재미도 보고 싶어하시는 분들이 같이 있는 것 같다. 결국 그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는 제작진의 고민”이라며 “드라마를 쓰라고 해도 이렇게 못 쓸 것 같다”고 매 순간 현장에서 느낀 감동과 웃음을 떠올렸다.
아무리 리얼리티 예능이라 해도 연출과 편집을 빼놓을 수 없는 작업이다. 그러나 ‘골때녀’는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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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골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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