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 소송' 앞두고 '위장 사과'...조송화도 쌍둥이처럼 ‘사과의 기본’을 무시했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12.27 03: 13

 뒤늦게 사과를 했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하다. 어쩌면 당연했다. 너무 늦은 사과였고, 사과에 진정성이 없고, 사과의 기본을 따르지 않았다. 앞으로 벌어질 약 4억원의 잔여 연봉 지급을 둘러싼 법정 다툼을 위한 사과였다.   
조송화는 자신의 무단 이탈로 IBK기업은행 사태가 터진 뒤 한 달 넘게 시간이 지나고서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사과했다.
조송화는 지난 22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저를 믿고 응원해주셨던 팬분들에게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고, 또 이렇게 안 좋은 일로 실망감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조송화. /한국배구연맹 제공

11월 13일 팀 훈련 도중 무단 이탈을 시작으로 IBK기업은행은 내홍에 시달렸다. 11월 21일에는 이로 인해 서남원 감독이 경질되기까지 했다. 그동안 조송화는 11월말에 열린 KOVO 상벌위원회 참석 등 직접 사과할 기회가 있었지만, 외면하다가 이제서야 사과를 한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를 시작하며 사과한 이후 조송화의 발언은 항명 사태로 번진 과정에 대해 사과와 설명보다는 자신은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훈련 도중 서남원 감독-김사니 코치-조송화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명확한 사실 관계, 설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서 감독은 “내가 물어도 대답을 안 해, (김사니)코치가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조송화는 “감독님께서 가라고 해서 갔다”며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렇다면 사과할 이유가 없다.
또 조송화는 “구단 측이 언론과 따로 접촉할 경우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남의 탓으로 돌렸고 되려 궁지에 몰렸다.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의 주장에 대해 “구단이 파악한 바로는 그런 사실이 없다. 명예 훼손의 소지가 있음을 조송화 선수측 법률대리인에게 전달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기 위해서는 하지 말아야 할 표현이 있다. ‘본의 아니게, 오해가 있는데, 그럴 뜻은 없었지만, 억울하지만, 나만 잘못한 것이 아닌데’ 등등이다. 조송화는 하지 말아야 할 표현으로 해명, 자기 방어만 열심히 했다.
지난 2월 ‘학교 폭력 논란’으로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던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와 오버랩됐다. 쌍둥이 자매는 이후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듯 했다. 그러나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칼을 들었지만 (상대에게) 휘두르진 않았다”는 발언을 하고, 자신들이 하지 않은 것이 부풀려졌다고 억울하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사과를 하는 것보다 못한 오히려 역효과만 가져왔다.
조송화는 사과를 위한 인터뷰가 아닌 앞으로 IBK기업은행과 법적 다툼을 앞두고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을 되돌려 보려는 의도가 강하게 엿보였다. 법정 다툼을 위한 준비 과정처럼.
IBK기업은행은 지난 13일 "조송화에 대한 선수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고, 지난 17일 KOVO는 IBK기업은행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송화를 IBK기업은행 소속이 아닌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다.
조송화측 법률대리인 조인선 변호사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송화 선수는 사실 관계에 대한 다툼을 떠나 그동안 선수를 믿고 응원해주신 배구 팬분들과 동료 및 관계자분들께 깊은 심려를 끼쳤다는 점에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사과 보다는 IBK기업은행의 계약 해지 조치에 대한 대응이 주목적이었다. 법률대리인은 “구단의 계약 상대방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구단으로부터 위 계약해지의 구체적 사항과 관련한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연락을 받지 못했다. 계약 해지 등 현 상황과 관련하여 법적 절차에 앞서 구단과 원만하게 소통하기를 바라고 있다. 추후 조송화 선수가 구단과 원만한 소통이 진행되지 않아 구단과의 계약관계에 대하여 법적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대응하게 될 경우에도 선수는 성실히 법적 대응에 임할 것이며 그 법적 대응 과정에선 적절한 시기와 방법으로 그동안 조송화 선수가 구단에 대한 신뢰 관계를 지키기 위해 미루어왔던 언론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하고 진상을 규명할 것이다”고 밝혔다.
예고대로 22일 방송 인터뷰를 통해 대응에 나선 것이다. 진정성이 담긴 사과가 아니라 법적 다툼의 시작을 알리는 선전 포고였다. 이어 조송화의 법률대리인은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계약해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 IBK기업은행은 조송화와 3년 FA 계약을 했다. 1년 연봉 2억5000만원, 옵션 2000만원 계약이었다. 올 시즌 잔여 연봉과 2022-2023시즌 연봉을 합치면 약 4억원이다. IBK기업은행은 선수 귀책 사유로 인한 계약 해지임을 내세워 이를 지급하지 않을 계획이고, 조송화측은 자신의 잘못이 없고 구단 책임이라며 이를 받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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