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호철’의 여자부 적응이 순조롭다. 크리스마스인 25일에는 사령탑 커리어 처음으로 선수들과 마니또 게임을 하며 화합을 다졌다.
남자부 시절 호랑이 감독으로 유명했던 김 감독은 여자부를 처음 맡아 호통이 아닌 미소로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지난 2경기서 좋은 플레이가 나오자 주저 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고, 박수와 미소로 선수들의 범실을 격려했다. 물론 욱하는 성격을 아예 숨기진 못했지만 작전타임 때 비교적 침착하고 차분하게 전략을 설명하며 버럭 호철이라는 별명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26일 수원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굉장히 힘들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고 2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하며 “소통을 비롯해 무언가를 지시할 때도 굉장히 목소리를 낮춰야 한다. 톤이 올라가면 긴장하는 것 같다. 남자 선수들과 달리 여자 선수들은 더 섬세하게 설명해야 이해도가 빨라진다. 그것 때문에 힘들다”고 웃었다.

그래도 김 감독은 여자 선수들과 친해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얼마 전 2년차 센터 최정민의 20번째 생일에 장미 스무송이를 직접 준비했고, 지난 한국도로공사과의 홈경기에서는 산타 모자를 쓰고 선수들과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전날 크리스마스 역시 선수들과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김 감독은 “어제 마니또를 해서 혼났다”고 웃으며 “처음 해본 거였는데 유쾌했다. 마니또 찾기를 하면서 재미있게 보냈다”고 말했다.
이날 상대는 올 시즌 1패밖에 없는 절대 1강 현대건설이다. 23일 한국도로공사전에 이어 2경기 연속 난적과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되지만 그래도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김 감독은 “지금 팀을 맡은 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것 같아 부담스럽다”고 웃으며 “현대건설은 원체 강한 팀이고 상승세다. 내가 봐도 현재 가장 잘하는 팀 같다. 오늘은 상대방을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능력으로는 막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어떤 건지를 찾아 해보자고 했다. 단 서브 리시브가 잘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코트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다”고 경계를 나타냈다.
다행히 팀 분위기는 부임 때보다 좋아진 상태다. 선수단 모두 김호철 리더십 아래 내홍사태의 아픔을 서서히 극복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서로 의논하고 노력하고 자기들 스스로 하는 걸 도와주니까 요즘은 많이 밝아졌다. 이야기도 잘한다.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흡족해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