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자 진정성까지 훼손한 '골때녀', 환골탈태? 가능할까 [장우영의 단짠단짠]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1.12.27 17: 37

파일럿부터 시즌1, 시즌2까지 성공적인 행보로 많은 사랑을 받은 ‘골 때리는 그녀들’이 조작 논란에 휩싸여 사면초가에 놓였다. 조작은 아니지만 편집이 과했다는 제작진의 사과는 스포츠의 진정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번 논란으로 연예대상 수상의 영광과 대한축구협회 감사패는 얼룩지고 말았다. 그럼에도 출연자들은 연습에 매진하고, 레전들들은 ‘골때녀’를 감쌌다. 피의 쉴드를 치는 이들에게 부끄러워진 ‘골 때리는 그녀들’은 제작진 교체와 환골탈태를 다짐했다. 잃어버린 신뢰, 찾을 수 있을까.
지난 22일 방송된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에서는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대결이 펼쳐졌다. 최종 스코어는 6-3, 구척장신의 승리였다. 구척장신이 3골을 먼저 넣은 가운데 원더우먼이 2골을 넣어 추격했고, 1골씩을 주고 받다 결국 6-3으로 구척장신이 승리했다.
6-3으로 끝난 이 경기는 이 과정에서 잔잔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 특히 신생팀으로 상대적으로 경험과 조직력이 약한 원더우먼이 구척장신과 대등한 싸움을 펼치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그려지면서 시청자들도 울컥했다.

SBS 제공

하지만 알고보니 구척장신이 전반에 5-0으로 앞선 상태였고, 후반전에 1골을 넣고 3골을 내주면서 6-3으로 마무리된 경기였다. 이를 ‘골때녀’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실제 시간 순서를 바꾼 것이었다. ‘골때녀’ 애청자들은 유튜브 비하인드 등을 통해 스코어 순서가 조작됐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제작진은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 저희 제작진의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사과했다.
제작진의 사과에도 비난은 멈추지 않았다. 예능적 재미 추구를 위해 ‘골때녀’가 그렇게 외쳤던 스포츠의 진정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난의 목소리에도 ‘골때녀’ 출연진들은 자신의 SNS에 축구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등을 공개하며 꾸준히 연습을 이어갔다. 제작진이 편집을 통해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순간에도, 출연진은 축구에 대한 진정성을 보였다.
‘레전드’ 김병지도 나섰다. 김병지는 “스코어 주작(조작)은 인정 못 한다. 없는 걸 있는 걸로 만든 건 아니다. 편집에 대해서는 사과 말씀드린다.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편집한 것에 대해 언짢아 하시는 건 죄송한 생각이 든다. 어떻게 어떤 장면이 편집됐는지는 정말 모른다. ‘골때녀’가 예능으로 시작했는데 장르가 스포츠다. 우리도, PD도 이런 프로그램은 처음이라 과정 중에 이런 일이 생긴 건 우리도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설을 맡은 배성재는 “스코어를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내 목소리다. 추후 녹음한 것이 맞고, 책임을 피할 생각이 없다. 제작진이 가져다주는 멘트가 있으면 내용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 멘트를 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게 (자의적 편집에) 쓰일 줄 몰랐다”고 눈물을 보였다.
‘골때녀’ 측은 활골탈태를 다짐하고 약속했다. 27일 제작진은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다.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하여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심기일전하기 위해 12월 29일 방송분은 결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재차 사과했다.
‘골때녀’는 올해 SBS 히트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파일럿에서 정규 편성으로, 시즌2까지 이어졌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이유로 ‘2021 SBS 연예대상’에서 8관왕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상은 단순히 재미있다고 준 게 아니다. 시청자들에게 스포츠이 각본 없는 드라마를 통한 감동과 울림을 선사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다. 하지만 ‘골때녀’는 각본 없는 드라마인 스포츠에 각본을 넣고 말았다. 이것만으로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러워야 한다. 특히 ‘골때녀’는 여성들의 축구 입문을 늘이고 인식을 바꾸는 데 큰 도움을 준 점에서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축구 팬들 앞에서 받은 상이였던 만큼 값진 상이었다. 하지만 진정성을 훼손하고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느라 이 감사패도 얼룩지게 했다.
환골탈태를 약속하면서 책임 프로듀서와 PD를 교체하고 징계하겠다는 ‘골때녀’.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골때녀’가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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