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미국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 거리. 그 곳에는 백인으로 이루어진 갱단 ‘제트파’와 푸에르토리코 이민자 무리인 ‘샤크파’는 자신들의 구역을 두고 팽팽한 대립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시에서는 슬럼가를 철거하고 아파트를 세우는 재개발 사업에 착수했고, 그 과정에 골칫덩이었던 ‘제트파’와 ‘샤크파’가 화합을 이룰수 있도록 파티를 개최한다.
이날 파티를 앞두고 ‘제트파’를 이끄는 리프(마이크 파이스트 분)는 1년간 감옥살이를 끝내고 보호관찰 중에 있던 절친 토니(안셀 엘고트 분)를 찾아가 함께 파티에 참석할 것을 제안한다. 마지못해 파티에 참석한 토니는 그 곳에서 ‘샤크파’ 리더인 베르나르도(데이비드 알바즈 분)의 여동생 마리아(레이첼 지글러 분)와 서로 첫눈에 반하게 된다.
마리아는 오빠가 맺어준 파트너 치노(조쉬 안드레스 리베라 분)도 뒤로한 채 마치 무언가에 이끌리듯 무대 뒤에서 토니와 춤을 추고, 입을 맞추며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하지만 둘만의 달콤한 시간도 잠시, 무대 뒤에서 함께 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한 베르나르도는 크게 분노한다. 아슬아슬한 신경전이 이어지던 파티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됐고, 리프와 베르나르도는 자신들의 구역을 걸고 최후의 결전을 치를 약속을 잡는다.


운명적인 첫 만남 이후 토니와 마리아는 빠른 속도로 사랑에 빠지기 시작했다. “푸에르토리코인을 만나라”는 오빠의 맹렬한 반대에도 마리아는 다음날 토니와 비밀 데이트를 즐기게 되고, 성당에서 둘만의 결혼식을 올리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이후 자신들때문에 ‘제트파’와 ‘샤크파’가 싸움을 치르기로 한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아는 토니에게 싸움을 말려줄 것을 간곡히 부탁하고, 리프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토니는 무의미한 싸움을 막고자 직접 ‘제트파’와 ‘샤크파’의 싸움 장소로 향한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표 뮤지컬 영화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으로 각색한 만큼 그저 가문간의 갈등을 넘어, 두 갱단간의 대립 속에 인종, 성별 등 현대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갈등들이 영화 곳곳에 만연해 있다. 자신을 가둔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마리아와 토니의 사랑과 용기를 그린 작품으로, 온갖 혐오와 차별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꿋꿋하게 사랑을 키워가고자 했던 이들의 이야기를 아름다운 노래, 감각적 영상미와 함께 버무려 스크린으로 담아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게 있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앞서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 “언젠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들겠다는 건 제 꿈이자 자신과의 약속이었다”고 밝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극의 완성도를 위해 1년간의 대대적인 캐스팅 작업을 거쳐 탄탄한 라인업을 완성시켰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그가 지난해 작고한 자신의 아버지 아놀드 스필버그에게 바치는 헌정작이기도 하다. 실제 그는 엔딩 크래딧에 “아버지에게 바친다”는 문구를 새겨넣기도 했다.
배우들의 명연기도 돋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 중 가장 오랜 시간을 들여 한 자리에 모은 만큼 이들은 완벽히 극에 녹아들었다. 신예 레이첼 지글러 역시 마찬가지. ‘마리아’ 그 자체인 그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극찬했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역동적이고 화려한 군무, 영화의 감동을 배가시키는 OST까지 배우들이 얼마나 치열한 연습 끝에 촬영에 임했는가가 영화 곳곳에 묻어나온다. 여기에 촬영 감독 야누즈 카민스키, 편집 감독 마이클 칸, 미술 감독 애덤 스톡하우젠까지 세계 유수 영화제를 석권한 ‘드림팀’을 꾸려 원작의 매력을 세심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있어 첫 뮤지컬 영화일지 몰라도 결국 할리우드 거장의 내공은 무시할 수 없었다. 진부하고 뻔한, 이미 숱하게 들어왔던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임에도 약 2시간 30분의 러닝타임 동안 지루할 틈 없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적절히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일 것.
“오직 사랑으로 갈등을 넘을 수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손에서 재탄생된 ‘20세기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내년 1월 12일 국내 개봉된다. 러닝타임 156분.
/delight_me@osen.co.kr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