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의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가 결승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연경의 상하이는 지난 30일(이하 한국시간) 중국 광둥성 장먼시 장먼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1-2022’ 중국여자배구 슈퍼리그(CVL)’ 장쑤와의 준결승 1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1-3(24-26, 20-25, 28-26, 18-25)으로 완패를 당했다.
3전2선승제의 준결승전에서 1차전을 패하면서 상하이의 우승 도전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이날 김연경은 10점을 올리는데 그쳤고 3세트 도중 조던 라슨과 교체되면서 경기를 마무리 했다. 라슨은 18점을 올렸다.

지난 2017-2018시즌 정규시즌 우승을 했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텐진에게 완패를 당했다. 챔프전 우승은 지난 2000-2001년 이후 전무하다. 21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김연경 역시 4년 만에 중국으로 컴백해서 우승컵을 차지하려고 한다.
4년 전 정규시즌 당시, 김연경의 상하이는 백전노장들로 똘똘 뭉친 팀이었다. 김연경과 주축을 이뤘던 마윤원, 정춘레이, 미양 등의 선수들은 모두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선수들이었다. 당시 관록에서 상하이를 따라올 팀이 없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뒤 상하이는 완전히 다른 팀이 됐다. ‘평균 22.1세’의 젊은 팀으로 탈바꿈 했다. 만 33세 김연경은 조던 라슨(35)과 함께 최고참 라인을 이루고 있다. 막내는 2005년생으로 김연경과 무려 17살 차이가 난다. ‘김연경과 아이들’이라고 불려도 무방한 상하이의 선수단 구성이다.
패기는 있지만 경험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날 플레이오프 성격의 준결승전에서도 경험 부족은 여실히 드러났다. 세터 쉬샤오팅(23)의 토스는 경기 내내 불안했다. 부정확한 토스가 이어지며 김연경을 비롯한 공격수들이 제 타이밍에 스파이크를 때릴 수 없었다. 2라운드에서 폭풍 성장한 중후이(24),어우양시시(24), 왕인디(16) 등의 공격수들도 경기 내내 기복 있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준결승전의 중압감에 경험 부족이 상하이의 코트를 휘감았다. 여기에 장쑤의 높은 블로킹 라인까지 상대해야 했다.
2라운드까지 공격 성공률 51%로 전체 9위에 올랐던 김연경도 이날 만큼은 10득점에 그쳤고 공격 성공률은 41%에 불과했다. 그만큼 김연경도 이날 고전했다는 의미. 3세트 초반 라슨이 김연경을 대신해서 투입되고 분위기가 잠시나마 급반전됐지만 경기까지 뒤집지는 못했다.
상하이의 준결승 2차전 전략도 궁금해지는 대목. 그동안 외국인 선수 출장 규제로 김연경과 라슨이 번갈아가면서 경기에 나섰지만 김연경의 비중이 좀 더 컸다. 팀의 에이스였다.
준결승 1차전은 라슨의 활약이 더 돋보였지만 결국 김연경이 에이스 자리를 맡아야 한다. 1차전에서 일찌감치 교체된 김연경이 다시 2차전에 선발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런던 올림픽과 도쿄 올림픽 4강을 비롯한 셀 수 없는 국가대표 토너먼트 경험, V리그와 터키리그를 오가면서 쌓은 독보적인 커리어는 김연경의 자산이다. 그리고 이 자산이 상하이의 어린 선수들을 이끌어야 한다. 김연경은 다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