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신생팀이라도…' 승률 5푼은 충격, 조송화 영입 고민할만 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1.02 06: 06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의 창단 첫 시즌이 험난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고난의 행군이 될 줄 몰랐다.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연패는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일 KGC인삼공사전에서 세트 스코어 0-3(17-25 13-25 18-25) 완패를 당했다. 한 세트도 20점 이상 넘기지 못할 만큼 일방적으로 밀렸고, 경기는 1시간18분 만에 끝났다. 
이로써 페퍼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13일 현대건설전을 시작으로 14연패 늪에 빠졌다. 1승19패 승점 5점. 승률이 5푼에 불과하다. 지난 2006~2007시즌 KT&G(3승21패 승률 .125)가 기록한 V-리그 여자부 역대 최저 승률 기록보다 낮다. 최근 12경기 연속해서 승점을 한 점도 얻지 못하고 있다.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1.12.01 /OSEN DB

지난해 11월9일 IBK기업은행 상대로 개막 5연패를 끊고 감격의 창단 첫 승을 신고할 때만 해도 좋았다. 그러나 연패가 길어지면서 선수단 전체가 압박감에 짓눌리고 있다. 여자배구만 35년째인 ‘백전노장’ 김형실(70) 감독도 각오하고 지휘봉을 잡았지만 쉽지 않은 현실에 한숨이 나온다. 
김형실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고쳐질 수 있는 범실이 줄지 않는다. 사인 미스도 나오고, 자신감들이 없다. 서로 눈치를 보면서 미루다 보니 경기 리듬이 살아나지 않는다”며 “충분한 연습과 경기 경험이 쌓여야 한다. 지금은 어떻게 요행을 바랄 수 없는 상황이다. 기죽은 선수들에게 야단치고 할 수도 없다. 안 될수록 더 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여자배구 제7구단으로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준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지난해 4월 김형실 감독이 선임된 뒤 특별지명과 신인 드래프트 등 선수단 구성 작업을 거쳐 9월에야 전 선수가 모여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다. 10월 개막까지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은 촉박한 시간에 제대로 된 팀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세트를 내준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이 아쉬워하며 코트 체인지를 하고 있다.   2012.12.22 /OSEN DB
부상 악재까지 겹쳤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한 세터 박사랑이 전국체전에서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개막 합류가 불발됐다. 실업리그에서 온 구솔도 세터 경험이 부족한 탓에 GS칼텍스에서 특별지명된 이현이 개막전부터 주전 세터를 맡고 있다.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지만 토스워크나 높이에서 한계에 부딪친 모습. 
박사랑이 3라운드 막판에 부상에서 돌아왔지만 아직 풀타임으로 뛸 수 없는 상황이다. 심각한 세터난에 시달리면서 김형실 감독은 IBK기업은행에서 두 차례나 무단 이탈 파문으로 배구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세터 조송화 영입을 구단 대표와 논의하기도 했다. 조송화의 회복 불능 이미지 때문에 이뤄질 가능성이 없는 일이었지만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을까 싶을 만큼 팀 사정이 좋지 않다. 
이한비가 중심을 잡고 있는 리시브 라인은 그런대로 안정됐지만 세터만큼 센터진이 약하다. 블로킹도, 속공도 되지 않아 중앙에서 포인트가 잘 나지 않는다. 고군분투해온 외국인 선수 엘리자벳의 몸놀림도 시즌 초반 같지 않다. 속절없는 연패 속에 선수들의 멘탈마저 흔들린다. 고교 졸업을 앞둔 신인만 6명으로 선수단이 어리다 보니 분위기가 처질수록 더 깊게 가라앉는 어려움이 있다. 
페퍼저축은행 김형실 감독이 작전 지시를 하고 있다    2021.11.19 /OSEN DB
박사랑의 코트 적응 외에는 기대할 만한 상승 요소도 없다. 김형실 감독은 “우리나라 정서상 빨리빨리 문화가 있지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기다려주셔야 한다.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체계적으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주변 기대가 커지다 보니 저도 급해져서 선수들을 닦달하고 버럭하게 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다”며 “지금 고비를 잘 넘으면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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