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화제작 MBC 금토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극본 정해리, 연출 정지인 송연화, 이하 ‘옷소매’)이 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1일 연속 방송된 16회와 17회에는 산(이준호 분)과 덕임(이세영 분)의 영원 같은 사랑이 담겼다.
이날 산과 덕임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를 화빈(이서 분)이 지켜보고만 있지 않을 터. 화빈은 중전(장희진 분)을 찾아 덕임의 사통을 고했고, 중전은 덕임을 불러 죄를 물었다. 부부가 아닌 자가 정을 통하는 것인 사통이 사실이라면 궁녀에게는 사형이 마땅한 처벌. 하지만 덕임은 성식(양병열 분)을 지키기 위해 아무런 부인도 하지 않았다.
예전에 금서를 찢어 산을 살린 것을 내내 기억하고 있던 혜빈 홍씨(강말금 분)의 도움으로 덕임은 화를 피할 수 있었다. 이어 산은 덕임을 지키기 위해 승은을 선택했다. 중전과의 대면을 끝낸 뒤 서상궁에게 "성가 덕임을 오늘밤 나의 침전에 들게 하라"고 명했다. 이를 들은 서상궁은 놀랐지만 덕임에게 찾아가 “임금께서 뜻을 정하셨다. 궁녀는 따를 수밖에 없어.”라 전했다.
명대로 승은을 준비한 덕임은 산과 마주해 “오늘 있었던 일로 소인에게 화가 나셨습니까. 그래서 예전에 하셨던 말씀처럼 벌을 주시려는 것이옵니까. 옷고름을 풀어 벌을 내리겠다 하신 적이 있지요.”라 물었다. 산은 “그토록 네 오라비가 소중했느냐. 너에겐 네 오라비가 나보다 더 소중하겠지. 네 동무들이 나보다 소중한 것처럼.”이라 답하며 “덕임아, 나는 널 참 여러번 빼앗겼어. 그때마다 속이 타들어갔지만 아무 말 못했지. 더는 그리하지 않는다. 이제 두 번 다시 너를 빼앗기지 않아.”라 말했다.

덕임은 날이 밝으면 후회할 거라며 산을 밀어냈고, 산은 다시 덕임의 손을 잡으며 "오늘밤 너가 정말로 날 거부한다면 나는 너를 보내줄 것이다. 대신 두 번 다시 보지 않아. 너는 나를 연모하지 않아도 좋아. 대답해다오. 내가 정말 이 손을 놓아야 하는지.”라 마지막과 같은 마음으로 물었다. 한 번의 승은으로 이전의 삶에서 누리던 모든 것을 잃을 기로에 놓인 덕임은 망설였지만 산의 손을 잡았고, 둘은 곧 입을 맞췄다.
다음날, 덕임의 친구들은 덕임의 승은 소식을 듣고 놀라워했다. 그중 배경희(하율리 분)는 “전하를 연모하지 말라”고 조언했는데 덕임은 “전하를 연모한다고 해도 전하는 절대 모르시게 할 거야. 그냥 쓸 데 없는 허세 같은 거야.”라고 답했다. 이를 들은 손영희(이은샘 분)은 “사람이라면 피할 수 없는 일이 있다.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즐겨봐. 그럼 작은 행복이라도 생길지 몰라.”라고 전했고, 이를 들은 덕임은 연하게 웃었다.
뒤이어 편전에서 스트레스에 시달린 산은 덕임의 무릎을 베고 낮잠에 들었다. 잠시 후 식은 땀을 흘리며 일어난 산은 덕임을 보며 "너 여기 있구나"라 말했고, 덕임은 하루종일 전하의 곁에 있었다며 산의 땀을 닦아 주었다. 이제 어서 편전으로 돌아가라는 말에 산은 덕임의 처소를 나섰다.
곧 덕임이 회임한 사실이 알려졌고, 덕임은 산을 하루종일 기다렸지만 산은 오랫동안 임신을 하지 못한 중전을 위로하기 위해 덕임에게 오지 못했다. 산은 임금으로 저만의 지아비가 될 수 없음을 실감한 덕임은 서상궁을 끌어안고 위로를 받았다.

다음날 새벽, 덕임이 자는 모습을 보러 온 것은 산이었다. 산의 기척에 깬 덕임은 산에게 아들이었으면 하냐고 물었다. 산은 “의젓한 아들이든 천방지축 딸이든 정말 기쁠 거다. 아이와 함께 너와 내가 정말 가족이 되는 거니까.”라 답했다. 이어 덕임은 “전하와 제가 그저 평범한 사내와 여인으로 만났다면 어떨까 하고요.”라 자신의 소망을 넌지시 보였다.
그때쯤 덕임은 동무들과 함께 외출할 수 없는 신세, 하루종일 임금만을 기다려야하는 자신의 처지를 실감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난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을까’라며 울다 잠이 든 사이 산은 덕임에게 하사할 글자를 정했다. 그건 바로 '마땅할 의'. 이제 덕임은 정일품 빈이 되었다.
최종회는 홍역으로 세자를 잃는 산과 덕임의 모습으로 시작됐다. 이마저도 덕임은 홍역을 앓은 적이 없어 세자의 끝을 지키지 못했다. 덕임이 처소로 돌아간 사이 세자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가 궐 안에 울리자 덕임은 짐승처럼 오열했다.
그러나 임금인 산은 세자의 죽음을 슬퍼하기만 할 수는 없는 상황. 도성에서는 홍역으로 백 명도 넘는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지금도 죽어나가는 터였다. 산은 신하들에게 “더는 슬픔으로 시간을 보내지 말라”고 명했고, 백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 고했다.

그런 뒤 자식을 잃은 슬픔에 식사조차 하지 않는 덕임을 찾아가 화를 냈다. 자식을 잃은 이가 한 둘이 아니니 슬픔에도 어엿하게 굴라는 것. 이말에 덕임은 “신첩은 원한 적 없사옵니다. 정일품 빈이 되기를 원한 적 없사옵니다. 원치도 않은 것을 얻었다고 제 배로 낳은 아이가 죽었는데 마음대로 슬퍼할 수 조차 없사옵니까.”라며 속상해했다.
이를 들은 산은 “뱃속의 아이는 너만을 의지하고 있다. 친아비인 나조차 돌볼 수 없어. 그 아이에겐 오직 너뿐이야. 난 얼마든지 미워해도 좋아. 그래도 어미로서 해야할 일을 해다오.”라 말한 뒤 자신만의 공간에서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깊고 깊은 슬픔에 빠진 덕임은 친구들을 찾았으나 서상궁은 아무도 올 수 없다고 곤란해했다. 덕임이 재차 부탁하자 결국 불려온 친구들 중 김복연은 눈물을 터뜨리며 “영희는 곧 죽을 것입니다”라고 고했다. 영희는 몰래 임신을 했고 이를 감찰상궁에게 들켜 내옥에 갇혔다는 것. 왜 덕임에게 이게 알려지지 않았는가 하니 회임을 한 덕임이 놀랄까 전하지 말라는 어명이 있었다고까지 실토했다.
그 길로 덕임은 영희가 있는 내옥에 들어가 누가 너를 이렇게 만든 것이냐 물었고, 영희는 은애하는 자의 여인이 되기 위해 자신이 고른 것이라고 전하며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영희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에 덕임은 정신을 잃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산.

덕임은 산에게 “제 동무의 죽음을 제게 숨기려하셨습니까. 영원히 숨길 수는 없지 않사옵니까”라 원망했다. 그러자 산은 “그게 최선인 줄 알았다”고 하며 “법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해. 그게 너의 친구라도”라 말했다. 그 말에 덕임은 혼자 남아 눈물로 영희의 이름을 불렀다. 영희의 죽음 이후 덕임과 친구들은 이들이 어릴 때 했던 약조를 추억하며 영희의 영생을 기렸다.
밤, 고뿔이 걸린 산의 곁에 온 덕임에게 산은 시경을 읽어달라 부탁했다. 시경은 덕임이 산에게 이전에 읽어준 적이 있던 책. 둘은 시경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이었다. 그러나 고뿔에 걸린 산보다 덕임은 열이 더 많이 나고 있었고, 덕임은 “전하께서는 강인하신 분일 테니 괜찮으실 것이다”라고 말한 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뒤에 덕임은 마지막으로 친구들을 찾았으나 서상궁은 산을 불렀다.
덕임은 산에게 “신첩을 정녕 사랑하시었습니까? 그럼 다음 생에는 부디 신첩을 보시더라도 모르는 척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주시옵소서. 전하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옵니다. 미워하는 것도 아니옵니다. 그저 다음 생에는 신첩이 원하는 대로 살고 싶은 것이옵니다.”고 고백했다. 이 말을 들은 산은 “너는 나를 조금도 연모하지 않았느냐? 아주 작은 마음이라도.”라고 물었고, 덕임은 “아직도 모르시옵니까. 정말 남지 않기로 했다면 도망쳤을 것이옵니다. 결국 전하의 곁에 남기로 한 것이 제 선택이었음을 모르시옵니까.”라 답한 뒤 숨을 거뒀다.

산은 덕임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금이다. 너를 잊을 것이다. 의무를 다할 것이다. 평생 그리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리 살아갈 것이다. 나는 너를 잊을 것이다.’라 되뇌이며 다짐했다.
시간이 흘러 제조상궁이 된 경희는 산에게 덕임의 유품을 가져왔다. 유품에는 산과 덕임의 모든 추억이 담겨있었다. 이를 본 산은 오래 묵혀두었던 눈물을 끊임없이 흘렸다. 그런 뒤 산은 눈을 감았다. 산은 덕임의 무릎을 베고 누웠던 시간으로 돌아가있었다. 이곳에서는 세자가 죽고, 덕임이 죽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덕임을 그리워하는 것까지가 모두 지독한 꿈이었던 것. 산은 꿈에서 깨어나 덕임을 보고 중얼거렸다. "너 여기 있구나."
그 말에 덕임은 "하루종일 전하의 곁에 있었다"고 대답하며 식은땀을 닦아주었다. 산은 편전으로 돌아가려다 덕임에게 돌아와 덕임을 껴안았다. 그 후 “있어야 할 곳은 여기다. 알고보니 시간이 많지 않더구나. 기다릴 여유도 없었고. 그러니 날 사랑해라. 제발.”이라며 애틋한 눈빛을 선보이며 덕임에게 간절한 고백을 전했다.
/ walktalkunique@osen.co.kr
[사진] ‘옷소매 붉은 끝동’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