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재동 객원기자] 캐스터: 최우식의 ‘최웅’과 김다미의 ‘국연수’간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 캐릭터 사랑 싸움이 후반에 접어들었는데요. 전반 관전평과 후반 관전포인트를 좀 짚어주시죠.
해설자: 아 예 이게 말이죠. 전반은 시청자분들이 확인하셨듯이 일방적으로 김다미 선수의 ‘국연수’가 압도했죠. 결과론적으로 국연수가 다섯 번을 찼고 최웅이 다섯 번을 채였습니다. 여기엔 김다미 선수의 ‘돌깍쟁이 국연수’ 전략 운용이 빛을 발했는데요. 회심의 ‘치밀한 내심 숨기기’ 위장 전술을 구사, 말 그대로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데 무려 다섯 차례나 성공했습니다.
물론 전반 동안 최우식 선수도 논 거 아녜요. 선전했습니다. 선전했는데 다만 워낙에 ‘최웅’ 캐릭터에 디버프가 많았거든요. 특히 ‘무념무상’이란 디버프에 걸려서 다섯차례나 쏘이면서도 도대체 쏘인 이유를 몰라요.
사실 관전하는 입장에서 볼 때 반격의 기회가 없었던 게 아니거든요. 기억하실 겁니다. 국연수의 ‘만약에 말야’ 전법. 이거 사실 눈에 훤히 보이는 수예요. 최웅이 ‘그래 내가 널 많이 사랑해’로 되쳤으면 바로 공수전환 되는 거였어요. 또 결정적으로 국연수가 휘두른 ‘내가 버릴 수 있는 건 너밖에 없어!’ 이거. 결정적 데미지를 노린 허점 많은 스윙이거든요. 국연수도 이 순간에 굉장히 취약한 상태였습니다. 이거 열등감 들킬까봐 휘두른 일종의 블러핑이거든요. 그냥 쓱 피하고 빡 강력한 클린치 후 ‘난 너 못놔줘’ 했으면 게임 끝낼 수 있었어요. 근데 최웅 캐릭터가 눈이 좋지 못하다보니 결국 럭키펀치를 만들어주고 만 겁니다. 국연수가 그러잖아요. "우리가 헤어진 게 전부 나 때문이야?" 이게 무슨 뜻이겠어요?

캐스터: 그렇군요. 그렇다면 최우식 선수와 김다미 선수의 전반적인 캐릭터 운용은 어떻게 보셨나요?
해설자: 아, 이 부분은 정말 난형난제예요. 김다미 선수의 주특기가 똥그란 눈으로 빤히 바라보기인데 이때 눈과 입꼬리 처리를 기가 막히게 구사했죠. 똥그란 눈으로 눈꼬리를 살짝 내리는 동시에 입꼬리를 씩 올리며 빤히 보는 미소. 이거 마주보는 입장에선 심장에 아주 안좋습니다. 또 눈꼬리 입꼬리 제자리에 두고 그저 멍하니 전방을 바라볼 땐 또 얼마나 외로워 보이고 안쓰럽습니까? 게다가 얼굴 근육 다 냅두고 눈에 눈물 한방울 매달아 보세요. 이건 뭐.. 여튼 김다미 선수, 국연수 운용 아주 매력적으로 잘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최우식 선수 역시 ‘최웅’을 참 탁월하게 다루고 있는데요. 이 캐릭터가 참 쉽지 않아요. 겉으로 보기에 딱 동네 바보 형이거든요. 특별한 꿈도 없고 세상에 대한 흥미도 없어요. 근데 또 주인공이란 말이죠. 이 최웅의 전매특허가 ‘뭔 생각하는 지 모를 표정’이거든요. 이거 말이 쉽지. 이런 표정 아무나 못 지어요. 최우식 선수가 구사하는 윗 눈꺼풀 일자로 만들어 눈동자 윗단 가리고 아랫 눈꺼풀만 아래로 늘어뜨리는 기술. 이거 예술입니다. 더해서 입술 살짝 모아 과하지 않게 내밀고 있으면 말 그대로 ‘최웅의 무념무상 표정’이 완성되는 거죠. 아아주,아주 훌륭합니다.
캐스터: 후반 경기 시작됐는데 약간 분위기가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보시는지요.
해설자: 예, 전반 말미에 최우식 선수가 최웅을 변칙운용하면서 돌발상황을 연출했죠. 갈 자리가 아닌데로 최웅을 보냈어요. 최우식 선수 경기 내내 이런 플레이 안했거든요. 처음 하다보니 낯설고 서툴 수 밖에 없어요. 더군다나 빗속이지 않았습니까.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입술박치기가 벌어진 거죠.

캐스터: 그 사건이 경기분위기에 영향을 미쳤을까요?
해설자: 후반 시작되자마자 벌써 보이지 않습니까? 일단 외상은 최웅이 입어서 앓아눕죠. 그렇다고 국연수가 데미지를 입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최웅의 의도파악이 안돼서 경기에 집중을 못하고 있잖아요. 어떻게 보면 노련한 최우식 선수가 이를 노리고 입술박치기란 돌발상황을 연출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듭니다.
캐스터: 좀 자세히 설명해주시죠.
해설자: 예 김다미 선수 전반내내 매서운 공격 펼치느라 무척 지쳤거든요. 물론 최우식 선수도 지쳤겠지만 김다미 선수의 국연수는 평생을 날이 서 살아왔잖습니까? 물론 짬짬이 최웅을 패면서 휴식은 취했다지만 이거 굉장히 피곤한 일예요. 게다가 마지막 휴식도 벌써 5년이나 지났잖아요. 이제는 그냥 엎어지면 쉬어가겠다 작심할 즈음이 됐단 말이죠.
반대로 최우식의 최웅은 어떻습니까? 굉장히 견디는데 익숙합니다. 평상에서 혼자 노는 거 잘합니다. 평생 해왔어요. 간간히 국연수에게 두들겨맞고 돌아오지만 돌아오면 바로 세상살이 오프합니다. 외로움에 대한 맷집이 탁월합니다. 국연수가 최웅에게 와 짬짬이 쉬고 대부분은 세상이랑 싸울동안 최웅은 계속 쉬다 간간히 국연수에게만 얻어맞은 거죠. 물론 마지막엔 제법 타격이 심해 5년을 불면증에 시달리긴 했지만.
이일대로(以逸待勞)란 전략이 있죠. 휴식을 통해 아군 전력을 비축하고 먼 길 오느라 피곤해진 적을 친다. 국연수가 딱 먼길 온 적이거든요. 쉬고 싶거든요. 오랜 쉼터 최웅을 만났으니 얼마나 쉬고 싶겠어요. 게다가 울고싶은데 뺨 때려준다고 최웅이 입술박치기를 해오네? 말 그대로 나 엎어졌으니 쉬어갈래 하는 판이 된 거죠.
결국 이 우중키스를 계기로 공수가 전환됐어요. 최웅이 그럽니다. “나 너 안 만나!” 급소를 찌르는 공세죠. 국연수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내 전용대산데!” 싶은 거죠. 또 “우리 안만나는 중였거든? 근데 니가 입술 부닥쳐온 거잖아. 그래 놓고 뭔 소리?” 이러지 않겠어요?
캐스터: 아, 정말 그렇겠네요.

해설자: 여기서 최우식 선수가 노련하다는 게 최웅 캐릭터를 잘 세뇌시켰어요. 최웅이 흔들리면 안되거든요. 그래서 우발 충돌 후 앓아 누운 최웅에게서 “처음부터 혼자인 건 괜찮아. 익숙하니까. 하지만 혼자가 되는 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라는 훌륭한 결의를 끌어내죠.
근데 또 여기서 국연수가 “그래 그럼” 하고 돌아서면 어떻게 됩니까? 그냥 두들겨 맞기만 하고 경기 끝나거든요. 게다가 최웅 캐릭터도 국연수 안보고는 살 수 없게 생겨먹었고요. 그래서 최우식 선수가 영리하게 “우리 친구할래?”란 제안을 하게 된 거죠. 지친데다가 호기심까지 발동한 국연수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 아니겠습니까?
캐스터: 그래서 앞으로 경기양상은 최우식 선수 쪽으로 기울리라고 예상하십니까?
해설자: 단정하기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보세요. 당장 김다미 선수, 국연수 캐릭터 이용해서 바로 반격하지 않습니까? 자고 간다. 이불 내라. 게임 하자. 닭 사내라. 국연수 캐릭터가 뭡니까? 싸움닭이잖아요. 게다가 궁금한 건 알 때까지 끝장을 본단 말이죠. “니 머리 속에 무슨 생각이 있는지 알고 싶다”바로 선언하거든요. 드라마에는 캐릭터 불변의 법칙이란 게 있는거거든요. 평생 이겨온 싸움닭 여친한테 친구 허울 씌웠다고 찌질남이 이긴다? 글쎄요..
캐스터: 그럼 후반도 역시 김다미 선수 쪽으로..?
해설자: 변수가 많다고 했죠? 일단 김다미 선수가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어요. 후반 초반 카운터는 잘 먹혔는데 반격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듭니다. 또 드라마엔 캐릭터 발전의 원칙도 있거든요. 각성하면 캐릭터도 발전합니다. 특히 최웅의 경우 발전의 여지가 많아요. 여기에 또 김성철의 김지웅 캐릭터, 노정의의 엔제이 캐릭터가 본격 참전했거든요.

캐스터: 그러니까요. 국외자였던 이들은 왜 참전한 겁니까?
해설자: 김성철 선수의 경우는 분명한 이유가 있죠. 우기자면 캐릭터 김지웅이 먼저 국연수를 좋아했거든요. 뭐 비록 몇 분 차이지만. 그리고 계속 좋아했어요. 근데 그것도 모르고 최웅이 먼저 들이댄거죠.
김성철 선수로선 자신의 김지웅 캐릭터가 친구의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찌질한 놈 되는 게 싫어서 계획까지 세웁니다. 우연한 상황은 최대한 차단하기. 헤어졌다는 말에도 속지 않기. 새로운 사람도 만나보기. 그리고 천천히 잊어버리기 등등 뭐 많아요. 그리고 이게 계획대로 잘 돼갔거든요. 근데 국연수가 나타나 버린 거죠. 통제를 벗어난 위험요소, 파괴력 오버패치된 캐릭터가 말이죠. 다 망가졌어요. 그러니까 어떻게 돼요? “어차피 계획되로 되지 않는다면 계획이 꼭 있어야 할까” 회의가 들게 되고 ‘에이, 그럴 바에야’ 참전을 결정한 거죠.

캐스터: 엔제이는요?
해설자: 노정의 선수 캐릭터 엔제이가 오랜 스타 아니겠습니까? 아이돌로서 대중 속의 고독에 지칠 때도 됐죠. 그렇게 휴식이 필요한데 어떤 그림을 보니까 위안이 되더란 말이죠. 그래서 그 그림 사려고 최웅을 만났더니 사람도 위안이 되네. 그래서 관심을 가졌는데 어느 순간 자기가 그 사람을 배려까지 하더란 말입니다. 엔제이 인생에선 이게 참 특별한 경험이거든요. 스타 만만한 사람들 아녜요. 한 분야 끝까지 파서 성공한 사람들 아닙니까? 따라서 캐릭터 엔제이 스타 만든 노정의 선수 참전, 결코 쉽게 볼 일 아닙니다. 판세 뒤흔들 수 있어요.
캐스터: 알겠습니다. 별 수 없이 혼전양상이 될 수밖에 없겠군요.
해설자: 그렇습니다.
캐스터: 시청자 여러분 ‘그해 우리는’ 후반 사랑싸움이 혼전양상을 띄며 본격 재개됐습니다. 계속 시청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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