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한 달 전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겪은 13연승 좌절의 아픔을 그대로 되갚았다.
2021-2022시즌 V리그 여자부의 ‘절대 1강’ 현대건설은 지난달 7일 김천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쓰라린 시즌 첫 패를 당했다. 당시 개막 12연승을 질주하며 여자부 최다 연승 신기록인 GS칼텍스의 14연승(2009-2010시즌)에 도전 중이었지만 풀세트 끝 뼈아픈 일격을 당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8일 홈구장인 수원에서 다시 한국도로공사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역으로 한국도로공사가 12연승 상승세를 탔던 상황. 물론 현대건설도 7연승과 함께 선두를 독주 중이었지만 지난 3라운드 때보다 상대가 더욱 껄끄럽게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모든 부담을 털고 3라운드의 아픔을 깔끔하게 설욕했다. 1세트를 내주며 김천 악몽이 이어지는 듯 했지만 2세트부터 야스민이 감을 찾은 가운데 양효진, 정지윤, 이다현 등이 다양한 루트로 공격을 퍼부으며 3-1 역전승을 견인했다. 승부처 해결 능력에서 2위와 다른 클래스를 뽐냈다.
양 팀 최다인 36점을 책임진 야스민은 경기 후 “상대는 우리를 이긴 팀이고, 우리 연승을 저지한 팀이기 때문에 많은 동기부여가 됐다. 다만 다른 경기처럼 최선을 다해 임했다”고 설욕 비결을 전했다.

주전 리베로 김연견의 부상 공백을 메운 김주하는 “주목을 많이 받는 경기여서 부담이 됐다. 그러나 연승을 이어가기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만 잘하자는 마음을 가졌다. 그것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서로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사령탑의 멘탈 관리도 이날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 야스민은 “아무래도 우리가 계속 이기는 팀이라 상대가 우리를 이기고 싶어할 것”이라며 “그런데 감독님이 그런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 그러면서 매 경기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주하도 “감독님이 부담을 내려놓게 분위기를 잡아주신다. 우리 것만 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주신다. 따라가면서 집중하다보면 연승은 생각을 못하게 된다”고 강성형 감독에 고마움을 표했다.
사령탑 역시 3라운드 패배를 설욕한 선수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 강 감독은 상대 13연승 저지에 대해 “여자배구 관심을 더 끌기 위해 이런 상황이 나왔다”고 여유를 보이며 “선수들이 수비 쪽에서 많이 올라온 느낌이다. 매 경기 당황도 하지만 이겨내면서 하는 거 보면 저력이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