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24, 수원FC)가 일본을 상대로 '마라도나 빙의' 골을 넣은 지 8년이 지났다. 새로운 도전을 앞둔 그의 모습은 진중함을 넘어 무게감까지 느껴졌다.
이승우는 중학교에 입학했던 지난 2011년 유럽 최고의 명문 FC 바르셀로나 유스팀과 3년 계약하여 소속팀 특유의 제로톱 시스템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다. 2011-2012 시즌에는 인판틸A에서 29경기에 출전해 39골을 기록해 득점왕을 차지하였고, 2012-2013 시즌은 카데테B에서 12경기만 출전하고도 21골을 기록해 득점 2위를 차지했다. 국내 팬들에게 그야말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후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CD 카니야스배 국제 유소년 대회, 메모리얼 가에타노 시레아, 트로페오 산 보니파치오, 가발라컵 등 4개의 유소년 클럽 토너먼트에서 MVP를 수상하자 한국은 물론이고 현지에서도 "코리안 메시"라 부르며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승우는 연령별 대표팀에서도 보란 듯이 날아올랐다. 특히 2014년 있었던 U-16 AFC 축구 선수권 대회는 그야말로 이승우의 독무대였다. 특히 8강에서 만난 '숙적' 일본과의 맞대결은 충격적이었다. 이승우는 당시 경기 전 인터뷰를 통해 "일본 정도는 뭐 가볍게 이길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라며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해 냈다.
이승우는 이 경기에서 멀티 골을 터뜨렸는데, 특히 두 번째 골은 하프라인도 아닌 우리 진영에서부터 60m 단독 드리블로 마치 디에고 마라도나가 연상되는 플레이를 선보이며 골을 넣었다.
그로부터 8년이 흘렀다. 일본전 이전인 2013년 초 국제축구연맹(FIFA)은 '선수 이적에 관한 조항' 19조를 내세우며 "선수의 해외 이적은 18세 이상일 때 가능하다. 이 조항을 어긴 이승우는 구단과 관계된 모든 활동을 할 수 없다"라며 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AFC 선수권 대회 이후인 2015년 9월 추가 징계가 내려지며 훈련 및 거주도 불가능하게 됐다. 이에 이승우는 당시 K리그 클래식의 수원FC에서 훈련을 진행했다.
이후 이승우는 엘라스 베로나, 신트트라위던 등 유럽 내 이적을 통해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도전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이승우는 지난해 11월 소속팀 신트트라위던과 계약을 해지했고 K리그 수원FC에 합류했다.

11일 제주 서귀포의 빠레브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전지훈련 1차 미디어 캠프 기자회견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승우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이승우가 아니었다. 한층 성숙해 보였고 신중했다. 마치 말의 중요성을 깨달은 모습이었다.
몇 개의 공격 포인트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는 "우선 경기에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고 "톡톡 튀는 세레머니로 유명한데 혹시 준비한 세레머니가 있느냐"라는 질문에는 "세레머니를 생각하기보다 몸 상태를 끌어 올려 팀에 녹아드는 것이 먼저다"라고 답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참여한 팀 선배 박주호가 "최소 10개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하자 "말보다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고 싶다. 보여주고 나서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라며 "먼저 10개를 기록하고 나서 그다음에 20개 이야기 하겠다"라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승우의 말에 따르면 현재 몸 상태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 이승우는 "말보다는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고 싶다. 보여주고 나서 말 할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라며 말로 하기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과거 보였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 띠의 해다. 1998년생 호랑이띠인 이승우는 호랑이의 해를 맞아 새로운 도전을 앞에 두고 있다. 그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만큼 새해에는 기쁜 일 행복한 일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수원FC가 더 단단해질 수 있도록 팀에 녹아들겠다"라고 전하며 끝까지 신중하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다.
.사진] 서귀포=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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