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앞에서 해낸 1만 디그, 엄마 리베로의 책임감 “하율이 보면 힘이 난다” [오!쎈 인터뷰]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1.19 03: 31

흥국생명의 베테랑 리베로 김해란(38)이 아들이 태어나서 처음 배구장에 온 날 1만디그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아들 앞에서 자랑스러운 엄마가 될 수 있어 뿌듯한 하루였다.
김해란은 지난 15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경기에서 디그 28개를 기록하며 V리그 남녀부 최초 개인 통산 1만디그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비록 팀은 2-3으로 패했지만 김해란은 한국 프로배구 리베로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김해란은 OSEN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예전부터 1만디그까지 몇 개 안 남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달성하게 돼 영광스럽고 좋다”면서도 “부상 복귀전이었고, 아들이 처음 응원을 와준 날이라 꼭 이기고 싶었는데 팀이 진 건 아쉬웠다. 개인 기록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라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2세트를 마치고 흥국생명 김해란이 V리그 최초 1만 디그에 성공을 축하하며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2.01.15 / rumi@osen.co.kr

김해란은 V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2005년 프로배구 원년부터 출발해 통산 433경기 1658세트 동안 무려 10016디그를 해냈다. 여자부 2위 임명옥(8996디그, 한국도로공사)과 1000개 넘는 차이가 나며, 남자부는 김해란과 마찬가지로 전설로 불린 여오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가 5121개로 1위에 올라 있다. 김해란의 기록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해란은 “프로 20년차가 됐는데 그 동안 힘들었던 시기가 정말 많았다”며 “1만디그는 롤러코스터와 같은 커리어를 잘 버텨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이 기특하고,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다”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 OSEN DB
사실 김해란은 1만디그를 달성하지 못하고 커리어를 정리할 뻔 했다. 9819디그를 남긴 가운데 2020년 4월 출산을 이유로 정든 코트를 잠시 떠났기 때문. 이후 그해 12월 건강한 아들 조하율 군을 얻은 김해란은 육아에만 전념하다가 지난해 3월 박미희 감독의 복귀 제안에 ‘엄마 리베로’가 되기로 결심했다.
김해란에게 아들은 ‘허슬플레이’의 원동력이다. 출산 전에도 특유의 몸을 날리는 수비로 ‘디그 여왕’으로 군림했지만 엄마가 된 뒤로 남다른 책임감이 생겼다.
김해란은 “아들을 보면 힘이 난다. 자식이 없을 때와 다른 느낌”이라며 “복귀하면서 아들에게 자랑스럽고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더 열심히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출산 후 너무 급하게 몸을 준비했던 것일까. 김해란은 지난달 1일 페퍼저축은행전 이후 무릎에 무리가 오며 한 달이 넘는 시간을 통째로 쉬었다. 1만디그를 달성한 15일 IBK기업은행전이 부상 복귀전이었다.
김해란은 “출산을 하고 5개월만에 운동을 시작했다. 아무래도 조금 무리하지 않았나 싶다. 관절 쪽이 약해졌을 텐데 내가 급했다”고 아쉬워하며 “지금도 100%로 볼 순 없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고 몸 상태를 전했다.
흥국생명 리베로 김해란 / OSEN DB
김해란은 복귀 시즌 눈부신 활약에 힘입어 2021-2022 V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총 76462표를 얻으며 여자부 V-스타 팀의 올스타 리베로로 당당히 뽑혔다. 통산 최다 타이인 14번째 올스타 선정이다.
김해란은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뽑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오는 23일 광주 페퍼저축은행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도 아들 하율 군이 응원을 오냐는 질문에는 “오지 않는다. 데려가고 싶은데 너무 멀고, 아들이 아직 마스크 착용을 답답해한다”고 답했다.
V리그 복귀, 1만디그, 14번째 올스타 선정 모두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해란은 “사실 팬들 응원 때문에 복귀한 것도 있다. 그만큼 응원이 너무 큰 힘이 된다”며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항상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할 테니 지금처럼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팬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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