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두뇌 싸움에 처절한 연합과 독한 계급까지 더해졌다. 생존을 위해 무슨 방법이라도 써야 하는 '피의 게임', 그 현장을 연출한 현정완 PD를 만나봤다.
MBC, 웨이브 예능 프로그램 '피의 게임'은 배신, 거짓, 음모 등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생존을 그린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이다. 각양각색의 다양한 참가자 중 지능범죄 수사를 맡은 경찰 이태균이 우승한 가운데, 24일 방송된 12회에서 촬영 비하인드 코멘터리를 다루며 막을 내렸다.
종영 당일 본 방송에 앞서 먼저 만난 현정완 PD는 이와 관련 "저는 제작진이다 보니 아쉽고 부족한 게 먼저 보이는 게 사실이다. 그와 별개로 출연자들한테 너무 고맙고 스태프들한테 감사드린다"라며 '피의 게임'의 공을 함께 한 출연자와 스태프에게 돌렸다.
현정완 PD의 겸손한 공치사와 다르게 '피의 게임'은 치밀한 완성도와 참가자들의 처절한 수싸움 등으로 국내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본 방송도 전에 세계적인 방송콘텐츠 제작 및 배급사 바니제이 측과 유럽 9개국에 판권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 시작은 서바이벌 예능 장르에 대한 현정완 PD의 애착에서 출발했다. "원래부터 '더 지니어스' 시리즈 같은 서바이벌 예능을 좋아하고 일반인 출연자들과 하고 싶었다"는 현정완 PD는 "2~3년 전부터 이런 프로그램을 하고 싶었다"라며 서바이벌 예능 장르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휴가 기간에도 유튜브 콘텐츠 '머니 게임'의 제작 소식을 접하고 메일을 보내 직접 함께 하고 싶다고 요청했을 정도란다. 이에 '머니 게임'을 연출한 진용진 PD와의 협업도 자연스럽게 성사됐다.

그만큼 '피의 게임'은 애정어린 디테일과 치밀한 구조 아래 자유로운 상황으로 설계 됐다. 단순히 서바이벌에만 초점을 맞추지도 않았다. 현정완 PD는 "처음에 메인 작가님이 아예 '가위바위보'만 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게임을 잘하고 못하는 게 아니라 소셜 게임을 기획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상황이었다. 핸드폰 없이 외부와 단절되고 집이 지상층, 지하층으로 나뉘었고 게임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예상치 못하는 상황을 계속 줬다. 그 상황에서 이 사람들이 어떤 관계를 맺는지 보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지하층에서 피자박스를 접는 설정은 영화 '기생충'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인데, 이 또한 출연자들을 극한 상황에 몰기 위한 장치였단다. 스트레스가 치솟는 예민한 상황에 출연자들은 계쏙해서 의외의 상황을 만들었다. 심지어 지하층에서는 '가짜 규칙'까지 만들기도.
그럼에도 현정완 PD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는 "흐름을 제작진이 원하는 '어떤 방향'으로 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라며 "해도 되는 것과 안되는 걸 정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 있으면 해도 되는데 위헙한 행동은 정말 안 됐다. 정말 불가피하게 도저히 보다가 안되겠다 싶었던 것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출연자들은 극한 상황에 깊이 몰입했다. 그 안에서 예상치 못한 관계성이 싹 트기도 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연상케 할 만큼 돈독해진 이나영과 최연승은 물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킨 송서현, 스스로 탈락을 요청한 덱스는 물론 방송 이후에도 참가자들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특히 현정완 PD는 "누가 봐도 '썸'이다 싶은 장면들도 있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핸드폰 없이 24시간 내내 같이 지내야 하다 보니 서로 다양한 얘기를 나눈 것 같았다. 아마 하루하루, 1분 1초가 엄청 길고 밀도 높은 시간을 나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조차도 이태균의 우승은 예상 못한 것이었다. 현정완 PD는 "우승 후보로 예상한 출연자가 없었다. 처음엔 '더 지니어스'를 경험해본 최연승 씨나 유명하게 알려진 정근우 씨가 유리할 거라 생각했다. 이태균 씨는 초반에 실수하기도 했는데 우승을 했다"라며 놀라워 했다.

예측 불가능한 재미 덕분일까. 해외 판매 외에도 '피의 게임'은 방영 첫 날 웨이브 유료가입자 견인률 1위에 오르며 뚜렷한 성과를 보였다. 방송과 웨이브 공개를 동시에 진행해 시청률 면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지만, 시청률이 성공 지표가 아니었던 셈이다. 제작 과정에서도 기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OTT에 최적화된 새로운 도전과 형식들을 과감하게 적용했다.
이에 벌써부터 시즌2 제작 욕구가 이어지고 있다고. 현정완 PD는 "명절 지나고 시즌2 기획안을 달라는 요청이 있긴 했다. 물론 시즌2는 사실 지금 백지다. 아직 끝난 지 얼마 안돼 모니터를 켰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조심스럽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피의 게임' 시즌2를 향한 기대감이 치솟는 상황. 벌써부터 더 독하게 돌아올 '피의 게임' 시즌2가 기다려진다.
"항상 '다음은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해요.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거든요. 늘 하는 생각이지만 '다음이 또 있다'라고 생각해야 더 할 수 있는 의지도 생기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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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