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은퇴식서 아들이 제일 많이 울 것 같다".
수원 삼성의 염기훈은 25일 오후 4시 경남 남해스포츠파크호텔 무궁화홀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2022' K리그 전지훈련 미디어캠프 기자 회견에 나서 은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수원의 상징이자 레전드 염기훈은 최근 2022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그는 시즌 전에 은퇴를 예고한 이유에 대해서 "팬들과 이별의 시간이 필요했다"라면서 "팬이 아닌 나를 위해서기도 하다. 만약 미리 팬들과 이별하는 시간을 가지지 않는다면 너무 힘들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염기훈은 프로 통산 77골 - 110 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만약 3골만 더하면 K리그 통산 최초로 80-80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그는 "사실 무조건 달성하고 싶은 기록이다. 80-80을 달성하고 우승 트로피와 은퇴하게 된다면 내 축구 인생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피날레가 될 것 같다"라고 미소를 보였다.
다음은 염기훈과 일문일답.
- 쉽지 않은 예고 은퇴의 이유는.
은퇴를 예고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팬들과 헤어지는 시간이 시즌 중반에 말하기 보다는 이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내 자신이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개인 인스타에 올리려고 했는데 구단하고 다 같이 정리해서 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해서 이야기하게 됐다. 은퇴 시기를 정하고 동계 훈련에 임하다보니 어느 때보다 편하게 됐다. 마치 신인 때 내모습이 돌아온 느낌이다. 정신력이 남다르다보니 어느 때보다 편하게 동계 훈련에 임하게 됐다.
- 왜 올해 끝나고 은퇴라는 결정을 내렸는가.
주변에 말하니 다 만류하더라. 특히 와이프가 반대하더라. 왜 은퇴를 말하고 가냐고 다들 말리더라. 원래 한국 나이로 40살까지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이 나이까지 뛸 수 있었던 것이 영광이다. 구단에서 나한테 은퇴 시기를 정하라고 배려하던 것이 컸다. 선수도 오래했지만 얼른 지도자로 일하고 싶다. 지도자가 힘들다고 이야기하시지만 지도자로 일하고 싶은 것이 꿈이었다. 얼른 지도자로 일하고 싶은 생각에 은퇴를 결심하게 됐다.
- 우승컵 들고 은퇴.
(이)동국이형처럼 은퇴하고 싶은게 내 꿈이다. 모든 스포츠 선수들이 꿈꾸는 엔딩을 바란다. 후배들과 코칭 스태프와 힘을 합쳐 우승 트로피와 개인 목표인 80-80을 이루고 은퇴한다면 어느 때보다 남다른 피날레가 될 것 같다.
- 축구 선수를 꿈꾸는 아들이 은퇴 반응을 듣고 어떤 반응이였는가.
아들한테는 말 안하고 제주서 은퇴 인터뷰를 했다. 아들은 친구를 통해서 내 은퇴 소식을 들었다. 사실 아들과 딸은 내가 은퇴하니깐 좋아하더라. 아들이 나한테 얼른 은퇴해서 자기랑 너 많이 놀아달라고 했다. 그래도 말은 그렇게 해도 내가 은퇴하면 제일 많이 울어줄 것 같다. 나를 보고 축구 선수로 뛰고 싶다고 말한 아들이었기에 내가 은퇴한다고 하면 누구보다 슬퍼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아들을 지도하고 싶나.
작년에 포항 김기동 감독의 인터뷰를 보고 감명을 받았다. 그때 '아들이 잘 한다고 기회를 안 주면 역차별'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만약 우리 아들이 정말 잘한다면 내가 지도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 은퇴 투어를 꿈꾸는가.
솔직히 은퇴 투어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당연히 팀의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은퇴 투어는 생각하지 않았다. 팬들과 헤어지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서 미리 말씀드린 것이다. 내가 팬들과 헤어지는 것을 너무 힘들어할게 보여서 미리 말할 것도 있다. 더 이상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서 미리 말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은퇴 투어까지는 아니더라도 박수만 보내주셔도 정말 감사할 것 같다. K리그에서 17년만 뛰었다 보니 타팀 팬들의 박수가 어느 때보다 보람찰 것 같다
- 은퇴식 때 바라는 풍경은.
사실 은퇴식은 구단이 알아서 해줬으면 한다. 사실 코로나로 육성 응원이 어려운 상태다. 2년 가까이 육성 응원을 못 듣다보니 내 은퇴식에는 그런 음성을 들었으면 한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 모두 응원가나 콜이 그립다. 꼭 내 은퇴식에서 듣고 싶다.
- 가장 후회하는 장면이 있는가.
2015년에 수원 FC에 4-5로 패하고 팬들 앞에서 스스로를 옹호한 바 있다. 그 당시에 충격이 너무 컸다. 그때 팬들과 맞서던 내가 너무 후회스럽다. 그런 상황을 만들었던 것이 너무 스스로 후회됐다. 사실 지금 운동하는 것 자체가 너무 즐겁다. 지금 운동한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그립다.
- 80-80 기록에 대한 소감과 80번째 골을 넣고 싶은 팀.
기록이 가지는 의미를 안다. 80번째 골은 확실히 하고 싶다. 2부리그 기록을 떠나서 개인 통산이기 때문에 정말 세우고 싶다. 정말 욕심이 나는 기록이다. 80번째 골을 넣고 싶은 상대는 아무래도 '라이벌' 서울이다. 슈퍼매치는 한 경기가 시즌을 좌지우지한다. 이왕이면 서울 상대로 프리킥으로 넣고 싶다. /mcadoo@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