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출구가 없는 사태에서 배우들도 자유롭지 못한 게 사실이다. 일주일 가까이 논란이 이어지는 촬영중 낙마 사고에서 방송사와 제작진이 거듭 사과했지만, 배우들은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방송된 KBS1 토일드라마 ‘태종 이방원’(극본 이정우, 연출 김형일 심재현) 7회에서는 사냥에 나선 이성계(김영철 분)가 낙마 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은 이야기가 그려졌다. SNS를 통해 공개된 촬영 당시 모습을 보면 말의 다리에 와이어를 달고 스태프들이 나무 뒤편에서 줄을 당기는 방식으로 낙마 과정을 연출했다. 해당 촬영에서 스턴트배우와 말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부상을 입은 사람은 이성계 역을 맡은 김영철의 스턴트 배우다.
더욱이 촬영 7일여 후 말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제작진을 향한 동물 학대 논란이 제기됐다.

또한 주연배우 주상욱(이방원 역)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며칠째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그가 직접적으로 잘못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하차 요구는 다소 과하다.
이에 방송사인 KBS 측과 제작진은 사고의 전적인 책임자로서 잘못을 인정하고 시청자들에게 사죄했다.
KBS 측은 지난 20일 “‘태종 이방원’ 촬영중 벌어진 사고에 대해 책임을 깊이 통감하고 사과 드린다.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점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24일에도 ‘태종 이방원’ 측은 “KBS는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 드린다”며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자체적으로 이번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외부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은 현재 촬영을 중단했으며 결방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KBS와 제작진이 두 차례 사과하는 동안 주상욱, 김영철 등 배우들은 아무런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전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배우는 조단역이나 특별출연하는 배우들과 달리, 주인공이라는 명목으로 주체적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판도를 바꿀 수 있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주상욱이 이번에도 주연으로 나선 ‘태종 이방원’에 애정을 보여준 만큼 낙마 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을 갖고, 유감 표명 한마디는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일각에서는 주상욱이 사고 현장에 참여한 것이 아니기에 입장 표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하차까지 거론하는 네티즌들의 과한 요구에 답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주연배우는 그들의 위치와 역할이 책임 추궁의 범위에 들지 않더라도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도의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도덕적인 책임은 제작진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체 조직 내 구성원으로 확산한다.
물론 주상욱이 이번 사고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고 물러나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다만 주연배우라면 일단 전면에 나서 시청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맞는 순서란 생각이다. ‘태종 이방원’의 주인공 주상욱이 주연배우로서 거취 표명을 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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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BS, 주상욱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