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드려 타는 스켈레톤과 달리 누워서 타는 썰매인 한국 루지 대표팀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사고 칠 준비를 마쳤다.
이경영 대한루지경기연맹 사무처장에 따르면 루지 대표팀은 작년 9월부터 이번 올림픽에 대비해 러시아에서 전지훈련에 나섰다. 10월 라트비아에서 새로운 썰매 테스트를 거쳐 11월 중국에서 열린 1차 월드컵 겸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서 팀 릴레이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를 토대로 4명 전원이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2월 5일 루지 종목 중 가장 먼저 경기에 나서는 남자 싱글 국가대표 임남규(33,경기도루지연맹)는 말 그대로 '부상 투혼' 속에서 출전권을 따냈다. 월드컵 6차 대회 공식 훈련 때 정강이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부상 속에 귀국해야 했다. 그러다 마지막 8차 월드컵을 위해 귀국 사흘 만에 다시 목발을 짚고 출국, 올림픽 티켓을 거머쥐는 감동 드라마를 연출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2/01/26/202201262049777041_61f1825e5de5f.jpg)
임남규는 26일 루지 대표팀 온라인 미디어데이에서 "그동안 고생한 것이 너무 아쉬워 눈물이 났다"면서 당시 부상으로 이틀 동안 병상에 누워 있을 때 심정을 떠올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은퇴, 지도자의 길을 걷던 임남규는 남자 싱글 선수 3명이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2020년 1월 다시 선수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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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남규는 "2회 연속 출전한 것도 기적이다. 옆에서 도와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 모두가 꿈꾸는 올림픽이 간절했기에 가능했다. 베이징에서는 20위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개인적으로 2년을 쉬다 와서 더 간절했고 짧았던 시간 만큼 훈련에 더 집중해야 했다"는 임남규는 "선수로 복귀할 때 가장 마음을 끈 것은 스피드로 컸지만 올림픽에 한 번 더 나갈 수 있다는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면서 "단체전은 메달이면 좋겠지만 최종적으로 5위 안에 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평창 때 싱글 30위, 팀 릴레이(혼성단체전) 9위에 올랐으니 좀더 목표를 높게 잡은 셈이다.
![[사진]대한루지경기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2/01/26/202201262049777041_61f182b62ca8a.jpg)
2월 7일은 여자 싱글 아일린 프리쉐(30, 경기도주택도시공사)가 나설 차례다. 프리쉐는 지난 2016년 6월 대한체육회 특별 귀화 심사를 통과, 한국인으로 귀화한 독일인이다. 지난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을 대표한 프리쉐는 여자 싱글 종목에서 종합 8위에 올랐다.
사실 평창 대회 이후 귀화 선수는 대다수가 한국을 떠났다. 하지만 프리쉐는 평창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한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다시 썰매 위에 눕는다.
더구나 프리쉐는 선수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 한국에 남았다. 프리쉐는 지난 2019년 2월 열린 루지월드컵 8차 대회 중 썰매가 전복돼 수술대에 올랐다. 양손, 꼬리뼈 등이 동시에 부러지는 중상으로 두 달 동안 병상에 누워서 지내야 했다. 3년 동안의 재활 끝에 2020-2021시즌 복귀했지만 지금까지 통증이 남아 있다.
프리쉐는 재활 기간을 떠올리며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면서 "썰매에 정상적으로 앉을 수 있기까지 2년 이상이 걸렸다. 루지와 같이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종목에서 훈련 간에 썰매에 정상적인 포지션으로 앉을 수 없다는 것은 여러분의 상상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팀의 의무트레이너, 재활센터의 치료사, 의사까지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나서 잘 극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손톱 네일아트까지 태극마크로 치장한 프리쉐는 "평창 대회 후 지금은 많이 떠났지만 나는 귀화 전 이미 한국에 남기로 결심을 했다"면서 "일생일대의 중요한 결정이었지만 올림픽 참가라는 기회를 준 한국에 대해서 더 알고 싶었다. 내 인생이고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결정인 한국 잔류를 선택했다. 후회 없다"고 강조,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프리쉐는 베이징에서의 목표에 대해 "15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평창 대회 때는 홈트랙이라 자주 탔지만 중국에서 훈련을 많이 하지 못했다"면서 "가장 집중하는 것은 멘탈 케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올림픽이 열릴 트랙에서 주행 경험이 많든 적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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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은 박진용(경기도청)과 조정명(강원도청)이 나선다. 둘이 나란히 포개 타는 남자 더블 종목에서 벌써 3번째 올림픽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소치 때 18위였으나 평창 때 9위로 올라섰다. 둘은 "메달권을 보고 있다. 하나하나 더 세세하게,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보완했다. 이번에는 더 큰 도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정명은 "평창 때는 스타트가 최하위였다. 그래서 스타트를 많이 보강했다. 아직 정상급과 거리가 있지만 스타트를 잘 끊은 후 슬라이딩이 나온다면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자평했다. 박진용은 베이징 대회 트랙에 대해 "보기에 어렵게 생겼다. 중심 이동도 빨라야 한다"면서도 "탈 때는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루지는 한 번 실수하면 성적이 나올 수 없다. 13번 코스가 평창 9번이랑 비슷했다. 12, 13번에서 많은 선수들이 헤매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3년부터 함께해 최상의 호흡을 맞추고 있는 둘이다. 하지만 성격은 많이 달라 의견 충돌이 잦았다고. 박용진이 바이애슬론 출신으로 다혈질인 반면 조정명은 축구선수 출신으로 차분한 성격이다. 박진용은 조정명에게 "열심히 했으니 좋은 성적 있을 거야"라고, 조정명은 "항상 해왔던 대로 긴장하지 말고 재미있게 잘 마무리 하자"며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따로 자신들의 루지에 집중했다면 2월 10일은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 이들이 함께하는 '팀계주'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임남규, 프리쉐, 박진용-조정명이 모두 힘을 합해 시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이들의 '따로 또 같이'가 활동선수 20명에 불과한 척박한 한국 루지 환경에 어떤 기적을 선물할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