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대 몇!". 여전히 선명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별이 됐다. 방송인 허참이 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가에 따르면 허참은 이날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일 오전에 치러진다. 장지는 부모의 묘가 있는 경춘공원묘원이다.
허참은 1970년대 음악다방 '쉘부르' MC로 처음 진행 마이크를 잡았다. 활약을 인정받은 그는 이듬해 TBC 음악 프로그램 '7대 가수쇼'에서 MC를 맡으며 방송가에 데뷔했다. 이후 그는 정확한 전달력과 유쾌한 입담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KBS 2TV '쇼쇼쇼', '도전 주부가요스타' 등에서도 MC로 활약했다.
특히 허참은 KBS 1TV '가족오락관'을 통해 '국민 MC' 반열에 올랐다. 1984년 4월부터 2009년 4월까지, 25년에 걸쳐 1237회 동안 방송된 '가족오락관'은 다양한 게임을 통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오락 프로그램을 표방했다. 허참은 '가족오락관'의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

방과 방 사이, 고요 속의 외침, 폭탄 돌리기 등 '가족오락관'은 다채로운 게임을 전수하며 국내 예능가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터. 자연스럽게 허참은 '가족오락관'의 상징적인 인물로 기억됐다. '가족오락관' 말미 최종 스코어를 외치던 허참의 "몇 대 몇"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유행어로 남았다. '슈퍼스타' 시리즈의 "광고 보고 오겠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잇츠 쇼타임(It's show time)", '복면가왕'의 "가왕은 바로"와 같은 수많은 예능 진행자들의 유행어 원조로 허참이 포문을 열었던 셈이다.
'가족오락관'이 방송된 25년 동안 허참은 성실하게 프로그램을 지켰다. 프로그램 초창기 교통사고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단 일주일을 제외하면 빠짐없이 매주 진행 마이크를 잡았던 그였다. 이에 힘입어 그는 2005년에는 제12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에서 TV진행자상을, 2006년 KBS 연예대상에서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족오락관' 종영 이후에도 허참은 방송을 쉬지 않고 건재함을 보여줬다. SBS '트로트 팔도강산', Mnet '골든 힛트송' 등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 진행을 맡아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준 것. 심지어 허참은 2007년과 2019년에는 앨범을 발매하며 가수로서의 변신도 시도했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의 전설의 명MC 특집에서는 게스트로 출연해 무대와 마이크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방송에 대한 애정은 고인에게 병마와 싸울 원동력이기도 했다. 이미 허참은 2008년 첫 건강검진에서 대장 선종을 발견한 바 있다. 당시 선종 크기가 간까지 침범하기 직전일 정도였다고. 그는 간암 투병 중에도 '불후의 명곡' 까지만 해도 방송에 출연할 정도로 건강 유지에 힘썼다.
그러나 허참은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며 세상을 떠났다. 여전히 생생한 "몇 대 몇"의 울림이 허참을 그리워 하는 많은 이들을 슬프게 만드는 상황. 공교롭게도 1일은 2022년 음력 설날이기도 했던 터. 새로운 새해의 시작에 별이 된 고인의 끝이 안타까움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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