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 37)이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하는 중국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다.
빅토르 안은 1일과 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진행된 중국쇼트트랙대표팀 링크훈련에서 중국대표팀 소속 코치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쇼트트랙 대표팀은 철저한 보안속에 훈련을 진행해 그간 취재가 불가능했다. 중국대표팀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도코치인 빅토르 안은 가슴에 중국국기 오성홍기가 선명하게 새겨진 점퍼를 입고 함께 링크에서 선수들과 한시간 가량 땀을 흘렸다. 링크 바깥에서 육성으로 지도만 하는 일반코치와 달리 빅토르안은 직접 선수들과 함께 스케이트를 타면서 좀 더 세심한 지도를 했다. 판커신 등 중국의 간판스타들도 빅토르 안의 지도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빅토르 안은 한국대표팀 시절 안현수라는 이름으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세계선수권 5연패, 6회 우승을 달성하는 등 쇼트트랙 최다메달(56개)을 보유한 전설이다.
‘쇼트트랙 파벌논란’의 주인공 안현수는 2011년 대표팀 선발전에서 탈락한 뒤 국적을 러시아로 바꾸고 이름도 빅토르 안으로 개명했다. 이후 그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다시 3관왕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러시아에 첫 쇼트트랙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한 그는 러시아에서도 영웅대접을 받고 있다.

현역에서 물러난 빅토르 안은 평창올림픽 때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던 김선태 감독과 함께 중국의 러브콜을 받아 중국대표팀에 합류했다. 세계최강 양궁에서는 각국의 지도자가 모두 한국사람인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쇼트트랙에서도 한국지도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이 최강국이라는 반증이다.
하지만 빅토르 안을 바라보는 국내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 빅토르 안이 과거 한국대표팀 시절 “올림픽에 가기 위해 국적을 바꾸는 것은 비겁하다”고 발언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빅토르 안은 러시아로 국적을 바꾸기 전 금메달 연금 최대 4년치를 한꺼번에 수령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러시아로 귀화한 뒤 “이중국적이 유지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한 것이 거짓임을 밝히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었다.
빅토르 안은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중국대표팀에서 지도자로 도전했다. 이를 두고 국내팬들은 “한국에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중국팀을 맡은 것이 아니냐?”, “언제는 러시아로 귀화하더니 이제는 중국까지…기회주의자다”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빅토르 안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빅토르 안의 실력자체는 진짜다. 국적이야 어디든 존경받아야 하는 선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