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학교는' 오미크론 변이 시대에 만난 고딩 좀비, 끝내 주네(종합)[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2.05 04: 35

 목이나 팔을 물리고, 복부 살이 뜯겨 나가 내장이 튀어 나온다. ‘지금 우리 학교는’도 기존의 좀비물처럼 인간이 좀비가 돼가는 과정은 같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대를 반영한 ‘절비’는 완전히 새롭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번 공격을 당해 이미 좀비가 된 괴물이 인간처럼 말을 하고 생각까지 한다. 일명 ‘요나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문제는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해 머리를 맞고 옥상에서 떨어져도 죽지 않는다. 심장마비가 왔어도 뇌가 생생하게 살아있어 반만 좀비다. 요나스 바이러스가 계속 변이돼 죽지 않는 새로운 좀비, 절비(절반만 좀비)가 탄생한 것이다. 이는 극 초반 과학교사 이병찬(김병철 분)이 자신의 아들을 책으로 내리치고도 캐리어 안에서 되살아난 장면을 통해 감독이 미리 절비의 존재를 예고한 셈이다.
생전 풀지 못한 원한이 있거나, 억울함, 공포감이 요나스 바이러스를 타고 기형적으로 변이된 셈이다. 죽지 못해 다시 인간처럼 살게 된 그들은 복수할 대상을 찾아가 끔찍한 일을 벌인다. 덮어놓고 소리만 쫓던 멍청한 좀비가 아니라, 죽은 채로 살아 있는 육신에 동물적 육감, 인간의 지각을 갖췄을 때 벌어지는 공포가 휘몰아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제목처럼 좀비 바이러스가 퍼져 완전히 폐허가 된 고등학교를 상상한다. 안전지대라고 착각했던 학교는 바이러스의 근원지다. 성적, 대입, 교우문제 등 각종 스트레스가 산재한 학교는 요나스 바이러스가 기생하기 딱 좋은 숙주다. 이로 인해 효산시는 3일 안에 기능을 상실한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온조(박지후 분), 청산(윤찬영 분), 남라(조이현 분), 수혁(로몬 분), 하리(하승리 분), 미진(이은샘 분), 우진(손상연 분), 대수(임재혁 분), 효령(김보윤 등), 지민(김진영 분) 등 학생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를 요청하지만 어른들은 아이들을 구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아이들은 상처받고 어른을 불신한다.
군과 경찰, 의료기관, 정치인들이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대처에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아 어려운 형국이다. 현재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일 2만 명을 넘어 폭증하는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은 대학 입학이 곧 인생의 목표인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왕따 학생의 아버지이자 과학교사의 복수심으로 인해 학생과 교사, 그리고 시민들까지 좀비로 변해가는 위기 속에서 학생들이 힘을 합쳐 생존 투쟁을 벌이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대와 맞물려 기존 작품들과 뚜렷하게 색을 달리했다. 학생들이 음악실에 둘러앉아 마지막 영상을 남기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 당시 희생 학생들이 남긴 동영상을 떠올리게 해 먹먹함을 안긴다.
음악실과 과학실, 양호실, 옥상, 운동장과 같은 공간이 좀비들이 판치는 무대로 변해가는데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공포가 남다르다. 모두에게 익숙한 학교가 친숙하면서도, 날 것의 사실감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걸상, 교탁, 피아노, 공 등을 활용해 좀비를 물리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돋보일 수밖에 없다. 좀비에 맞선 학생, 교사, 경찰, 군인, 시민이 위기 속에서 살 방법을 궁리하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렸다.
‘지우학’ 좀비의 존재는 학교폭력,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왕따, 입시경쟁교육이라는 현 사회문제를 조망하는 데 있다. 또한 세월호 추모까지 다양한 이슈를 서사에 녹여내 몰입도를 높였다. 다만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들과 비교해 12부작이나 되기 때문에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 애정을 갖고 선발한 신인들이 맡은 캐릭터마다 사연을 부여해 러닝타임이 늘어난 것인데, 후반부에 가서는 후루룩 날려 아쉬움을 남긴다. ‘(캐릭터)OO은 그냥 그렇게 됐다’고 받아들이고 넘어가야 한다.
그럼에도 전형성에서 벗어난 모든 신예들의 신선한 연기가 돋보인다. 이미 인기가 높은 남녀 배우들이 좀비를 연기할 리 만무하다. ‘지우학’에 출연한 대부분의 신인들이 잘 소화했지만 특히 절비 역을 맡은 조이현 유인수 오혜수, 코믹을 담당한 임재혁 이은샘, 감정 표현을 절제한 윤찬영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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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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