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매트릭스' 시리즈의 최신작인 4편 '리저렉션'의 공동 제작자 빌리지 로드쇼 엔터테인먼트 그룹(이하 빌리지 로드쇼)이 처참한 흥행와 관련해 워너 브라더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LA 고등법원에 제출한 고소장에 따르면 빌리지 로드쇼 측은 워너 브라더스가 극장과 HBO 맥스(HBO Max)의 2중 개봉을 결정하면서 계약을 위반하고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워너 브라더스의 모회사인 워너미디어는 자매 플랫폼인 HBO맥스를 통해 2021년 '매트릭스' 시리즈 전체를 공개하도록 하는 한편, '리저렉션'의 개봉일을 당초 2022년 초반에서 2021년 12월로 앞당겼다고 빌리지 로드쇼 측 변호인단은 주장했다.
빌리지 로드쇼 측은 워너미디어가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은 자회사인 HBO 맥스의 구독자 확보를 위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너 브라더스는 '리저렉션'의 개봉일을 앞당기면 흥행 수익이 감소되고 빌리지 로드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빼앗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말 HBO 맥스 프리미엄 구독을 위해 그렇게 했다"라는 것이 빌리지 로드쇼 측의 주장이다.
빌리지 로드쇼는 또한 자신들이 스트리밍 공개로 인한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워너 브라더스가 극장 개봉과 같은 날 스트리밍 플랫폼에 이 영화를 공개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인 결과를 예견하고 어떻게든 계획을 추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너미디어는 18년만에 내놓은 '매트릭스' 4편인 '리저렉션'을 적극 홍보하며 구독자를 늘렸지만, 정작 영화를 제작한 빌리지 로드쇼는 '폭망'으로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배우 키아누 리브스와 캐리 앤 모스가 주연을 맡은 '리저렉션'은 개봉 첫 주말 동안 전작 3부작의 첫 주말보다 더 많은 극장에서 상영됐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1070만 달러(한화 128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까지 전 세계 흥행 수익은 1억 5000만 달러 정도. 1억 7000만 달러로 추정되는 제작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빌리지 로드쇼는 또한 워너 브라더스와 공유 이익에 관련된 향후 계획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앞서 영화 '조커', '아메리칸 스나이퍼' 등을 함께 작업했다.
이번 소송은 전세계 영화관들이 약 2년 동안 문을 닫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스트리밍 업계 내에서 진행된 가장 최근 논쟁이다. 2021년 마블의 '블랙 위도우' 스타 스칼렛 요한슨이 디즈니를 고소하면서 슈퍼히어로 영화의 이중 개봉이 티켓 판매에 타격을 줬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요한슨과 디즈니는 두 달 후 비공개 금액에 합의했다.
한편, 2021년 단독 극장 개봉을 선택한 영화들은 스트리밍 관객들의 기다림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평이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첫 주말 동안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2억 6000만 달러(한화 약 3,114억 8,000만 원)를 벌어들였다.
워너 브라더스 측은 이에 대해 "이번 소송은 빌리지 로드쇼가 지난주 우리가 시작한 중재에 참여하겠다는 계약상의 약속을 피하기 위한 경솔한 시도"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사건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해결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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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