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후한 왕의 무게감을 내려놓은 이서진이 민머리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이산 캐릭터는 2PM 이준호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한층 더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확보했다.
이서진은 티빙 오리지널 ‘내과 박원장’에서 짠내나는 주인공 박원장 역을 맡아 시청자들을 만났다. 지난 14일 공개된 이 작품은 초짜 개원의의 웃픈 현실을 담은 메디컬 코미디물. 진정한 의사를 꿈꿨으나 파리 날리는 진료실에서 의술과 상술 사이를 고민하는 박원장의 적자탈출 생존기를 그려 웃음을 안겼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박원장 캐릭터의 트레이드마크는 민머리다. 이서진으로서는 생애 첫 대머리 캐릭터 도전인 셈. 심지어 뉴욕대 출신으로 젠틀하고 스마트한 이미지가 한가득인 그이기에 시청자들의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쏟아졌다.
사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이서진 스스로도 “잘못 온 게 아닌가” 싶었을 정도로 뜻밖의 캐스팅이었다. 하지만 이서진은 보란듯이 해냈다. 심지어 서준범 감독이 첫 미팅 때부터 굳이 민머리 분장 안 해도 된다고 했지만 이서진이 적극적으로 나섰고 덕분에 ‘내과 박원장’의 웃음코드는 풍부해졌다.
생애 첫 코믹 연기임에도 이서진은 작정하고 망가졌고 많은 걸 내려놨다. 아내 사모림 역의 라미란과 차진 케미는 폭소 그 자체였고 차청화, 서범준, 김광규, 정형석, 신은정과의 티키타카는 유쾌했다. 이서진의 첫 대머리 분장, 코믹 연기, OTT 플랫폼 도전은 대성공이었다.

그동안 이서진이 쌓은 필모그래피를 보면 초반엔 드라마 ‘다모’, ‘불새’, ‘이산’, ‘계백’ 등 굵직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어느덧 ‘참 좋은 시절’, ‘결혼계약’ 같은 가족 드라마에 ‘트랩’, ‘타임즈’ 같은 장르물도 포함됐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변신한 덕분이다.
이제 ‘정조’, ‘이산’ 하면 이서진보다 최근에 ‘옷 소매 붉은 끝동’에서 활약한 이준호를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이서진은 이런 자연스러운 반응에 서운함보다는 “이제 이산은 이준호다. 언급되는 것도 창피하다”며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7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그는 “배우로서 충분히 특수분장을 할 수 있다. 이번에 센 특수분장을 했기 때문에 다음에는 어떤 특수분장을 해도 될 듯”이라며 “'내과 박원장 시즌2'가 제작된다면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다른 분들이 원하시면 하셔도 된다”고 미소 지었다.
1999년 ‘파도위의 집’으로 데뷔해 23년째 연기하고 있는 이서진이다. 그가 롱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사랑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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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내과 박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