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진 ‘태종 이방원’이 3번의 사과와 제작가이드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해 돌아왔다. ‘태종 이방원’은 오는 26일 방송을 재개한다.
9일 KBS 측은 “KBS1 대하 사극 ‘태종 이방원’이 오는 26일부터 13회 분을 시작으로 방송이 재개될 예정이다”고 밝혔다. ‘태종 이방원’의 방송 재개는 지난 16일 방송된 12회 이후 약 42일 만이다.
지난달 20일,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는 공식 SNS를 통해 ‘태종 이방원’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동물학대를 규탄한다며 낙마 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말이 고꾸라지는 걸 찍기 위해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잡아 당겼다. 말은 고개를 땅에 강하게 부딪혔으며, 대역 출연자 역시 부상이 걱정될 정도로 크게 넘어졌다.

동물자유연대는 “2022년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촬영이 이러한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말을 강제로 쓰러뜨린 장면은 명백한 동물학대다. KBS가 방송 촬영 과정에서의 동물학대 문제에 대해 중대함을 깨닫지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하거나 적당히 무마하지 않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KBS 측은 고꾸라진 말이 일주일 후 사망했다고 밝혔고, “사고를 방지하지 못하고 불행한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시청자분들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사고를 통해 낙마 촬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다시는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다른 방식의 촬영과 표현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 또한 각종 촬영 현장에서 동물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 방법을 관련 단체와 전문가들의 조언과 협조를 통해 찾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태종 이방원’ 공식 홈페이지와 KBS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출연 중인 배우의 SNS에도 해당 논란에 대해 책임을 묻는 댓글들이 달렸다. 고소영, 김효진, 공효진, 최여진 등 배우들도 “촬영장에서 동물은 소품이 아닌 생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KBS 측은 “드라마 촬영에 투입된 동물의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국민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한 제작 관련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겠다. 자체적으로 이번 사고의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은 물론, 외부기관의 조사에도 성실히 임하겠다”고 사과했다.

두 번째 사과 이후 3주 만인 9일, KBS는 “불미스러운 사고에 대해 KBS는 책임을 통감하며,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 드라마를 비롯한 프로그램 제작 전반에서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작가이드라인 조항을 새롭게 마련했다”고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이날 사과까지 3번 고개를 숙인 KBS는 ‘태종 이방원’의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단, 당장 재개는 아닌 오는 26일부터다. 오는 12일과 13일은 베이징 동계 올림픽 중계로 인해 결방되며, 오는 19일은 그동안의 방송을 모은 스페셜이 방송된다. 20일은 동계 올림픽 폐막식 중계로 결방된다.
‘태종 이방원’은 고려라는 구질서를 무너뜨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던 여말선초(麗末鮮初) 시기, 누구보다 조선의 건국에 앞장섰던 리더 이방원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하는 드라마다. 주상욱, 박진희, 김영철, 예지원, 엄효섭, 김명수, 홍경인 등이 출연 중이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