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가 오히려 황대헌(23, 강원도청)을 강하게 만들었다.
황대헌은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 나서 2분 09초 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는 이번 대회 대한민국 첫 쇼트트랙 금메달이다. 황대헌의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이기도 하다.

결승선엔 10명의 선수가 섰다. 출발과 동시에 뒤쪽에 자리한 황대헌은 후방에서 레이스를 지켜봤다.
9바퀴를 남기고 황대헌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선두자리를 꿰찼다. 그 뒤 황대헌은 절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남은 바퀴를 모두 가장 앞에서 이끌었다.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도 추격에 흔들리지 않았다.
황대헌은 발을 가장 먼저 결승선에 내밀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포효한 그는 빙판에 무릎을 맞댄 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틀 전 자신을 지독하게 괴롭혔던 그 빙판이다.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 나선 황대헌은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며 결승 티켓을 거의 손에 넣었지만 중국 선수 2명을 제치는 과정에서 뒤늦게 레인을 변경했단 이유로 억울하게 실격당했다.
4년 동안 준비한 올림픽에서 석연찮은 판정으로 결승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하는 결과와 마주했던 황대헌이다. 자칫 ‘사기 저하’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예상과 정반대 방향으로 갔다. 더욱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1500m에서 그토록 바라던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다. 2018평창 대회를 통해 처음 올림픽에 나섰던 황대헌은 당시 불운 끝에 남자 500m에서만 은메달을 따낸 바 있다.
4년 만에 그토록 원하던 첫 금메달을 목에 건 황대헌이다. 중국의 편파판정에 따른 실격 처리의 아쉬움을 금세 떨치고 올림픽 챔피언 자리에 우뚝 섰다. 실력도, 멘털도 일인자였다. /jinju21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