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뚫고 金 딴 황대헌에 '악플 세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中[오!쎈 초점]
OSEN 노진주 기자
발행 2022.02.11 07: 35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중국 쇼트트랙 팬들이 황대헌(23, 강원도청)의 SNS을 찾아가 ‘악플 세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흔들릴 황대헌이 아니다. 오히려 중국 선수들에게 독이다.
황대헌은 지난 9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베이징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에 나서 2분 09초 21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는 이번 대회 대한민국 첫 금메달이자 황대헌의 개인 첫 올림픽 금빛 메달이다.

10일(한국시간) 중국 베이징 메달 플라자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메달수여식이 열렸다.대한민국 황대헌이 시상대에 오르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2022.02.10 /jpnews@osen.co.kr

결승에서 10명의 선수가 레이스에 뛰어든 가운데 9바퀴를 남기고 황대헌이 움직였다. 순식간에 선두자리를 꿰찼다. 그 뒤 황대헌은 절대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남은 바퀴를 모두 가장 앞에서 이끌었다.
마지막 바퀴를 앞두고도 추격에 흔들리지 않은 황대헌은 가장 먼저 스케이트 날을 결승선에 내밀며 금메달을 확정했다.
황대헌이 출발선에 섰을 때 한국 쇼트트랙 팬들은 마음을 졸였다. 다신 있어선 안될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될까 우려해서다.
앞서 황대헌은 지난 7일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깔끔한 레이스를 펼치며 결승 티켓을 거의 손에 넣었지만 중국 선수 2명을 제치는 과정에서 뒤늦게 레인을 변경했단 이유로 억울하게 실격당했다.
황대헌의 쇼트트랙 ‘선배’인 이정수-진선유-박승희(이상 은퇴)는 이구동성으로 “이건 말이 안 되는 판정”이라며 중국에 편향된 판정임을 의심했다.
파장은 어마어마했다. 윤홍근 선수단장이 바로 다음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쇼트트랙에서 나온 부당한 판정을 널리 알렸다. 바로 뒤이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관계자와 화상 회의를 주도하며 이 같은 논란에 항의하기도 했다.
금메달을 따낸 쇼트트랙 황대헌이 기뻐하고 있다. 2022.02.09 /jpnews@osen.co.kr
정작 피해를 본 당사자 황대헌은 조용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기에 흔들렸지만, 조용히 스스로 정신을 무장하는 쪽을 택했다. 남은 1500m-500m-남자 계주를 생각하며 황대헌은 억울함과 아쉬움은 우선 뒤로했다. “이번엔 아무도 나의 몸에 손 못 대게 달리겠다”고 마음먹으며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그리고 황대헌은 보란 듯이 ‘금메달’을 따냈다. 적수가 없는 깔끔한 경기력으로 1500m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 차례 큰 시련이 있었음에도 더 강해져 돌아와 금빛 레이스를 펼친 것이다. 그제야 황대헌은 웃었다.
이로써 황대헌의 정신력은 그 어떤 풍파를 맞아도 끄떡없다는 것이 증명됐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지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건지 중국 쇼트트랙 팬들은 황대헌의 SNS를 찾아가 악성 댓글을 달고 있다. '스포츠 정신이 없는 나라’, ‘반칙으로 딴 메달’, ‘어차피 중국이 남은 경기 메달 가져간다', ‘소국 선수’ 등의 악플을 한국어로 번역까지 하며 남기고 있다.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구토 이모티콘은 이에 비하면 약과다.
하지만 황대헌은 이에 흔들릴 선수가 아니다. 이보다 더한 ‘편파판정’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선수다. 자극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 중국인들의 ‘악플 세례’는 오히려 중국 선수들을 공멸로 이끄는 기폭제에 가깝다. /jinju21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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