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향해 던지는 따뜻한 이야기, 조금이라도 위로 됐으면 좋겠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의 제작보고회가 15일 오전 11시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최민식을 비롯해 김동휘, 조윤서, 박병은, 박해준, 그리고 박동훈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감독과 배우들 모두 ‘최민식앓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동훈 감독은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연출하게 된 것이 대해서 “시나리오를 받고 어떤 한 장면이 떠올랐다. 제일 먼저 받은 인상은 굉장히 예의바른 이야기라는 거다.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한 장면이 떠올랐는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한 아이가 있고 그 아이의 부모 혹은 어른이 ‘네가 문제야’라고 다그치는 게 아니라 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놓고 그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경청하는 태도가 떠올랐다. 그런 친절하고 반듯함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감동 드라마다. 스스로를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가는 천재 수학자 이학성(최민식 분)은 자신을 찾아온 한지우(김동휘 분)에게 수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가르친다.
극 중 천재 수학자 이학성 역을 맡은 최민식은 출연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가 있다. 일단 ‘굿 윌 헌팅’이라는 영화가 생각났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학원 드라마가 있는데 학원에 국한되지 않는 여러 가지 세상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었다. 감독과 첫 미팅을 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았다. 마스크를 벗으면 굉장히 낯익은 얼굴이라고 느낄 거다. ‘은하철도 999’의 철이, 딱이다. 되게 소년 같고 수줍음도 많았다. 대본을 읽어보고 나는 솔직히 박동훈 감독에 대한 정보가 없었는데, 왜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의도를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오디션을 보고 합류하게 된 김동휘는 “저는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어서 오디션을 봤었다. 그때 최민식 선배님도 계셨다. 많이 떨렸다. 항상 스크린에서만 뵙던 분을 실제로 뵈니까 선배님에게 내 연기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만 있었다. 오디션 보고 감독님이 참여하자고 해주셨다”라고 합류 과정을 전했다.
박동훈 감독은 배우 최민식의 ‘찐팬’으로 그와 함께 작업하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최민식 선배님은 내가 ‘찐팬’이다. ‘해피엔드’라는 영화의 짧은 장면과 대사도 기억할 정도로 관객으로서의 팬이었다. 연출자, 감독으로서 시나리오를 읽고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경비복을 입고 수학에 대해서 설파를 한다는 것을 연상해봤을 때 정말 흥분되더라. 정말 감격스러웠다”라고 밝혔다.
또 김동휘 캐스팅에 대해서는 “김동휘 배우는 그냥 한지우 그 자체였다. 기억나는 게 동휘 씨가 우리 지정 대본이 있었는데 자기 의도대로 수정을 해왔더라. 왜 그랬냐고 질문을 하니까 자기의 논리를 또박또박 얘기하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캐스팅하게 됐다”라며 칭찬했다.

최민식이 연기한 이학성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자유롭게 수학 공부를 하고 싶어 고향을 떠나온 인물이다. 하지만 수학이 대학 입시 도구로만 사용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실망하고, 그렇게 신분도 사연도 숨긴 채 메마른 삶을 살아가던 중 한지우를 만나 수학을 통해 인생에 대한 정답을 하나씩 풀어나가기 시작하는 인물이다.
최민식은 이학성에 대해서 “어떤 한 분야에 굉장히 너무 많은 애정을 가지고 한 평생 살아온 사람이다. 그 능력이 타인들이 볼 때 굉장히 출중해서 천재라는 별칭도 붙여준다. 평생을 한 분야를 외골수로 파는, 그리고 나름대로의 철학이 아주 공고하고 수학 학문에 대한 애정이 너무 지극하다. 학자로서의 나래를 펼치지 못하고 이데올로기와 정치적인 억압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래서 남한에 탈출하게 됐는데 역시 자기가 가진 것을 펼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다. 시련과 시련을 거듭하게 되는 천재의 모습을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됐을 때 그 안타까움, 그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더라. 이학성이라는 인물의 심리적인 부분을 많이 고민하긴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최민식은 “탈북자라는 것은 가급적 배제했다. 이데올로기, 정치적인 배경에 대해서는 가급적으로 배제하고 정말 내가 사랑하고 평생을 해온 것을 못하게 됐을 때의 시련, 천재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더욱 그것에 대한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노력했다”라고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였다.

이날 최민식의 ‘찐팬’이라고 밝힌 박동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들 모두 ‘최민식앓이’를 언급했다. 김동휘는 오디션 현장에 있는 최민식에게 자신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집중했다고 말하는가 하면, 박해준은 영화 ‘침묵’ 이후 꼭 다시 작품으로 만나고 싶었다고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김동휘를 처음 만난 최민식은 “김동휘를 처음 본 게 오디션 현장이었다. 그냥 깨끗한데 힘들어 보이는 느낌이었다. 그게 우리가 찾고자 하는 이미지였다. 인상으로서 좋았고, 현장에 들어가서 얼마나 많은 부담이 있었겠냐. 나를 비롯해 많은 베테랑 배우들, 선배들, 스태프들 앞에서 긴 장편 영화의 주인공을 표현하려니. 그런데 굉장히 진중한 모습에 믿음이 갔다. 어떻게 첫술부터 배부르겠냐. 많은 가능성이 보이고, 시간이 갈수록 한지우라는 캐릭터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이에 김동휘는 최민식에 대해서 “인생의 멘토”라고 말하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이라는 소재를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할 예정이다. ‘수알못’ 관객들도 영화가 주는 감동과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일상 곳곳의 수학을 친숙하게 표현했다.

박동훈 감독은 “수학이 굉장히 딱딱하고 지루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게 아니라, 찾아보면 우리 주면에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고 직관적으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수학적 디테일, 고증을 위해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 촬영현장에 전문가들이 언제나 상주하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최민식도 “딱딱한 수학에 관한 영화만은 아니다. 수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이어진 인연들이 이 세상을 향해 던지는 어떤 따뜻한 이야기다. 요즘 같이 힘들고 지친 시대를 살아가시면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인생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수학의 즐거움을 전할 특별한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오는 3월 9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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