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베드신, 수위 높게 잡아"…장철수 감독, '복무하라' 9년 매달린 이유(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2.15 18: 52

 ‘쉬운 길은 택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이 문장이 영화를 대하는 장철수 감독의 신념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밟아왔던 성공의 길을 또다시 걸으며 안정된 환경에서 평안을 누릴수도 있었겠지만, 감독은 실패할 수도 있는 모험을 기꺼이 선택했다. 인간 내면의 욕망을 다방면으로 조명하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그의 예술정신은 일단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장철수 감독은 15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10년을 넘기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쉰 만큼 더 많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 지금도 많은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스크린 복귀 심경에 대해 밝혔다.

그가 메가폰을 잡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제공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작 표범영화사 제작 조이앤시네마)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 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 분)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이후 9년 만의 신작이다.
동명의 중국소설을 각색, 1970년대 한국을 배경으로 금지된 남녀의 사랑을 그렸다.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는 두 남녀의 위험한 사랑을 원작만큼 강렬하게 표현해 개봉 전부터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연출을 맡은 장철수 감독은 지난 2014년 9월 연우진을 필두로 배우 라인업을 꾸렸지만, 여자 주인공 캐스팅 및 투자 배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제작이 계속 밀려 수년간을 기다려야했다. “캐스팅, 투자 등을 알아봤는데 여의치 않았다. 사람들이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냐’고 하더라. 그러는 사이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연출 제안을 받았고 그걸 먼저하게 됐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대중적인 호응을 얻었지만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곧바로 들어가기엔 녹록지 않았다”고 제작이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캐스팅이 된 이후부터) 연우진을 만나 ‘어떻게 해서든 만들자’는 얘기를 해왔다. 그러다 이제야 하게 됐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 작품이 제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서 어떻게든 하려고 했다. 부족한 환경이지만 최선을 다해서 만들고 싶었다”고 의지를 불태운 과정을 밝혔다.
영화 ‘사마리아’(2004)의 조감독 출신인 그는 첫 장편 상업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로 데뷔했다. 필모그래피에 두 번째 작품으로 이름을 올린 건 ‘은밀하게 위대하게’. 장르가 다른 두 영화 모두 평단에 호평을 받았다. 세 번째 작품을 내놓기까지 9년이라는 긴 세월이 필요했지만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다방면으로 조명하며, 관객에게 다시 한번 물음표를 던진다.
그는 이날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에 대해 “저는 원작의 첫 구절부터 끌렸다. 어떻게 보면 진실은 실제 있었던 일보다 허구적인 얘기로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삶의 진실을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표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제가 영화에 끌리는 이유는 삶의 수많은 진실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래서 업으로 삼고 있는 걸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는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이 마음에 든다. 처음, 중간, 끝이 중요한데 무광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무광과 수련이 하나가 되는 장면, 그리고 두 사람이 나눠지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간다.”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무광과 수련의 모습은 본능적인 사랑의 욕구를 자극하며, 온몸을 관통하는 강렬한 떨림을 전한다. 이에 장철수 감독은 “노출신을 찍는 게 가장 어려웠다. 베드신이 나오기 전까지 무광과 수련이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 저희 영화가 아름답게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단순히 노출, 베드신을 위한 영화는 아니라고 했다.
“베드신이 나오기 전까지 인물의 서사와 감정을 충분히 쌓는 걸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장 감독은 “격렬한 몸짓을 보여주기 전까지 최대한 감정을 쌓도록 했다. 그런 장면이 나왔을 때는 사람들이 여러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저는 19금 수위가 높을수록, 수위가 셀수록 좋다는 생각은 안 했다. 이야기 속 그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액션 영화나 감동적인 드라마 영화 역시 마찬가지”라고 비교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노출이 있는 신들을 촬영하면서 가장 적절한 수위를 찾으려고 했다. 저희 작품은 남녀가 자신이 꿈꾼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목숨을 걸고 사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표현 수위를 높게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작부터 모든 걸 내려놓고 던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거다. 그런 각오가 아니면 처음부터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청불 수위에 대해 밝혔다.
장철수 감독은 이어 “물론 우리처럼 보수적인 나라에서 (수위가 높은 영화를 만드는 게) 쉽진 않다. 그걸 극복하는 게 어려웠지만 제 처음 의도대로 최대한 만들려고 했다”며 “시간적, 예산적 여유가 있었다면 조금 더 여유있고 풍부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정말 몰아붙이며 찍었다. (배우들이) 나중엔 제가 무슨 얘기를 해도 못 알아들을 정도로 가는 상황도 있었다. 그런 상황까지 가면서 촬영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촬영기를 전했다.
“우리 영화는 논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 논쟁적인 면이 오히려 힘이 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모두가 좋아하고 비슷한 생각을 하는 영화도 있지만, 우리 영화는 완전히 대중적인 영화는 아니다. 논쟁할 거리가 있고 관객이 자신의 의사와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영화다. 그래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시고 활발하게 논쟁을 하셨으면 한다. 칭찬만 듣고자 했다면 저는 이 영화를 못 찍었을 거다. 비웃음을 당할 수 있지만 그런 것까지 감수하려고 했다. 저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시고, 자신을 돌아보는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신감을 갖고 만들었다.”
앞서 지안은 연우진에 대해 “한 장면 한 장면 분석하고 노력하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외모가 고급스럽지 않나. 귀티 나는 얼굴이 정말 매력적이다. 저는 우락부락한 몸매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우락부락하지 않고 적당히 근육이 있는 몸매라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던 바.
이날 감독도 "남자 배우들이 보통 작품에서 몸을 드러낼 때 운동을 해서 근육질 몸매를 만들지 않나. 저는 그런 게 인위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몸매가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지만…반면 연우진은 열심히 일해서 자연스럽게 생긴 근육을 만들어 캐릭터를 통해 보여준 거 같다. 애정신에서 이게 더 잘 맞는다고 본다”는 생각을 보탰다. 이어 수련을 연기한 지안에 대해서는 “(수련 캐릭터를) 마치 이부진, 이서현 자매처럼 기품 있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촬영하면서 나눴다”고 말했다.
수련을 연기한 지안에 대해 그는 “수련은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가 무언가 할 때와 아무것도 못 할 때 짓는 표정이 중요했다. 영화 ‘함정’을 통해 지안이라는 배우를 알게 됐는데 처음 그 배우를 보고 수련의 모습을 느껴 캐스팅 하게 됐다”고 전했다.
수련 캐릭터를 통해 여성의 힘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장철수 감독은 “저는 여성은 대지, 바다처럼 넓고 따뜻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수련이 그런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수련에게 무광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을 노출하길 바랐다. 수련은 또한 되게 당당한 여성인데, 지안이 그녀의 기상과 기개를 잘 표현해준 거 같다”고 칭찬했다.
70년대를 배경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가 자본주의 세상을 사는 지금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본다. 지금 가장 필요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금 안 하면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었다. (시대를 떠나) 사람이 사는 얘기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고 논쟁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이달 23일 극장 개봉할 준비를 마쳤다. 감독은 이에 “극장에서 언젠가는 내리겠지만, 이 영화는 극장에서 보시는 게 가장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즐기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극장은 방해물이 없어서 그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많은데 극장이야말로 방해물 없이, 스크린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요즘엔 처음부터 OTT로 가기도 하지만, 저희는 극장 상영을 목표로 해서 상황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극장에서 봐야 원하는 걸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 흥행 메이커로 떠오른 장철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이 지닌 힘 있는 서사를 배경으로 특유의 감성적인 연출력을 더했다. 연우진, 지안, 조성하 등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는 원작 캐릭터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으며, 올 상반기 가장 강렬하고 파격적인 웰메이드 청불 멜로의 탄생을 알렸다.
“저는 한국영화계 신스틸러 감독이란 얘기를 듣고 싶다.(웃음) 한국영화계에 대단하고 훌륭한 수많은 감독님들이 계신다. 저와 같은 시기에 (영화를) 내놓지 않으셨으니, 이 시기 만큼은 저도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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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스틸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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