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참았다" '복무하라' 연우진, 동성애→파격 베드신…14년차 도전史[인터뷰 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2.17 15: 49

 영화 ‘친구 사이?’로 2009년 데뷔해 햇수로 활동 14년차를 맞이한 배우 연우진(39). ‘친구 사이?’에서 동성애 코드를 소화했던 것을 시작으로 ‘터널 3D’(2014), ‘더 테이블’(2017), ‘궁합’(2018), ‘출국’(2018), ‘아무도 없는 곳’(2021)을 거쳐 ‘특송’(2022)까지 부드러운 면모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서사를 가진 눈빛으로 상대방을 흔드는 남자를 연기했다.
그런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제공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작 표범영화사 조이앤시네마)에서 선보인 무광 캐릭터는 어쩐지 좀 결이 다르다. 제작의 시작을 알렸던 2014년부터 본격 크랭크인 한 2020년까지 작품에 애착을 갖고 버텨와서 그런지, 한층 더 애절하고 깊어진 느낌을 받았다.
배우 캐스팅 및 투자배급 상황으로 제작이 잠시 중단됐을 때, 다른 배우라면 그냥 놓아버릴 수도 있었을 터. 하지만 연우진은 그 작은 불씨를 꺼버리지 않았다. 장철수 감독과 약속을 지켜온 6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인간 연우진의 굳은 심지도 엿보인다. 아마도 그의 올곧은 성격이 무광 캐릭터에 반영된 듯하다. 대기한 6년 동안 그는 신념을 위해 살아가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욕망과 쾌락을 좇는 군인 무광으로 변신해 있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실패할 수 있음에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연우진이 앞으로 보여줄 연기 세계를 더욱 궁금하게 만드는 분기점이 됐다.
장철수 감독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제공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작 표범영화사·조이앤시네마)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 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 분)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연우진은 17일 열린 화상 인터뷰에서 “2014년에 감독님이 꼭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군복 같은 셔츠를 선물로 주셨다. 이 영화는 소설과 달리, 인간의 욕망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제가 인간의 욕망에 대한 것들을 잘 표현해보고 싶어서 하게 됐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가장 먼저 캐스팅됐던 그는 “일단 감회가 새롭다. 저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배우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만, 감독님 역시 (다양한 작품을 내놓고 계시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장철수 감독님의 특별함을 함께 하고 싶었다. 그가 꽃이라면 제가 꿀벌 같은 느낌이다. 2014년에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는데 놓지 않고 있었다. 그때 저는 드라마 ‘연애 말고 결혼’을 할 때였다. 이 시나리오를 보고 한 인간의 파격적인 사랑을 표현하고 싶었다. 근데 6~7년이 지나고 보니 느껴지는 깊이감이 다르더라. 욕망을 좇는 다양한 인간 군상이 보였다. 제 자신에 대해서도 솔직해질 수 있는 작업이 될 거 같아서 이 작품에 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는 원작 책과 달리,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낸 거 같다. 흔들리는 인간들 속에 사상과의 관계에 집중한 거 같다”고 힘주어 전했다.
크게 중점을 잡고 연기한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무광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끊임없는 유혹 속에 대의를 위한 슬로건이 개인의 것으로 바뀐다. 그게 무광을 잡아먹는다고 생각했다. 체제에 필요한 군인이지만 욕망에 사로잡힌 군인은 나약한 인간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파국으로 치닫는 인물이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제가 포인트를 잘 잡으려고 했다. 다양한 욕망을 느끼면서 고향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아내에게 느껴보지 못했던, 그런 욕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우리 영화에 나오는 베드신마다 각각 (표현하는 수위, 인물의 감정 등) 다르다. 짐승과 같은 적나라한 파격 베드신도 있다. 저는 베드신의 결을 달리하며 짐승 같이, 조금은 변태적으로 표현했다. 보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라는 의문을 던질 정도로 갔다. 더 큰 쾌락을 좇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사랑이라는 감투 속 인간의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시나리오를 볼 때부터 인간의 욕망이 재미있게 표현됐다고 생각해서 제가 꼭 하고 싶었다. 다른 배우가 하면 배가 아플 거 같은 느낌도 들었다. 작품을 하면서 처음 그런 감정을 느껴봤다. 좀 더 상업적인 면에서 봤다면 안정적인 선택, 다른 선택을 했을 거다. 하지만 저는 작품을 보고 출연을 선택했다.”
연우진은 캐릭터의 비주얼적인 면에서도 특히 신경을 썼다. 1970년대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피부를 검게 그을리기도 했다. “노 메이크업으로 촬영했다”는 연우진은 “지금도 피부톤이 돌아오지 않았다.(웃음) 어제 드라마 제작발표회 때 보니까 저만 피부가 새카맣더라. 촬영을 위해 태닝샵에 가기도 했지만 저는 한여름에 제 고향인 강릉 바닷가에서 피부를 태웠다”고 했다.
간헐적 단식을 했다는 그는 “오후 6~7시에 식사를 마쳤고 다음날 아침까지 12시간 공복을 유지했다. 중간에 운동도 하면서 건강하게 뺐다. 지금은 그때보다 살이 오르긴 했지만. 현재가 가장 이상적인 몸무게다. 이걸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설명을 보탰다.
이날 연우진은 ‘배우로서 한층 연기가 깊어졌다’는 말에 “제 생각과 가치관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감독님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나이가 먹었다”고 답했다. 이어 “활동 초반엔 연기 변신을 해야 한다, 이미지 변신을 해야 한다는 급급한 마음이 있었지만 지금은 작품의 본질을 생각한다. 그리고 상대방과의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연기하는 데 전보다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호흡을 맞춘 배우 지안(40)에 대해 고마움을 드러낸 그는 “지안이 (출연)수락을 해줘서 지금의 무광이 탄생한 거 같다. 모든 기운이 모아져서 이 영화가 만들어진 거 같다”고 전했다.
그녀와의 베드신 촬영에 대해 “물리적인 시간이 한정돼 있어 지체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집중하면서 임했다. 감독님과 지안을 존중하면서 촬영해야겠다 싶었다. 그 누구 하나 마음에 상처를 받지 말고 일하자는 생각을 했다. 베드신에 두려움이 없었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있는 그대로 표현을 잘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촬영장에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팻말을 보며 오늘 하루도 무사히, 상대방을 존중하며 일하자는 생각이었다. 감독님, 지안과는 다음날 찍을 베드신에 대해 매번 회의를 했다. 전반적인 동선을 전날 맞춰봤고 촬영, 조명도 미리 준비해놓았다.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면 당일 촬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세팅이 된 상태에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다.”
언론시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후시녹음을 진행했다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팀. 이들은 완벽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것을 토해냈다. 새벽까지 감독님과 일하면서 맞이하는 공기가, 지난 8년이 생각나면서, 뭉클했다. 어렸을 때를 제외하고 그런 기분은 처음 느껴봤다. 진짜 모든 걸 다 토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벅찬 소감을 남겼다.
연우진은 자신의 이미지를 영리하게 이용해 다양한 장르에 효과적으로 사용해왔다. 2009년 데뷔해 쉬지 않고 작품을 하고 있는 연우진의 세계관이 궁금해졌다.
겉으로는 조용한 것처럼 보여도, 내면에는 파이팅 넘치는 기질이 있는 듯하다. 일부러 속에 비축해놓았다가, 작품에서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 같기도.
“언론시사회에서 보고 눈물이 나려던 걸 참았다. 언론시사회 (기자회견) 때문에 그날 영화를 끝까지 못 봤지만 마지막까지 다 봤다면 저는 아마 오열했을 거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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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이앤씨미디어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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