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편없는 연기를 펼쳐 대회의 실망스러운 마무리를 피하게 도왔다."
지난 15일 쇼트 프로그램에서 82.16점으로 전체 30명 중 1위로 통과한 발리예바는 17일 중국 베이징의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 출전해 총 141.93점을 받았다.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의 합산 결과는 224.09점으로 최종 4위를 기록했다.
경기 종료 후 미국 '보스턴 글로브'는 "발리예바의 형편없는 연기 덕분에 IOC가 발리예바가 시상대에 오를 경우 수여식을 진행하지 않기로 한 이번 대회를 실망스럽게 마무리하는 것을 피하게 됐다"라고 보도했다.

이날 25명 중 마지막으로 연기를 펼친 발리예바는 3회전 점프인 트리플 악셀과 쿼드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에서 점프하고 넘어지는 등 잦은 실수가 나왔다. 이후에도 쿼드 토루프+싱글 일루어+트리플 살코에서도 실수를 저질렀다.
발리예바는 지난해 12월 말 러시아피겨선수권대회 기간 중 국제검사기구(ITA)가 채취한 도핑 샘플에서 트리메타지딘(trimetazidine) 약물이 검출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는 발리예바에게 잠정 자격 정지를 내렸지만, 이를 철회한 것을 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 신청했다. 하지만 발리예바가 만 16세 이하의 '보호대상자'라는 점을 사유로 들어 기각했다.
발리예바는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했지만, 시선은 곱지 않았다. IOC는 발리예바가 3위 이상의 성적을 거둬 입상하더라도 수여식이 없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발리예바는 4위로 경기를 마쳤고 메달 수여식이 진행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는 일어나지 않게 됐다. 발리예바가 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시상식도 예정대로 진행된 것이다.
금메달을 획득한 안나 쉐르코바(17, ROC / 255.95), 은메달을 목에 건 알렉산드라 트루소바(17, ROC / 251.73)와 동메달을 손에 쥔 사카모토 가오리(21, 일본 / 233.13)는 열리지 못 할 뻔한 시상식에서 환하게 웃었다.

보스턴 글로브는 "덕분에 실망스러운 마무리를 피했다"라며 발리예바의 실수를 조롱했다. 이어 "발리예바는 점프를 시도하는 중간 얼음에 곤두박질쳤다. 연기를 마친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감격에 휩싸인 듯 보였고 '카밀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자 눈물을 흘렸다"라고 전했다.
한편 마크 애덤스 IOC(국제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발리예바의 올림픽 기록 옆에는 별표(*)가 붙을 것이다. 별표가 붙은 그의 점수는 공식이 아닌 잠정 기록으로 표기된다”라고 밝혔다. 발리예바가 베이징 대회에서 기록한 점수를 공식 기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reccos23@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