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혜리가 사극까지 섭렵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한층 더 성장한 연기력과 명불허전 케미스트리를 보여준 이혜리의 2022년 활약은 이제 막 시작됐다.
이혜리는 지난 21일 OSEN과 화장 인터뷰를 통해 KBS2 월화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극본 김아록, 연출 황인혁, 이하 꽃달) 종영 소감을 밝혔다.
‘꽃달’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금주령의 시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과 술을 빚어 인생을 바꿔보려는 밀주꾼 여인의 아술아술 추격 로맨스다. 지난해 12월 20일 첫 방송된 ‘꽃달’은 최고 시청률 7.6%(4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는 등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올림픽 등의 여파로 인해 결방됐음에도 많은 관심 속에 지난 22일 16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혜리는 금주령의 시대, 백 냥 빚을 갚기 위해 술을 빚기 시작하는 가난한 양반 처자 강로서로 분했다. 귀티나는 외모와 달리 돈 되는 일이라면 힘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 인물이다. 양반이 체면도 모른다는 수군거림을 뒤로한 채, 유일한 희망인 오라비 뒷바라지하는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톡톡 튀는 매력을 뽐내며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혜리는 금주령의 시대에 ‘선 넘는’ 강로서를 다채롭고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캐릭터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 이혜리가 아닌 강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오랜 시간 강로서로 살아오며 ‘꽃달’과 함께한 이혜리는 “더울 때 시작해 추울 때까지 찍은 드라마가 끝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고, 로서라는 인물을 연기할 수 있게 되어서 행복했다. 끝까지 많은 사랑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 “‘꽃달’, 금주령 소재 신선했어요.”
이혜리에게 ‘꽃달’은 사극으로서는 처음이었다. 더 정확히는 영화 ‘물괴’로 사극을 경험한 바 있으나 드라마로는 처음인 것. 이혜리는 “‘물괴’와 ‘꽃달’ 장르 자체가 너무 다르다. ‘물괴’를 할 때는 크리처물을 했고, ‘꽃달’은 로맨스 사극이었다”며 “사극 드라마, 심지어 KBS 사극 드라마를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작품이 너무 좋아서 꼭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오랜만에 사극을 하게 됐는데, 사극이라는 것에 대한 부담 걱정보다는 강로서라는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가 좋게 느낀 부분이 어떤 부분이고, 그 부분이 다른 인물과는 다른 가치관을 가진 캐릭터라서 그 선을 뛰어 넘고 금기를 깨려고 하는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 것들을 어떻게 매력적이고 효과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꽃달’에 대해 “시나리오 읽었을 때 금주령이라는 소재가 신선했다. 한번에 빠르게 읽게 됐다. 이야기가 주고 있는 재미도 있고,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매력도 너무 있엇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캐릭터가 재미없고, 캐릭터가 재미있으면 이야기가 재미없을 수 있는데 ‘꽃달’은 그런 밸런스가 잘 맞는 작품이었다”며 “시청자 분들이 공감할 수 잇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은 게 작품 선택의 기준이 된다. 강로서도 상징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과 시대가 다르지만,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궁극적인 것들을 생각하면 가로막는 것들을 깨는 인물인데 그게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 “강로서는 현명한 친구. 나와는 80% 닮았어요.”
이혜리는 강로서에게 푹 빠져있었다. 일반적인 그 시대의 여성과는 달리 집안을 책임지는 가장이고, 금주령이라는 제도에 반발하는 등 주체적인 인물이었다. 이혜리는 “로서는 현명한 친구다. 생각하는 것들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친구다. 그러면서도 융통성이 있다. 올바르다 생각한 일에 대해서는 강하게 주장하는 인물이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귀담아 들을 수 있는 인물 같다. 솔직하고 현명하고 강한 점이 로서의 장점이자 다른 인물들과의 차별점이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사극 때는 투명 매니큐어도 안되는데, 특히 ‘꽃달’에서는 내가 술을 빚는 모습들이 많이 나와서 외적인 부분도 신경을 써야 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로서가 많은 변신을 하는데, 그렇게 변신할 때마다의 헤어 스타일과 애티튜드 변화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며 “가세가 기운 양반 집안에서 혼자 먹여 살려야 하는데 그 밸런스를 잡으려고 노력했다. 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일을 시작하면서 투박해지는 과정에서의 말투도 있을 것 같아 조절하려고 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혜리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캐릭터다. 지금 시대와 가치관도 다르지만 그 안에서 확고한 주장이 있고, 추구하고 싶은 게 있는 인물인데 이런 과정에 있어서 지금을 살고 있는 시청자 분들이 보시기에 이질감을 갖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님과 조율을 많이 했고, 작가님이 생각했을 때 로서는 어떤 인물인지를 들으면서 그 선을 조절했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강로서와 자신의 싱크로율을 80% 정도로 꼽았다. 그는 “로서에게 부러운 점이 많다. 그리고 가치관이나 생각하는 부분이 일치한다. 솔직한 표현들, 관계를 대할 때의 마음도 비슷하다”고 이야기했다.
이혜리는 강로서로 분했고, 예쁨을 내려놨다. 첫 방송부터 거름밭에서 가락지를 찾으며 분투했고, 실제 거름밭이라고 알려지면서 놀라움을 더했다. 이혜리는 “진짜 거름밭일지 몰랐다. 처음 들어갈 때는 괜찮았다. 아무 생각 없었는데 한번 들어가고 여러 앵글로 찍어야 하니까 그 다음 들어갈 때가 너무 힘들더라. 아는 맛이 무섭다고.. 그런 말처럼 한번 들어가고 나서 두 번째부터는 힘들더라. 로서의 의지가 얼만큼 강하면 이렇게까지 할까 할 정도라고 생각해 표현했다”고 웃었다.

▲ “난 ‘응팔’ 덕선이도 해냈으니까! 강로서 덕에 더 발전했죠.”
이혜리의 변신은 성공했다. 이혜리는 ‘꽃달’이 7%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는데 힘을 보탰고, 배우로서 한단계 더 성장했다. 극의 흐름에 따라, 상황에 따라, 호흡하는 상대 배우에 따라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보는 재미를 더했다.
이혜리는 “시나리오만 봐도 내가 잘 따라갈 수 있게 쓰여 있었다. 시나리오대로 표현하려고 했던 거 같다. 사건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긴장감 넘치는 일들이 많았는데 그런 사건을 마주했을 때의 감정을 많이 생각했다. 그래서 보여드릴 수 있는 모습도 많았다”며 “‘꽃달’을 하면서 더 연기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로서가 정말 매력적인데, 이런 캐릭터를 또 만나려면 내가 더 나아져야 한다. 강로서 덕분에 내가 더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작 ‘간 떨어지는 동거’에 이어 ‘꽃달’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이혜리는 인생캐릭터이자 늘 부담감을 안겨주는 ‘응답하라1988’ 성덕선을 조금 더 벗어날 수 있었다. 이혜리는 “아직도 ‘응팔’ 자체를 좋아해주시고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다. 사실 내 인생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부담일 수 있지만 나는 덕선이를 잘 해냈으니 다른 것도 잘 해낼 수 잇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며 “작품을 재미있게 봐주시고 잘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해주실 때마다 힘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이렇듯 이혜리라는 사람도, 이혜리라는 배우도 성장시켜준 ‘꽃달’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까. 이혜리는 “정말 내게는 ‘고맙다’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했던 작품 중 인물이 제일 많이 나왔고 감독님, 스태프 분들 모두 고생했다는 걸 피부로 느끼면서 찍었다. 그 분들이 한 노력에 비하면 나는 한 게 없다 싶다. 고마운 마음이 큰 작품이다. 그래서 시청자 분들에게도 오래 기억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30대 앞둔 올해, 더 건강하고 부지런히 살고 싶어요.”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한 이혜리는 올해 20대의 마지막을 보낸다. 30대를 앞두고 있는 이혜리. 그는 “올해부터 깬 금기가 하나 있다. 데뷔할 때부터 작년까지 일기를 썼는데, 올해는 안 쓰고 있다. 그게 깬 금기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일기를 쓴 이유는 어렸을 때 일을 시작하면서 좀 당황스러웠던 게 어제, 엊그제가 기억이 나지 않는 거였다. 어떻게 살았는지,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기록을 하는 습관을 가지면 나중에 보고 내 마음 속에 차오르는 게 있지 않을까 했다. 초반에는 효과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10년이 되면서 의미가 희미해졌다. 다시 펴보는 것도 아니고 해서 얽매이지 말자고 생각해 쓰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혜리는 ‘걸스데이’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떤 일이 생겨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 위로해주는 것보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좋아해주는 게 어려운데 멤버들은 그럴 수 잇는 사람들이다. 조언을 구하고 싶을 때 좋은 말만 해주고 ‘이런 말을 하면 이렇게 생각하겠지?’라는 생각을 서로 안 하는 것 같다. 굉장히 가족 같은 의미다”고 말했다.
이혜리는 “30대는 부지런하게 살아보고 싶다. 올해의 목표를 부지런히, 건강히 살자로 정했다. 30대에는 더 잘하고 싶은 만큼 30대를 맞이하는 올해를 더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필라테스도 시작했는데, 10번 정도 가면서 내가 뭔가를 해내고 있다는 마음이 들어 더 뿌듯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혜리는 “‘꽃달’ 마무리하면서 생각이 많이 든 게 진중하게 연기를 대하고 싶다. 연기를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빠른 시일 내로 돌아오고 싶다. 아직 차기작이 확정되지 않았다. 목표는 건강하고 부지런하게 살아서 30대를 잘 맞이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lnino8919@osen.co.kr